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21세기 살롱

in #stimcity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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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20세기의 살롱에 관해 이야기 할 때 그들의 관심은 무엇에 있을까요? 지적 호기심과 사교,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의 면모를 훔쳐보거나 질문 또는 대화를 나누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그건 요즘 말로 문화자본을 확대하는, 아니 획득하는 일로 여겨져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그들은 무엇을 얻을까요?



요즘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라는 강력한 온라인 살롱이 존재함으로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들고 그들과 인터랙티브를 빙자한 손가락 운동을 하며 아쉬운 대로 문화자본을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만나면 싸인을 받고 사진을 찍고, 비싼 값을 치르면 어쩌다 식사나 차를 한 잔 나눌 수 있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런 걸 살롱이라고, 교류라고 말하긴 좀 뭣합니다. 내 얘긴 뭘 한 게 없으니까요.



셀럽과 좀 더 깊이 있게 연결되기를 갈망하는 이들이 쉽게 손댈 수 있는 건 어쩌면 악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의 집중을 끌 수 있고 화제의 중심에 단박에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선망하는 그의 관심 리스트에 비록 블랙이어도 빠르게 진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방법을 선택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듯합니다. 소외가 깊어질수록 말이죠.



피곤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대중의 요구와 블랙을 마다하지 않는 스토커들의 자장 속으로 진입하기를 그리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서 현금자본을 공여받은 이들이야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뭘 받은 것도 없는데 손가락질의 대상에만 오르는 일은 말 그대로 허명에 불과하고 이제는 그런 것들을 선망하는 이들도 점점 줄어드는 듯합니다. 태생이 관종이라도 말이죠. 너무 피곤하고 심지어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기까지 하니까요.



서양의 선조들은 살롱에 모여들고 우리의 선조들은 사랑방에 모여서 뭘 했을까요? 국정을 논하고 철학과 예술, 고담준론이 오고 갔을까요? 뭘 했든 서로 죽이 맞았으니 그게 계속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 문화자본 없이 참여한 손님들은 하다못해 찻값이라도 지불을 했을테구요. 작가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권한 또는 그를 자신의 테이블로 초대할 수 있는 권한은 게스트의 재력과 영향력에 비례했을 겁니다. 상대가 매력적으로 느낄 만큼의 예술적 감각과 철학적 사고를 가진 동류들을 제외하고는 말이죠.



그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어 이들을 후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예술이란 것들, 사상이라는 것들이 인류사에 피어날 수 있었죠. 후원이라는 것은 작가로 하여금 대중의 수준으로 자신의 감각을 무디게 하지 않게 하는 숫돌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단 한 사람이 인정하는 예술, 그가 후원하는 예술은 역사의 무지를 이겨내고 자신의 때를 따라 꽃을 피웁니다. 그게 100년이든, 1,000년이든 언젠가 발현하고 맙니다. 그러나 대중의 그것은 감각을 자꾸 무뎌지게 합니다. 대중의 수준은 평균이고 소수가 아니니까요. 유니크한 것이 다수일 리는 없으니까요. 결국, 나의 감각도 그 평균의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고 각광받을수록 더욱 깊이 정진해 낼 동력을 얻기 힘들어지는 것이죠. 유혹이 많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물론 천재들은 어디서나 발현합니다만.



후원자들이 이끌어온 문화의 중흥이 대중성이라는 잣대에 의해 얼마나 보급로를 차단당했는지, 이제 예술가와 사상가는 사라지고 오로지 셀럽들만이 전방위적으로 모든 분야를 장악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사라져가는 것들, 피어나지 못하는 것들을 바라보며 '돈이 안 되니까' 할 뿐입니다.



셀럽은 도대체 뭘까요? 사람의 관심을 끄는 사람. 그것은 예술입니까? 사상입니까? 대중 관심의 집합체, 상징. 배우도 가수도 작가도 아니고 요즘의 문화 현장에는 온통 셀럽들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새 모든 예술과 사상의 목표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심지어 종교조차 그렇습니다. 그러니 인류의 정신세계는 대체.



돈 되는 걸 하려면 사업을 하면 되고 비즈니스를 할 거면 글은 뭣하러 쓸까요? '예술하고 있네.' 이 소리가 욕이 되는 세상에서 뭐하자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걸까요? 다 자기 좋으라고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후원자는 나뿐입니다.



