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ffhanger : 격동의 이탈리아, 과연 탈출구는 있는가?

in #tooza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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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미대화 등 각종 이슈에 가려 국내 이슈가 상당히 많은 상황이지만,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유럽으로 가 보게 되면 이 곳 역시 상당히 시끌시끌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로는 'Irish Border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로 인해 난항에 빠진 Brexit 협상이며, 두 번째로는 집권 중도좌파 연합의 참패로 또 다시 Hung Parliament 를 구성할 수밖에 없게 된 이탈리아 문제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 문제는 Pro/Anti-Immigration Group 과 Pro/Anti-EU Group 이 복잡하게 합종연횡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의 탈출구는 있는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Results for Italian Election


지난 3월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극우 동맹당(구 북부동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전진 이탈리아당, 이탈리아 형제당 등으로 구성된 우파 연합이 약 37%의 최대 득표율을 가져갔다. 단일 정당으로는 오성운동이 득표율 33%로 1위를 달성했다. 집권 중도좌파 민주당은 채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18.9%의 득표율로 사상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이는 여론조사 당시 예측되었던 27% 수준의 득표율보다도 한참 악화된 결과이다. 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주당의 지도자인 마테오 렌지 전 총리는 사퇴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지율이 여론조사 수치를 상당히 하회하면서 선거 후 구도에 일부분 변화가 생겼다. 선거 전 대부분의 언론 및 예측 기관은 민주당의 집권이 지속될 것이며, 베를루스코니를 중심으로 한 중도우파 연합과 민주당이 연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모든 것을 뒤집었다. 민주당은 상상 외의 참패로 인해 오히려 민주당 자체가 캐스팅 보트가 되어 버렸으며, 중도우파 내부에서도 베를루스코니의 전진 이탈리아당의 지지세가 크게 감소하고 극우파 동맹당의 입지가 강화되면서 연정의 구도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Italian Election Results 2018
Compare to Latest E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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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TheGuardianSource : TheGuardian

위 도표 중 오른쪽 차트를 살펴보게 되면, 각 정당별 지지 변화 중 동맹당(Lega)의 지지율이 가장 극적으로 상승했으며, 집권 민주당(Centre-Left)과 전진 이탈리아당(Forza Italia)의 지지율은 각각 큰 폭의 감소를 나타낸 것을 볼 수 있다.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의 경우 지지율이 약진하긴 했으나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기는 상당히 모자란 상태이다. 때문에 결국 연정 협상에서 동맹당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형국이었으며, 이 동맹당의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가 타 정당과의 연정을 거부함으로써 이탈리아 정치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격류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Winner and Loser


Regional Leading Party for Election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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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Italian Interior Ministry / Design : @hingomaster

이번 선거에서 최대 정당(하원에서 23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으로 떠오른 오성운동은 비록 많은 지역에서 선전하였으나, 젊은 층 지지율이 여전히 낮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동맹당(하원에서 12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의 경우 새 지도자 마테오 살비니가 기존의 '북부 지역의 재정적 독립' 이라는 어젠다에서 벗어나 '반-EU', '반이민' 이라는 새로운 기치를 내걸면서 새로운 지지세를 얻는데 획득했다. 이 때문에 이전에 작성했던 포스팅에서 움베르토 보시를 위주로 한 동맹당의 원로 그룹 (구 북부동맹 'Lega Nord' 창립멤버) 은 현 동맹당 지도부에 대해 상당한 불만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전달해 드린 바 있다.

민주당의 경우 사상 최악의 참패라는 결과를 맞이했지만, 중도우파 연합과 오성운동이 비등한 지지율을 기록하였으며, 중도우파 연합에서 새로운 실세로 떠오른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가 연정에 대해 사실상의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연정을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성운동과 동맹당의 '포퓰리즘 연정' 을 상상해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동맹당 대표 마테오 살비니는 총리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오성운동과의 1:1 연합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명목상의 총리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역시 민주당과의 연대를 고려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유럽 극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프랑스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이 공개적으로 동맹당에 축하의 메세지를 나타낸 것 역시 하나의 부담이다. 동맹당은 비록 중도우파 내에서는 최대의 세력을 확보하였으나, 이 당의 정체성과 관계는 중도우파라기보다는 극우에 가깝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이탈리아 의회는 다양한 형태의 연정이 도출될 수 있다. 각각의 형태와 가능성을 아래에서 점검해 보도록 하자.

