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자영농노의 삶-장사일기> 허리케인 트라우마 3

in #zzan5 years ago (edited)

오전 6시 20분 출근, 오후 4시 퇴근
33인분 판매 하...

오늘 사실 여기도 공휴일이었다.
불어로는 Assomption
한국어로는 성모승천일 (방금 찾아봄 ㅋㅋ)

우리는 관광객이 아닌 여기 현지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고, 그래서 다들 쉬는 공휴일이 되면 주변 가게, 오피스 다 문닫기 때문에 손님수가 뚝 떨어져서 그냥 닫는게 남는거시다~~~~라는 마음으로 우리도 가게를 닫고 조금이라도 쉰다.
고급스러운 표현으로 완급조절 ㅎ

그런데 지난 주에 4000유로짜리 세금을 냈다.
T.G.C.A 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부가세정도, 여기는 4프로다) 세금은 매달 내고 있는데 이것은 무슨 다른 세금이었다.
갑자기 몇백유로짜리도 아니고 4000유로라니요...
그것도 이게 고작 석달치라니요...흑
내가 남편에게 에이~ 1년치 아님? ㅋㅋㅋ 했는데
진짜로 3개월치고 1년에 4번 이렇게 내야 하는 거라고 진지하게 얘기했다.
그렇게 적지 않은 돈이 클릭 몇번으로 쑥 하고 빠져나갔고
매출 매입을 관리하는 남편생각에는 그냥 공휴일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더라도 문을 여는게 낫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이 날은 다들 일할거라고..

사람들 오늘 다 일한다면서...나 일시키려고 뻥쳤냐??

평소대로 출근해서 일하다가 무심결에 밖을 보는데 분위기가 쌔하다.
약국도 안경점도 보험판매점도 스포츠 용품점도 옷가게도 꽃집도 미용실도 모두모두 문을 듣읃드.....
내가 그렇게 그냥 닫는게 나을거 같은데... 닫는게 남는건데.. 했건만.

남편이랑 나랑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 다른게
나는 최소한 내가 일한 만큼보다도 못벌면 매출이 어느정도 나왔어도 그 날은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본인이 일한 것은 따로 비용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일한 만큼은 못벌었어도 매출이 있다면 플러스로 생각한다.

나도 남편도 동등하게 주인인데 나는 뭐랄까... 약간 알바 마인드랄까 ㅋㅋ
음 나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암튼 알바생과 우리의 인건비를 겨우겨우 건지는 수준으로 매출을 채우고 대신 일찍 퇴근했다. 알바생 보다도 일찍 퇴근했다. 남편은 이 정도 매출 나온 것에 가슴을 쓸어내린듯. 안그럼 나의 잔소리 바가지를 감당해야 하기에 ㅎㅎ
이 사람아 이건 최소 1년짜리 바가지다

허리케인 그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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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이 된 스튜디오를 대충 치우고 우리는 가게를 확인하러 가야했다.
지금도 후회가 되는게 뭐라도 좀 찍어서 남겨둘걸...
진짜 충격적으로 온 섬이 초토화 되었다.
여기저기 바람에 뜯겨져서 날아온 지붕이며 합판 살림살이까지 뒤섞여서 거리마다 나뒹굴고 있었다.
채 날아가지 못하고 건물에 대롱대로 매달린 지붕도 보이고 해안가 주변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도 다 부서지고 뒤집어지고 서로 뒤섞여 난장판이었다.
전쟁이 난다면 이런걸까 싶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가게를 털기 시작한 것이다.
부서져버린 가게들은 너도 나도 들어가서 돈이 될만한 물건들은 다 약탈하듯 집어오기 시작하고, 서로 자기것이라며 시내 중심부에서는 총질을 해대며 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절대 시내 중심부 통해서 가지 말라는 말을 듣고 우리도 마음 졸여하며 우리 가게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던 기억이 난다.
가는 길에 집도 저렇게 됐으니 가게도 마찬가지겠지.
이제 겨우 자리잡고 할만하다고 이제 괜찮은거 같다고 한게 불과 며칠전이었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가게로 다가가는데 우리가게 간판이 보였다.
허리케인이 온다고 했던 날, 옆집 네일샵이 간판을 내리는것을 보면서 우리도 간판을 떼야 되지 않을까 고민만하다가 못내리고 그냥 퇴근 했었다.
지붕도 뜯겨나가는 판에 간판따위 당연히 날아갔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간판이 멀쩡하게 붙어 있었다.
남편에게 우리 가게 간판이 그대로 붙어있다고 소리치고 가게로 달려갔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가게가 너무 멀쩡하게 있었다. 당일에 급하게 막아놓은 합판도 그대로 붙어있고 셔터 커버는 날아가 버렸지만 낡은 철셔터도 그대로 있었다. 그걸 본 남편이 양손에 얼굴을 뭍고 서럽게 울었다. 나도 울었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 가게 주변에는 상점이 많다. 사진에 왼쪽이 우리 가게고 오른쪽은 갓 오픈한지 한 달 정도 된 안경점이었는데 사람들은 쇼윈도 유리를 깨고 싸이클론 셔터를 도끼로 찍어서 저 개구멍같은 곳으로 기어들어가 안경점 안에 있는 안경 선글라스를 단 하나도 남겨두지 않고 모두 털어갔다. 웬 안경 케이스들이 이렇게 많이 버려져 있나 싶었는데 알맹이만 들고 케이스는 다 버리고 간 것이다. 그렇게 털린 금액만 억대가 훨씬 넘었다고.

