푸념

in #dclick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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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하나 남은 캔맥주를 저세상으로 보냈다. 그런 걸 기억해내다니 나도 참 대단하다. 퇴근길에 불현듯 생각나서 우리 아파트 단지를 지나쳐 마트로 향했다. 왼쪽 어깨에 있던 천사가 속삭였다. 오늘 하루도 애썼으니 캔맥주 한잔하고 푹 쉬렴... 오른쪽 어깨에 앉아 코를 파고 있던 앙마가 따분한 듯 심드렁하게 받아쳤다. 찐한 거로 하지 그래. 어차피 3일 후에는 쉬잖아... 왼손이 캔맥주 번들을 하나 집어 들었고 오른손은 연태 고량주로 향했다. 난 분명 두 놈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 거다. 그런데 앙마는 웃었고 천사는 화를 냈다. 절대자는 천사와 앙마를 만들어 함께 키웠지만, 인성교육에는 소홀했다. 두 놈 다 존댓말을 모른다. 술김에 연태 고량주를 예찬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 독한 술이 당길 때는 이 술을 찾았다. 어수선한 책상에서 필요한 학용품을 찾는 일은 경험상 불가능하다. 대뇌피질이 제정신을 못 찾을 때는 독한 술이 약이다.

캔맥주 번들을 손에 들고 고량주는 주머니에 넣었다. 두꺼운 겨울 외투 주머니는 넉넉해서 고량주 한 병쯤 티 안나게 숨길 수 있다. 아내는 간단한 안줏거리로 햄을 구워 주었다. 맥주에 반찬거리만 먹는 신랑에 대한 측은지심의 발동이었을 것이다. 내 하루는 주로 맥주 한 캔으로 마감한다. 아이들 먹다 남은 반찬 한두 가지면 맥주 안주로는 충분하다. 안주가 필요한 날이면, 그러니까 좀 독한 술을 먹는 날이면 미리 이실직고한다. 제과점 표 샐러드나 반찬가게 표 두부조림은 고량주 안주로 적절하지 않다. 양장피나 깐풍기면 좋겠지만, 구운 햄도 나쁘지 않다. 엊그제 진탕 마시고 들어와서 오늘 고량주 먹을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근래 독한 술을 자주 찾는다. 고양이 한 마리가 제 꼬리를 물기 위해 제자리를 돌고 있다. 난 생각이 많은 놈이다. 할 말을 제때 하지 못하고, 지나고 나서야 깨닫고, 두고두고 가슴에 묻어둔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자책도 후회도 질문도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의 트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필소굿 님의 포스팅 때문에 보쌈이 심하게 먹고 싶었다. 그러나 아내에게 고량주를 마실 거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차마 보쌈을 시켜달라고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세상의 이치란 것이 있기는 한 것인지... 마음이 평평하지 못하고 산란스러울 때 뭔가 끄적거리는 것조차 고통이라는 것. 그건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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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아므래도 천사의 탈을 쓴 앙마같은데요?
진짜 천사는 그냥...
조용히 귀가하라고 할듯 해요 ㅎㅎㅎㅎ

마음이 산란스런 상태신가봐요. 글쓰면서 마음이 좀 가라앉기도 하지만, 아예 글쓰기 의욕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요. 마음의 안정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독한술로도 잠재울 수 없는 고통.. ㅜㅡㅜ
제가 그래서 독주를 좋아하나봅니다 오늘 푹 주무시면 내일은 분명 더 좋은 날이 오겠지요~^^

맥주냐 독주냐~ 저에게도 항상 고통입니다
화이팅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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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필요한 시기신가 봐요. 잘 정리하실 수 있길.. 파이팅
구운 햄에 연태 고량주.. 술을 즐길 때, 안주는 거들 뿐이죠

보클왔어요

인생을 몇마디 문장으로 정의 내릴 수는 없겠죠.
대부분의 사람들도 유니콘님과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지만
유니콘님은 그 고민들을 멋진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특별하다는 게 아닐까요~
제 경우엔 마음이 시끄러울 때 무언가 끄적거리면 정리되는 느낌이 조금 들더군요~^^

뭔가 복잡한 심정이....
기운내셔요 피쉬님!!^^

저도 고량주 좋아합니다.
마음이 좀 심란하신가 보네요?
곧 편안함이 찾아오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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