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놈들 이야기.

in #dclick5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banguri 입니다.

피드글을 보다보니 오늘 따라 아이들 이야기가 많네요.

[가족] 이래도 저래도 사랑스럽고 행복합니다.^^

카카님 글을 읽다가 아들 이야기에 눈에서 눈물이 조금 맺혔습니다. 저도 아이들 이야기 좀 해보려고 합니다.

큰 놈이 2017년 7월에 입대를 하였습니다. 군 복무가 단축이 되면서 조금의 혜택으로 2주 정도 앞 당겨서 전역을 하는데 한 달 정도 지나면 전역입니다. 내일이 말 년 휴가를 나온다고 합니다. 자그만치 20일 정도...

큰 놈은 고등학교 부터 저와 떨어져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촌 에서 도시로 고등학교 부터 유학을 간 셈이죠. 제 나이쯤 사람 중에 촌 에서 자란 사람들은 아마 무슨 말인지 아실 듯합니다. 그렇게 대학을 가고 군대에 갔으니, 철 이 드는 시점부터는 저와 같은 집에서 살지를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큰 놈과의 고등학교 부터의 추억은 전혀 없습니다. 그냥 기숙사에 얼굴 보러 가고, 2주에 한 번 씩 집에 오면 잠만 자고 게임만 하고 가고 그랬습니다.

당연히 아버지로써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 한 일이 카카오 스토리에 매일 아이에게 힘내라고 일기를 썼습니다.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3년 동안...

아들아!
아이들 이제 보내고
간만에 노파심에 글을 한번 올려 본다.

갑각류들이 성장할 때 그 껍질을 벗어야 새로운 껍질이 생긴다.
그걸 벗을 때 고통이 따르겠지.
그게 아마 성장통일거고...

너도 지금 그 허물을 벗고 있는 시기이다.
아빠가 중학교 때 그랬지?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여기 있으니 그 정도지,
밖에는 더 크고 어마 어마 한 것들이 있다고...

니가 거기에 간 것도 그 것 때문이다.
거기서 한번 부디쳐서 깨질지 아니면 버틸지,
또 그 것도 아니면 넘어설지 한번 해보라는 것이다.

갑각류가 껍질을 깨고 커가듯이,
너도 그 과정을 통해서 점점 커간다.

다만 아빠가 걱정하는 것은,
그게 커가는 과정인데, 마지막으로 판단하고
힘들다고 지친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이다.
져도 괜찮고 깨져도 괜찮지만 포기는 하지 말아라.
안되면 또 해보고 또 안되면 또 해보고
그러다 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이고, 내가 무엇을 잘못 했는지 보인다.
그게 니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아니면 그 경험을 얻지 못한다.

지금 니 앞에 여기서는 잘 보지도 못한, 실력이 아주 뛰어나고 괴물 같이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을 것이다.
너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그 아이들을 앞서지는 못하겠고,
그래서 좌절하고, 힘들어 하고 스트레스 받고...

그 아이들이 가는 길이 있고, 또 니가 가야 할 길이 따로 있다.
그 아이들을 이기지 못한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냥 니가 하는 공부 묵묵히 하거라.
아빠가 원하는 것은 니가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큰 아들아!
남은 시간 마무리 잘하고,
너무 늦게 까지 공부 하지 말아라.
늘 변함없이 지금처럼만 해 다오
그럼 아빠는 만족한다.

사랑한다 큰 아들아!
늘 고맙다.
주말에 보자.

오랜만에 아주 오래전 일기를 찾아 보니 이런 내용이 있네요.
그래서 인지 묵묵히 별 다른 큰 일 없이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대학도 남들이 말하는 인 서울에 명문 대학은 아니지만 저도 아이도 만족하는 등록금 도 싼 지방에 국립대를 들어갔습니다.

둘째 놈은 저와 같이 살면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조금 소심한 편에 시험에 대한 알러지가 있는지 시험만 치면 평상시 공부한 것 보다 못 치릅니다. 덕분에 작년이 고2 였는데 완전 망했습니다. 1학기 시험도 망쳤는데 특히 2학기는 첫 째 날 시험은 무난했는데 둘 째 날 수학 시험에서 마킹을 하다가 답을 하나 씩 내려 쓰는 바람에 쎄째, 네째 날 과학 과목들 까지 망쳐서 아직 집에 온 성적표를 개봉도 하지 않고 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아버지로써 수학 계통으로 공부를 했고 이 곳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도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너무 다그쳐서 작은 놈이 부담을 가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고 3 되면 마음 편하게 공부하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렇게는 이야기 했습니다.

