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송광사와 선암사 - 조계산이 품은 이란성 쌍둥이 사찰

in #travel7 years ago (edited)

2011년 5월 조계산의 초록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조계산은 산 자체로도 명산이지만 대한불교의 큰 사찰인 송광사와 선암사를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이 매우 크다 할 것이다. 아니 조계산이 불세출의 명산이기 때문에 하나도 아닌 두개의 큰 사찰이 둥지를 틀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른다.

송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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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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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는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이렇게 세개의 종파가 있으며 송광사는 조계종의 사찰이고 선암사는 태고종의 본산이다. 송광사는 삼보 사찰 중 승보 사찰로 유명한데 그만큼 많은 스님들을 배출한 사찰이라는 뜻이고 그 명성에 걸맞게 법정 스님 또한 송광사에서 출가하셨다.

송광사는 창건 당시엔 길상사라 하였는데 법정 스님이 서울 성북동의 대원각이라는 술집을 시주받아 이를 길상사라 명한 것은 다 그런 연고가 있어서였다. 또한 송광사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의 이름이 길상식당인 것은 그 주인장이 송광사의 내력을 잘 알고 있는 것이라 추측되는 부분이다.

송광사는 이렇듯 불교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사찰인데 반해 선암사는 태고종의 총본산임에도 불구하고 절 입구의 승선교를 떠올리지 않으면 잘 모르는 사찰이다. 물론 그것이 단지 필자의 미욱함으로 인한 것인지는 모른다. ㅎ

승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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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승선교는 그 다리의 밑으로 절 입구에 서있는 누각이 보이는 사진으로 유명한데 너무 알려진 터라 오히려 식상한 바가 있어 필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올렸다. 불가의 도량은 있는 듯 마는 듯하는데서 그 매력이 있는 것이지 이렇게 너무 알려지면 그 매력이 반감되기 마련이다.

마침 그때가 부처님 오신날 즈음이라 조계종과 태고종의 모습이 너무나 대비되어 재밌었다. 송광사는 연못 위에 널어놓은 연등을 보고서야 아~ 며칠 후면 부처님 오신날이군...하겠지만 선암사는 그 북적북적댐이 성탄절을 앞둔 서울 대형교회의 그것과 다름 아니었다.

송광사의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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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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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와 선암사는 절의 규모가 매우 비슷하다. 절의 규모를 보려면 부엌이나 화장실을 보면 가장 정확한데 송광사와 선암사의 화장실은 거의 비슷한 크기다. 송광사는 점잖게 '해우소'라는 한자 간판을 달았지만 선암사는 그냥 '뒷깐'으로 순박하게 써놓은게 이채롭다.

송광사의 해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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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의 뒷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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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과 태고종의 차이가 절집의 규모와 배치로도 드러난다는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송광사는 큰 전각이 굵직굵직하게 배치되어 있는 형태이며 매우 웅장하고 귀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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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선암사는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형태이고 필자가 보기엔 아주 서민적이며 오로지 구도를 위한 스님들의 정진장소로는 이보다 더 낭만적인 곳이 없어보일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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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너무나 다른 성격의 두 사찰이기에 얼마 전엔 두 사찰간의 큰 분쟁도 있었다 한다. 다행히 불도를 정진하는 스님들이라 큰 탈없이 넘어갔지만 종파간의 갈등은 어떤 종교이든 큰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들이 종교를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종파를 나누고 그로 인해 내가 옳네 니가 그르네 하면서 끊임없는 다툼을 하는 동안에도 이 모두를 품은 조계산은 너무나 평화롭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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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여행 때는 두 절집을 이어놓은 굴목이재로 한번 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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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가 고향 집 근처에 있어서 자주 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는 어려서 이렇게 크고 중요한 절인 줄도 몰랐습니다. :)

선암사는 여름에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아치 다리와 하늘거리는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자면 천국이나 다름 없지요. 녹음이 우거져 더위도 쉬어갑니다-

잘 보고갑니다

잘 보구 갑니당
경치가 아주 아름다워영

안녕하세요 rubymaker 님, 저도 종교는 불교는 아니지만 사찰을 찾게되면 무언가 느낌이 참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타지에 살면서 더욱 생각나고 그리운 사찰이네요^^ 한 주의 시작 활기차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종교인은 아닙니다. ㅎ
불교는 천년이 넘도록 우리 민족과 같이 했기 때문에 비록 불자가 아니더라도 깊은 산속 절집에 가면 평안을 느끼는게 아닐까 합니다.

네 맞는 말씀이시네요 멀리 있어서 더욱 그리워지는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절 내부에 흐르는 물도 그렇고 말씀하신것처럼 평화로운 풍경들이 너무 이쁩니다 :)
지난달에 용문사를 다녀왔는데 조만간 평안을 얻기 위해서
한번더 방문해봐야겠습니다

Canon 450D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물론 150kb로 크기를 줄여서 올렸지만 색감은 살아있는 듯하네요. 스마트폰 카메라와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마지막 세 개의 사진의 풍경을 보니 절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군대다녀와서 마지막으로 내일로 티켓을 사서 일주일간 혼자 여행떠났을 때 들렸던 곳 같네요.
요새 나홀로 묻지마 여행이 절실하게 그립네요^^

좋은 하루 되셔요!

여행은 역시 솔로 여행이지요. 7년전 전라도 순천지방으로 떠난 여행도 솔로였습니다. ㅎㅎ

엇! 진짜 제가 들렸던 절이 맞는 것 같아요~
잠시 DSLR에 빠져서 카메라 하나 들고 배낭 하나 메고 출발했던 여행인데^^
정해진 여정도 없이 발가는 데로 여기저기 돌아다녔었거든요^^

법정스님이 송광사에서 나오셨군요...ㅎ
처음에 스팀잇 하면서 성북동"길상사"에대서 쓴글이있어요 ^^*
https://steemit.com/kr/@hanwoo/life-without-possession
해우소,뒷간 이란 표현이 ....한학과 언문의 표시인가요?..ㅎㅎ
절이라 그런지 사진들이 편안해 보입니다^^*

우리나라엔 곳곳에 이런 보물들이 있지요.

쌍둥이 사찰이란 말씀이 맞는듯 합니다~
같은듯 다른 모습이네요!~ 오늘은 왠지사찰에 가면 들려오는 풍경소리가 참 그립습니다!~ ^^

항상 절에 가면 뭔가 마음이 평온해 지더라고요.
잘 보고 갑니다 ㅎ

조계종이 '보여주기'에 더 강한가... 싶습니다. 아무래도 조계종이 신도 수도 많고 '메인'종파라는 느낌도 많고... 사진이랑 설명 읽고 나니 과거에도 조계종이 신도가 더 많고 중심 종파였던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한번 검색해 봐야겠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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