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 알았다.
내가 잘못 알았다.
그의 장담을 그대로 믿었다.
정말 그에게는 대단한 능력이 있는지 알았다.
그래서 그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다.
정말 전쟁을 빨리 끝내줄 것이라 믿었다.
이 믿음에는 전쟁 상대자 양편을 모두 만족시킬 전 세계 많은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카드가 그의 손에 들려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제저녁에, 그것도 삼일절 날 저녁 뉴스에서 본 것은 충격이었다.
물론 며칠 전부터 심상치 않은 뉴스가 흘러나오기는 했었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설마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러나 언제나 설마는 사람을 잡았다.
아니 나를 삼켜 버렸다.
눈물이 날 지경이다.
속이 편치 않아서이다.
어제가 삼일절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속상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좀 덜했을 것이다.
유전되어 있는 약소국의 설음의 감정이 문이 열려 있는 상태인 그 타이밍에 그 뉴스를 접했으니 충격이 크게 다가왔다.
한번 해봤던 대통령, 그 자리에서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다시 뭔가를 이루고자 나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큰소리는 그런 믿음을 주어왔다.
그러나 지금 생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주 자의적인 나의 생각이 너무나 편협했고 보잘것없는 속단으로 이어주었는데 그걸 이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무례로 보일지 모르는 행동도 잘한 것이 없다고 본다.
유능한 통역자가 중간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그것도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며 결과는 차라리 서둘러 만나지 않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절박한 사람이었다.
미국의 대통령이 오라는데 안 갈 수 있겠는가, 오라 하니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희토륨 이야기는 좀 과하게 말하여 분위기를 잡아보자 하는 이야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뜩이나 초라해 보이는 그는 더욱 초라하게 되었다.
나는 여기서 내 삶의 근간을 이루어 왔던 것들이 흔들거리는 것을 느낀다.
마치, 뭐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왔던 것에 회의감 같은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진즉 깨달아야 했던 것이, 열심히를 앞에 세우고 가는 삶이 아니라 잘을 앞세우고 갔어야, 왔어야 했다.
이제 다 늦은 지금에 와서, 열심히보다는 잘이 먼저구나 하는 깨달음은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큰 감정의 골을 흐르고 있다.
남의 사정 잘 모르고 이야기하는 것은 실수하기 딱 좋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전쟁의 이유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 보면 무조건 우크라이나가 잘못했으니 네가 무릎 꿇어하는 자세로 미국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너한테는, 너희들은 전쟁을 끝낼 재주도 없잖아, 하고 면박을 주고 있다.
개발을 막는다며 온갖 방지책을 썼으나 막지 못한 북한에는 탄두수 미상인 몇 개의 핵폭탄이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직후에는 핵탄두 약 1700발과 ICBM 170기 이상을 보유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그렇지만 미국, 영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영토보전을 약속하자 핵무기를 포기했다.
북한은 온갖 규제에도 핵을 개발했고, 우크라이나는 3개 나라가 안전을 보장해 주는 대가로 그 많은 핵폭탄을 다 내주고 비핵화했다.
그랬는데 지금의 우크라이나 현실은 얼마나 비참한가 말이다.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세 나라 중에 한 나라는 침공을 해 왔고, 한 나라는 네가 가진 게 뭐가 있어 까불지 말고 항복해, 이러고 있다.
그렇다고 영국이 협상 테이블에 같이 앉아 조인한 미국과 러시아에 목숨 걸고 협정을 지켜야 한다고 몰아세운다는 뉴스는 들어보지 못했다.
나는 소심한 평화주의자이며 사람을 좋아한다.
세상 그 어느 나라도 그 어느 사람도 미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디든 여행을 하고 싶어 하고 스티미언이나 애터미 파트너들을 만나러 어디든 가고 싶어 한다.
이것이 내 행복이며 희망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크라이나는 우리나라가 과거의 겪은 수모를 그대로 답습하는 듯하여 가슴이 아프다.
다, 사랑이고 다 평화이면 좋겠다.
꿈같은 이야기겠지만 각 나라의 국익보다 지구 시민의 이익이 안전이 행복이 우선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하튼, 전쟁은 안된다.
2025/03/02
천운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