사람들은 가전제품 매장도 털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까지 동원해서 마트에서 가져온 카트와 커다란 팔렛트를 옮길때 쓰는 팔렛 잭을 이용해서 켄우드 전자렌지며 삼성 냉장고며 되는대로 경쟁적으로 털어가는 모습을 넋놓고 지켜봤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고 그들 중에는 집도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을텐데 이런 상황에 저런 것들이 다 무슨소용이길래 사람들 눈이 뒤집히는 걸까.

여자들은 슈퍼 장바구니 같은걸로 스포츠 용품점이며 아동복점 같은데서 피난민처럼 신발이며 옷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이 강력한 허리케인에서 살아남았는데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 선반에 올라가 물건을 훔치다가 선반이 무너져 팔렛트에 깔려 죽었다고 했다. 솔직한 말로 짐승같았다. 다같이 치우고 복구하고 서로 도와도 모자란 지경에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이곳에 희망같은건 없다고 느꼈다. 미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마트 쇼핑백을 옆구리에 끼고 부서진 상점들을 기웃거리는 여자들은 그 후로도 한참 볼 수 있었다.

가게가 멀쩡한걸 확인 했지만 안심 할 수가 없었다. 멀쩡한 가게까지 부수고 들어가서 터는 사람들을 두 눈으로 본 이상.

다행히 우리 가게는 사이즈도 작고 간판도 찾기 어려울 만큼 작고 심플해서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무슨 가게인지 모르게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전면 유리창을 합판으로 다 막아놨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도 looter들 눈에 띄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린 그냥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들었는데 사람들이 우리 가게도 부수고 들어가려고 하는 소리를 한 밤중에 들었다고. 그런데 실패 한 것 같다. 저 낡은 철셔터가 완전 꽉껴서 안올라가서 우리도 가게 문을 다시 여는데 고생했다. 우리도 안경점 셔터같은 최신형으로 바꾸고 싶었다가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못바꾸고 그냥 저 낡고 흉물스러운 셔터를 그냥 계속 쓰고 있었는데 저게 우리 인생을 통째로 구했다고 해야할까. 진짜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아직 할 말 많아욬ㅋㅋㅋ 그러나 오늘은 여기까지..내일의 노동을 위해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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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건 허리케인이 아니라 사람이네요. 그나저나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안좋아 보였던 철문이 가게를 구했네요! 그리고 세금은 왜 그렇게 많이 낼까요.. ㅠ 너무너무 아깝죠... 뭔가 생돈 빼앗기는 기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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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프랑스 본토에 비하면 이런 저런 세금 혜택이 많은 편인데도 역시 세금은 무섭네요..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진짜 통장이 한 방에 텅장 될 수도 있을것 같아요.

저렇게 구멍있는 셔터가 바람에는 더 낫지요. 합판으로 잘 막아놓으셨네요. 2017 년 Irma 때 저희도 파티오랑 지붕 약간 피해가 있었네요 , 그곳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올해도 무사히~

아이고 거기도 피해가 있었군요 ㅜㅜ 올해도 진짜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뿐입니다. 저희는 작년 말에 차를 새로 샀는데 차고가 없고 주차장만 있는 레지던스라 걱정이에요. 종교는 없지만 매일 기도하는 마음이네요. 올해도 무사히 지나가라고.

별일없을 거라 믿습니다^^

한 번 분위기가 휩쓸리면 개인이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음고생이 심하셨겠네요 ㅠㅠ
사회시스템이 굳건하면 문제 없을 사람들도 휩슬리기 십상이니까요 ...

뭐랄까 시민 의식 같은게 없는것 같았어요.. 심지어 쇼핑카트로 약탈한 물건들 옮기는 사람들 얼굴이 엄청 신나보였어요. 답없죠? ㅋㅋㅋ

시민들 인심도 허리케인이군요?
두분이 우셨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아팠네요.

네 지금도 그 때 그 감정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해요 ㅎㅎ 꽤 많이 지난 일인데도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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