1920년대 유럽의 살롱을 꿈꾸며 이곳을 열었다는 20세기 소년의 말을 들으며 그런 꿈을 스팀잇에서도 꾸는 이들이 여럿 있었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세기의 살롱은 왜 사라졌을까요? 부자가 가난해졌기 때문입니까? 예술가와 사상가가 부자가 되었기 때문입니까?



후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예술과 사상에는 절대적으로 그것이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이 암호화폐가 그것을 해결해 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모두가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일입니다. 그 밖의 것들은 모두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내 것에 내가 후원하는 것으로부터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경야작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그것이 가능한지 실험해 보는 활주로입니다. 파일럿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는.



후원을 해달라 하면 얼마를 해야 할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애매합니다. 우리는 예술가와 사상가를 후원하기보다 플랫폼을 후원하는 일에 더 익숙하니까요. 그들의 광고를 후원하느라 지갑을 여는 일에는 왜 그리 관대할까요? 예술가와 사상가가 자신의 것들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생계 때문에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들을 하며 자괴감 속에서 붓을 꺾고 펜을 꺾다 보니 우리의 고개도 자꾸 꺾입니다. 세상이 혼란해도 누구 하나 이게 왜 그런지 납득할만한 답을 내어주는 이 없고, 마음이 공허해도 그것을 달래주고 도닥여줄 예술은 20세기에 멈춰버렸습니다. 21세기는 온틍 그때의 것들로 재탕삼탕하고 있으니 지금이 20세기인지 21세기인지,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누구도 후원하지 않을 겁니다. 예술이고 사상이고 척도는 돈이 되어버린 지 오래니 자신의 것도 예술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뽀개버리는 마케팅 장인들만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괜찮습니다. 다들 그러라고 두고 우리는 예술을 하고 사상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점점 희소해지겠죠. '아니 아직도 글을 쓰는 이들이 있네.' 사람들은 그러겠지만. 뭐 어떻겠습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건데.



일단 커피를 팔고 술을 팔아보고 있습니다. 살롱도 그랬다죠. 여기서 누군가를 만나면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프로그램도 열어보고 있습니다. 뭐든 함께 해 보는 일이 자꾸 생겨나겠죠. 그리고 남은 시간은 글을 쓰고 칼을 갈기로. 누가 준 숫돌은 없지만 벽돌이라도 한 장 가져다 갈고닦고 하다보면 뭐라도 나오겠죠. 그게 꼭 돈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후원하는 일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응원은 필요 없습니다. 후원에는 돈이 최곱니다. 예술과 사상에는 돈이 필요 없지만, 그들의 생계와 그것에 대한 후원에는 오로지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돈 달라고 경매를 부쳤습니다. 여기 끼고 싶은 이가 누구라도 있다면, 이들이 내어 놓을 그것에 대한 기대가 있는 누구라면 이걸 살 수 있습니다. 이 벽을 살 수 있습니다. 인연이 물질이 되어 발현된.



'대중 따위 신경도 쓰지 말고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그것을 하십시오. 후원은 내가, 우리가 하겠습니다.' 이런 말을 누가 해줄까요? 기다리지 말고 내가 하겠다고 내 것에 내가 가치를 지불하겠다고 @upvu에 임대들 하신 거 아닙니까? 잘하셨습니다. 그렇게라도 버티십시오. 같은 이들끼리 서로 후원하면 좋겠지만, 혼자라도 버티다 보면 좋은 세상은 오지 않아도 내 것은 자꾸 늘어나고 날카로워지겠지요.



넘어서야 할 벽을 마주한 게 아닙니다. 21세기의 살롱이 되어줄 우리의 공간에 벽 하나를 세운 겁니다. 그것에 누구도 동참할 수 있습니다. 와서 커피 한 잔 먹어도 되고 맥주 한 컵을 들이켜도 좋습니다. 그리고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 경매에 참여하는 겁니다. 여기 누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 되어 이벽이 빛나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누가 처음으로 50만원을 입찰했습니다.
자기가 세운 벽이어도.







[20세기의 여름]

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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