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2월
어느새 12월/
눈폭탄으로 11월을 쫓아 버리고 12월이 세월을 차지했다.
이 겨울에 뭔 일을 꾸미려 그러는지 겨울이 성급함을 나타 낸다.
혹시 북극빙하의 추위를 몰고 와서, 어느 못난이가 나 이런 사람이야 하듯이 자신을 뽐내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는 계절이 가을이 아닌 겨울이니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그래야 한겨울 따듯하게 안전하게 지낼 수 있으니 준비심을 끌어내려고 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젯밤에는 소년이 온다를 읽다 잠시 접었다.
너무 무서운 이야기이고 무거운 이야기이며 머릿속에 그 상황을 이미지로 떠올려지는 게 싫었다.
그런 세월이 역사로 우리에게 있다는 게 너무나도 가슴 아팠다.
더군다나 그 세월에 내가 무엇을 했나 생각하면 죄를 지은 사람 같다.
나는 1979년 초에 전역을 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1980년 5월에 있었다.
전역을 한지 일 년 조금 넘었을 때이다.
다시 말해 한창 젊을 때이고 세상 물정을 그래도 알만한 나이였고 희망을 품고 새살임을 꾸려 열심히 살려 발버둥 치는 그런 때였다.
그런데 그때는 아는 게 없었다.
뉴스에서 나오는 게 모두 사실인지 알았고 확인조차 해보려 하지 않았다.
그냥 사실로 받아 드렸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그런 뉴스도 안 나오다 언제부터인가 티브이 방송에서 연일 나오는 뉴스로는 그들은 불순분자였고 폭도였다.
그 말들은 뉴스를 거름망 없이 사실로 받아들이니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욕하거나 원망하는 것이었다.
그게 열심히 살아낸 나의 청춘이었다.
나중에 전말을 알고는 창피했고 죄송했고 빚을 진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하세월이 흘러 반은 잊고 살았다.
그런데 그 아픔이 다시 들춰지니 고통스러워졌다.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니 그런 비극이 또 없으란 법은 있다.
그러나 그 법은 어느 음흉하거나 분수에 넘는 욕심을 내는 누구에 의해서 또 어겨지며 빛고을 광주에서 일어났던 비극을 다시 연출해 낼지 모른다.
그렇다, 이제는 그런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런 일이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앞장서 나서야 후손들에게 면이 서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한강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그 이야기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강 작가는 참 대단한 거 같다.
그런 아픔을 작품으로 녹여내기까지는 그들과 아픔을 같이하는 그런 고통이 있었을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거 같은 믿음이 생긴다.
아직도 내가 가지는 두려움이 아니라 그 반대의 두려움을 가진 위인들이 있는가 보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을 두고 시기 질투라도 하는지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12월이 열렸다.
더 이상 시민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세상을 고치려 하는, 고쳐야 하는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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