Options for Coalition


  • 포퓰리즘 - 극우 연합 : 오성운동과 동맹당의 연합. 아마 EU에게는 가장 끔찍한 옵션이 될 것이다. 하원 과반수를 훌쩍 넘기는 거대 반EU 연합이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영국이 빠진 지금 EU 역내 경제규모 3위의 경제 대국이다. 이탈리아의 EU 이탈은 유로화 체제를 뿌리채 뒤흔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모두가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이다. 다만 가능성이 다른 대안들 대비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 오성운동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된 포퓰리즘 정당인데다가, 동맹당과 같이 확고한 극우 노선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 포퓰리즘 - 중도우파 연합 : 오성운동과 전진 이탈리아, 동맹당의 3당 연합. 하원에서 45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어 상당히 안정적인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이 경우 그 강도는 약하지만 Pro-EU 성향인 베를루스코니가 중도에서 정책을 조정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EU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한숨 돌릴 수 있는 연합이다. 그러나 이 연합의 문제는 베를루스코니와 살비니 둘 다 총리직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서로 다른 성향으로 뭉친 전진 이탈리아와 동맹당은 연정 협상 과정부터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이 역시 가능성 높은 대안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 포퓰리즘 - 극우 - 중도좌파 연합 : 오성운동과 동맹당, 민주당의 연합. 실질적인 대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래 설명할 포퓰리즘 - 중도좌파 연합 다음으로 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 본다. 다만 이 경우 역시 총리직을 어느 당에서 맡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극우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 세르지오 마타렐라의 성향 상 오성운동 또는 민주당에서 총리직을 맡고 내각을 배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경우 동맹당의 강한 반발과 연정 협상 파기가 이루어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아래 설명하는 옵션이 도출될 수 있다.

  • 포퓰리즘 - 중도좌파 연합 :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대안이다. 현재 오성운동의 경우 의회 내 존재하는 모든 정당과의 연정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그나마 정치적인 부담이 덜한 민주당과 연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의 반발이 아직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 총리 마테오 렌지는 "오성운동의 파트너는 결국 동맹당뿐일 것" 이라며 강도 높은 어조로 밝히기도 했다.

  • 재선거 : 만약 이도 저도 안 된다면 재선거를 시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이탈리아 대통령은 현재 총리인 민주당의 파올로 젠틸리오니에게 재선거를 치르기 위한 임시 내각의 구축을 지시할 수 있으며, 재선거 일정은 오는 3월 28일부터 가능하다.

한편, 연정 형태 및 신임 총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아래와 같다.

Poll for Coalition Options
Poll for Next Prime Mini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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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di MarteSource : di Marte

So, What's Next?


이탈리아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어렵다. 모든 대안이 실현 가능하면서 또한 실현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재선거를 치르기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각제 국가가 늘 가지고 있는 불안이 그렇듯 재선거를 치르게 되면 연정 실패의 책임론이 누구에게 돌아갈 지 알 수 없다는 것도 그렇다.) 결국 가장 정치적인 부담감이 덜한 선택지를 각 정당이 고르게 마련인데, 이 때문에 포퓰리즘 - 중도좌파 연정의 가능성이 가장 크게 제시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한 이것과는 별개로, 이제 이탈리아 정치의 중심이 기존 정당들에서 신흥 정당들로 완전히 넘어왔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이슈이다. 이탈리아 정치는 과거 기독민주당과 공산당이 대립하던 1기를 거쳐 풍운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중도좌파 민주당이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했던 2기를 지나고 있었는데, 오성운동과 동맹당의 약진으로 인해 이제 이탈리아 정치의 2기도 그 막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오성운동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당이며, 동맹당은 극우파라는 것이다. 참으로 답이 없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 리스크가 향후 중장기적으로 유로화를 계속 괴롭힐 것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현재 주춤해 있는 달러화 약세가 조기에 종료되거나, 또는 글로벌 통화의 샌드백답게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엔화로 자금이 몰려가 그렇잖아도 정치 스캔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베 정권에 또 다른 타격을 안길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흐름들은 현재로써는 모두 예측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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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세상에는 참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도한 외국에서 한국을 봤을 때도 이런 시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적어주시는 세계 경제 이야기 때문에 시야가 많이 넓어지는 걸 느낍니다 ㅎㅎ

혹시 이 글을 SNEK의 독자분들에게도 공유할 수 있을까요? @홍보해

넵넵 ㅋㅋ 감사합니다!!

@hingomaster님 안녕하세요.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여기는 팀블로그인가요?
에세이 내용이 항상 좋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혼자 운영 하고 있습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용 잘봤어요!!
보팅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와아. @sochul 님 SI작가 추천에서 타고 들어왔는데 이런 영양가 있는 글을 읽게 되다니 기쁘고 감사합니다. 방치우러 가야해서... 다른 글은 못읽고 일단 급히 팔로우하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ㅎㅎ 방 청소 하고 오셔서 남은 글도 꼭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와우..
유럽쪽 정치에는 워낙 무지해서 정독을 해도
생소합니다^^*
대단 하십니다....
정치상황을 꿰고 계시네요 ^^*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우와.. 어찌 이리 박식하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궁금했던 이탈리아 소식 잘 정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