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다 귀농) 귀..귀..귀..귀농을 하자구???
2008년 우리는 경북 상주에 귀농하여 2016년 10월 5일 제주도로 이사오기까지 시골 생활을 했었다.
9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어쩌다 귀농'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귀농이야기를 연재해볼 생각이다.
2007년 어느 날.
갑자기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을 하겠다는 남편은 아주 오랜 시간 나를 설득했다.
나는 한번도 시골에 살아본 적이 없었고, 살면서 귀농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한동안 우리 둘은 아주 많이 싸웠다.
혼자라도 시골에 가서 살겠다는 남편의 말에서, 나는 절대로 남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결혼해 아이 없이 둘이서만 살고 있는 우리가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못해 따로 떨어져 산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도 큰맘 먹고 함께 귀농을 하기로 결심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던 듯하다.
우선 분당에 있는 집은 그냥 두고 가기로 했다.
그 당시 우리가 살던 집은 분당 정자동에 있는 오피스텔이었다. 이 오피스텔은 월세도 잘 나가는 집이니, 시골에 정착할 때까지 생활비라도 월세로 얻자는 생각에서였다.
월세가 90만원 정도 시세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골 생활의 생활비 정도는 충분히 되는 돈이었다.
또, 만에 하나 귀농에 실패하면 돌아올 곳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귀농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어디로 귀농할 지가 관건이었다.
처음에는 강원도 봉평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강원도는 농사를 짓기에는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길고 혹독한 겨울이 가장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안 되겠다.
두번째로 생각한 곳은 제주도였다.
하지만 귀농 교육을 갔을 때, 제주도는 일이년 지나면 너무 답답해서 다시 육지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며 제주도로 귀농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극구 말렸다.
우리는 그 당시 제주도에 3,000만원하는 집도 하나 봐둔 곳이 있었었는데...
아무튼 귀농 선배의 말을 안 들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제주도도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다시 제주도로 오게 될 것을 그 때 왔으면 땅값으로 돈이라도 벌었을 걸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마지막으로 생각한 곳이 경상북도 상주였다. 시동생네 처가가 경상북도 상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거기에 빈집이 있다고 해서 상주로 귀농을 하기로 했다.
사돈 어른을 그 전에 본 적도 없고, 왕래가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상주로의 귀농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으로 귀농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뭐 어딜 가도 모르는 곳으로 가는 것이니 빈집이 있다는 상주로 가기로 한 것이다.
우선 분당의 집을 월세로 내놓고 이런 저런 정리를 하는 동안 남편은 300만원을 주고 중고 트럭을 하나 사서 열흘 정도 혼자 아침에 상주에 가서 빈집 정리를 하고 저녁에 다시 분당 집으로 돌아오기를 했다.
그 당시 친구들이 왜 나는 한번도 상주에 안 가보냐고 했지만, 그 때까지도 시골에 가서 사는 것에 확신이 안 서서 가보기가 두려웠었다.
그렇게 혼자서 빈집을 정리하러 간 남편이 보내온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집의 사진들은 이랬다.
이건 남편이 차가 10대는 들어간다고 말했던 마당.. 내가 보기에는 3대나 들어갈려나?한데…
근데 며칠 상주에 다녀온 남편의 말이 "10대는 안되고, 3, 4대는 들어 가겠더라.ㅋ"
난 사진만 봐도 알겠더만, 그리 눈썰미가 없는지..ㅉㅉ
여기가 집의 앞 모습이다.
앞에 있는 수족관은 횟집을 했다는 집주인의 물건인데 우리가 이사가기 전에 치워준다고 했다고 한다.
우리가 써도 되면 대형 어항으로 써볼까 했는데..ㅋ
이것이 대문이다.
오래 방치됐던 집이라 대문에 녹이 많이 슬어 있다.
대문 옆에 있는 감나무에는 감의 고장 상주에 걸맞게 해마다 맛있는 감이 주렁주렁열린다고 한다.
뒤에서 본 집이다.
앞에서 보면 양옥집 같고, 뒤에서 보면 한옥집 같은 그런 구조이다.
한옥을 양옥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앞집 할아버지의 말로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추운 집이란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마당에 풀이 장난 아니다.
