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in #zzan19 hours ago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생긴다.
잘해보자며 좋자고 모여서도 짭짜롬한 것도 못된 일로 갈등은 있게 되어있다.
어딜 가나 그렇듯이 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고 묵묵히 조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도 있고 남의 뒷말을 잘해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아무런 사심 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개는 일하고 욕먹는 경우다.
그렇다 보니 억울해하거나 마음 상해서 모임에서 이탈하거나 참여를 해도 예전 같은 적극성을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러나 그 정도로 처세를 할 수 있으면 그건 다행이다.
간혹, 혹은 빈번히 있었던 일들이 강퇴라는 도구를 이용해 밀어내는 것이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카페라는 것이 아주 활성화되던 시기에 전국단위로 많은 모임이 생겨났다.

그 시류에 중장년이던 우리 세대로 빠질 리가 없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언젠가 따라간 곳이 55년 양띠 산악회였다.
몇 년간은 산에도 자주 가고 참 재미있게 놀았다.
덕분에 설악산 정상 대청봉도 올라봤고 한라산 백록담도 육안으로 확인했다. 물론 지리산 천왕봉에도 올라 왜 어머니 산이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랬는데 일이 묘하게 돌아갔다.
55년 양띠들이 55살이 되던 해에는 더욱 재미있고 의미 있게 놀자며 의견을 내었고 당시 카페지기를 중심으로 해서 추진을 많이 했다.
거기서 내가 맡은 것은 우리 노래 양띠 산악회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가사는 내가 쓰고 곡은 김영한이란 친구가 붙였다.
그리고 노래는 김효숙이라는 친구가 불렀다.
그랬는데 그해인가 그 모임에서 강퇴를 당했다.
그 해 가을인가 설악산을 갔다 왔는데 설악산 갔던 일행 20여 명이 모두 강퇴를 당한 것이다.

어이없기는 해도 강퇴를 해 놓으면 접근 금지이니 한마디로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쫓겨난 것이었다.
물론 개별적으로 몇몇 친구들과는 소식을 주고받거나 가끔 만나기는 했어도 그것도 나이가 들어가니 시들해져 갔는데 엊그제 연락이 왔다.
예전에 함께 하던 친구들 모두 모이자며 초대를 했다나, 더군다나 속칭 양산가를 만든 너는 꼭 와야 한다고 한다나 그래서 어제 다녀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내가 가사를 쓴 노래를 들었다.
영상으로 만들어온 노래에 가사가 같이 나왔고 작곡가 작사가 노래 부른 이 이름이 같이 나왔다.
1절 2절 모두 들으니 뿌듯했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다.
왜, 나를 내쫓아 냈지...?

당시에 그 일이 있은 후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카페지기를 하려고 친구들을 규합하는 거 같다고 보고 강퇴를 시킨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
난 전혀 그렇지 않았고 그런 생각을 단 1도 해본 적이 없다.
맡아 달라고 해도 안 할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해가 있었던 거 같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별것도 아닌 것도 권력이라고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그런 사람이 하면 된다.
다만 누구처럼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하면 문제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 될 것도 없으니 누가 하던 난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친구들을 우리 동네로 초대를 하고 그 초대에 많은 친구들이 응하기를 횟수를 더하니 그리 보였는가 보다,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여하튼 어제 가서 여러 친구들은 만났다.
물경 15년 만에 해후였다.

그러나 많이 아쉬웠다.
너무 오래되다 보니 나를 알아보는 친구들에게도 나는 잘 모르겠네 누구지, 하며 물어야 했고, 대부분이 왜 그리 늙었는지 노인정 같은 느낌이 나서 싫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송년회 겸 칠순잔치이니 노인들의 모임이 맞는 거 아닌가 말이다. 세월이 그렇게 되었다.
나도 늙었다.
올초부터 내 인생의 전성기는 10년 후라고 외치고 살기는 하나 나도 늙었구나 하는 것을 떨쳐낼 수 없는 자리였다.

그래도 그 모임에 친구들을 위한 나의 흔적은 확실히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왔으니 간 보람은 있었다.
나는 누구인지 기억이 없으나, 야 재황아 나 너네 동네 갔을 때 정말 좋았다며 다시 보자는 친구들이 많았다는데서 위안 아닌 위안을 삼으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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