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경계(心境)에 대한 소고1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16 hou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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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 곰파 투어의 첫 방문지 이구 카스팡(Igoo Khaspang), 아랫 마을에서 이 곰파까지 흙먼지 날리며 비포장 도로를 덜커덩 뒤뚱뒤뚱 한참 올라가야 한다. 순례객들의 한나절 트레킹 코스라고 하는데 풀도 나무도 없고 먼지만 날리는 땡볕 아래에서 한참을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겠다. 교통 수단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에 보시에 의존하는 절로서 스님들이나 마을 사람들이나 차없으면 고생이 말이 아니겠구나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눈앞의 곰빠 풍경에 깜짝 놀라버렸다.

과거 한참 명상에 필이 꽂쳐 하루 너댓 시간 꼬박 수행 해도 특별한 체험이 없었다. 수련 후 단지 몸과 마음이 상쾌해 지거나 간혹 명상 중 단전 주위에서부터 진동이 점점 확장되면서 복부에서 등까지 빵빵해지고 궁둥이를 살짝 들썩이는 그 정도에서 지나가 버렸다. 온몸 에너지가 이쪽저쪽으로 움직인다거나 환상이 나타나는 그런 체험을 한번 쯤 경험해보고 싶었다. 물론 수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 경계일 뿐 이것을 집착하면 지나친 색탐(色貪)처럼 마장(魔障)이 될 수 있음을 이해했지만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가 나쁘다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그런 심뽀로 아주 지나치게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레도착후 하루가 지나서도 고산병 문제가 없으니 안심이 되어 현지 적응 겸 시내 나들이로 티베트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창 대화 중 눈 깜빡할 사이 민둥산을 배경으로 요밀조밀 모여있는 하얀 건물이 영상처럼 후다닥 지나가는게 아닌가! 하도 신기해서 동료에게 이게 뭐지 그 예기를 들려 주었는데 모두들 별일 아닌 것처럼 시큰둥하다. 나도 그러려니 했다. 세상에나 어제 환영이 뚜렷한 현실로 내 앞에 펼쳐 있다. 어제 그 환영이 어디선가 보았던 사진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예시(豫示)인 것인지.

모든 현상은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습니다. 마땅히 이렇게 바라 보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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