남편이 내려가서 하루종일 풀을 베느라 땀 꽤나 흘렸다. 사진으로 봐서는 귀신나올 거 같은 분위기다.ㅜㅜ
아무튼 장독대도 있고, 옆에 보이는 방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구들방이란다.
뜨뜻하게 등을 지지고 싶을 때 딱이란다.
헛간인지 광인지 창고인지, 뭐 그런 거란다.
이거 말고도 헛간 같은 것이 두개나 더 있는데, 뭐가 어찌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문이랑 천장에 이렇게 옛날 집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렇게 보기에는 운치있어 보이는데.. 모르지 직접 보면 어떨지 모를 일이었다.
집앞 골목이다.
이렇게 가보지도 않은 시골집을 사진으로 보고 나는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생전 살아보지 않은 시골, 그리고 낯선 옛날 집, 게다가 방치되어 있어서 심란하기 그지 없는 외관과 내부의 모습이었다.
사진을 보니, 시골로 내려가는 것이 더 자신이 없어졌다.
그 와중에 남편은 피곤한 줄도 모르고 하루 4시간을 들여 매일매일 분당에서 상주를 오가고 있었다. 결정을 번복하기에는 너무 열심히 신나서 오가고 있었다.
귀농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렇게 살 집까지 정해졌는데도 이사가는 날까지도 내가 시골에서 어떻게 살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남편은 우리가 이사갈 집을 잘 정리해 두었고, 이제 이사만 가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2008년 3월 1일, 삼일절날 마치 독립 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시골생활에 뛰어들었다.
역시 현직(?)에 있는 선배의 조언이라도 내게 맞는 건지 잘 가려서 판단해야겠군요. 각자 처한 상황운 다른 거니까요. 그때 바로 제주로 가셨더라면.. 어땠을까요? ^^
아마도 수십억 부자가 됐겠지요???
절대로 농담 아닙니다.
그 당시 몇천만원하던 집들이 억대로 올랐으니까요.
게다가 우리가 농사를 짓겠다고 땅까지 샀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하지만, 그당시 그 선배님의 조언은 너무나 뼈에 와닿을 정도로 제주도는 열악했습니다...
그래도 그간 저희의 생활 방식이 많이 바뀌어서 크게 배가 아프진 않네요, 않네요, 않네요.... ㅋㅋ
@gghite님, steemzzang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평 특산물 삼순이네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 가평 운악산 삼순이네 청국장
⭐️ 팔자 팔어 뭐든 팔자
오, 재밌어요. 집이 오래 비워둔 거 치고는 외관은 멀쩡하네요. ㅎㅎ
외관은 멀쩡하다 못해 근사합니다.
이 집이 내력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다음에 이 집의 내력도 잠시 소개해 볼께요.^^
수족관만 없었지! 저의 유년시절 살던집하고
빼박이네요!
뒤안의 퇫마루며 헛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이게 스포가 될라나요?
전 이 집이 처음엔 그렇게 싫었는데, 나중에는 잊을 수 없는 그리운 집이 되었답니다.ㅋㅋㅋ
두분의 귀농 생활 궁금해 열심히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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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시골 생활에 대한 이야기라 베로니카님도 많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좋은 읽을 꺼리가 됐으면 합니다.^^
저 집이 어떻게 꾸며졌을지 앞으로 기대되네요!!
저 집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네요.ㅋ
하지만 티비에서 나오는 것처럼 시골집을 럭셔리하게 인테리어할 수 없는 사연이 있답니다.
다음에 집에 대한 에피소드도 기대해 주세요.^^
재미있게 잘 읽었네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
왠지 반응이 좋아서 우쭐합니다.ㅋ
뭔가 스팀잇에 재미있는 글을 쓸 구상이 생겨 저도 좋네요.^^
@tipu cu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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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kast님 감사합니다.^^
예전 귀농 스토리 기대가 되네요 ㅎ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텐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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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인생을 다 내려놓고 가는 귀농이었네요...ㅋ
중요한 건,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읽었어요...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
저의 작은 글이 스팀잇에 약간의 재미를 불러오면 좋겠습니다.
재미있어서 아무도 떠나지 않는 스팀잇, 그래서 모두 대박나는 그날을 볼 수 있는 스팀잇이 되면....
열심히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