열심히는 해야 한다. 결과를 보지 말고... 그냥 열심히 하다 보면 다른 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러니 성적 신경 쓰지 말고 최선을 다해 보거라.

여기서 제가 팔로우 하고 계신 분들 보면 아직 어린 아이들을 키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들과 많은 소통 하세요. 농담 삼아 테이스팀 트립스팀 많이 하라고 하는데 농담이 아니고 진짜입니다. ^^

내일 큰 놈 오면 같이 한 잔 하려고 합니다. 사실 요즘 경제적으로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서 큰 놈하고 지금 우리 집이 어떤지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맨날 어리게만 보이던 큰 놈이 다 크니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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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자주 이야기 못나누셨는데 군대까지 다 끝나갈 때 보니 정말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부자간에 많은 이야기 나누는 하루가 되었으면 하네요.

네! 고맙습니다.

복학 준비 잘 하고 있죠?
시간이 참 빠르네요.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가끔 글에서 보이는 큰아드님은 철이 많이 들었다 싶어요.^^

넵.. 그런 것 같습니다.
놈이나 작은 놈 모두 마음에 듭니다. 공부는 좀 못 하지만요. ^^

3년 동안 일기를 쓰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테이스팀, 트립스팀 잘 새겨둘게요^^
큰아이와 소주 한잔이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기대되기도 하실것 같습니다.

별 말씀을요.
@hodolbak 님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많이 가지면서요.
@hodolbak 님이 여행하는 것 보면서 부러웠습니다.

방울님 덕에 아이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들녀석이 중학교때 왠만한건 다해보며
엄마를 엄청 힘들게 했는데 지금은 멀리 떨어진
저에게 든든한 지킴이가 되어있습니다.
아주 감사한일이죠
말씀하신 아들에게 손편지를 아직 못 썼네요

저도 고등학교때부터 혼자 생활해서
그리고 어려운 환경으로 부모님과 추억은
거의 없습니다. 일찍 홀로서기를 해서인지
지금은 부모님 마음이 더 이해가고 더 감사하고
있습니다. 큰 아드님이 큰.힘이 되실 겁니다.
방울님에 자식사랑 느끼고 갑니다.

카카님 아이 사랑 저도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들은 믿고 있고, 사랑하고 있다는 곳만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면, 다 자기 자리 찾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카카님도 그렇고 말린사과님도 그렇게 두분다 좋은 아버지입니다~
저야 아직 혼자라... 훗날 두분처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기회 조차 없을수도 있지만...ㅎㅎ
말린사과님 아들 이야기 할때마다 사랑이 느껴집니다!

독거노인님도 좋은 아빠 될 수 있습니다.
13월의 월급도 받을 수 있고요. ^^

독거노인님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이를 위한 일기..
정말 좋은 일인거 같아요..
저희 남편도 힘들때 마다 써 놓았던 종이 쪽지를 아이들이 어디선가 가지고와서 읽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려서 남편을 당황하게 한답니다..

테이스팀,트립스팀 많이 써라는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겠어요..
저도 노력해야겠어요..

좋은 아빠시네요.
요즘 아이들과 대화 자체가 많이 힘들죠.
폰과 유투브 등 디지털 기계와 소통 하는 시대니까요.

테이스팀 트립스팀이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세요.

뭉클하네요~

술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

3년동안 큰아이를 위해 일기를 쓰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내일 소주 한잔 하시면서 말린사과님 걱정도 조금 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힘내세요!!

대단한 일은 아니고,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큰 놈하고 한 잔 하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

이제 제대하는 군요. 이 시대의 20대로서 고민이 많아지겠습니다. 지켜보는 아버지 마음도 같은 마음이겠죠. 큰 아드님 멋진 20대 보내길 기원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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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했습니다.
복학 해서 공부 열심히 한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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