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연말결산] [스팀시티]의 양자적 실존에 관하여

in #stimcity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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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Paris, by @roundyround



그것은 마치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습니다. [스팀시티]에 관하여 말을 하면, 그건 실체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현상은 실재하고 누군가는 그에 대해 말을 하고 증거하기까지 합니다. 또 누군가는 선망하기도.



그럼에도 우리는 그게 뭔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경험과 상상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마치 양자적으로 실존한다 말할 수 있습니다.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실존하기도 하고 실존하지 않기도 하고, 열어보고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존재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닌 마법 고양이처럼.



그래서 이것에 대해 말이 많고 인식이 저마다 다릅니다. 그것을 합치시키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냥 그대로 둘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인식의 방식에 따라 그가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관찰자의 인식과 세계관이 어떠한지 역으로 파악해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러므로 [스팀시티]에 관한 인식은 관찰자를 발가벗기기도 합니다. 관찰자의 위치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입니다. 마음가짐과 태도, 진정성과 신념.



그래서 혼돈스럽습니다. 저마다 이것에 대해 의견과 판단이 분분합니다. 그러면 이것은, 이것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물론 무관심하거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은 이 글을 읽지도 않을 테니 논외로 합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니



천국 같은 [스팀시티]는, 그곳이 천국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얻기 위해 침노해야 할 것입니다. 싸우고 부딪히고 빼앗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죄가 아닙니다. 무에서 유가 시작되는 모든 일은 폭력으로부터 입니다. 어머니의 자궁을 찢고 나오는 아이의 탄생도 그렇고, 바위마저 뚫고 나오는 새싹 역시 그렇습니다. 중력을 거스르는 일. 그것은 부딪힘입니다. 그 모든 것은 갈등으로부터 발아합니다.



대륙을 개척하고 땅을 차지하는 일. 모든 문명은 전쟁으로부터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문명은 도전과 응전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해 왔습니다. 그 결과물 위에 우리는 화평을 누리고 있으나 이 또한 수많은 갈등의 파도 속에서 얻는 순간적인 복일뿐입니다. '벤쳐 venture' 라는 행위의 기본 속성이자 숙명이 아니겠습니까? 불만과 불화로부터 시작되는 변화 말입니다.



그러므로 [스팀시티] 역시 갈등 속에서 잉태될 것입니다. 그것을 빼앗으려는 자는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그것에는 아직 주인이, 시민이 없습니다. 다만 그곳까지 가는 길을 책임질 총수와 가이드로서의 마법사가 있을 뿐입니다. 누구도 아직 그곳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길에는 소란스러움이 존재해야 합니다. 침노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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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Paris, by @roundyround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으면 인생이 지루합니다. 지금, 여기 스팀잇은 꽤나 지루합니다. 아무 갈등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때 우리는 치열했습니다. 그러다 두 개 세 개로 분리되기도 했습니다. 죽자고 싸우던 이들이 갈라져 새로운 세상을 두 개 세 개 더 열었습니다. 그리고 떡상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빅뱅이고 우주의 진화입니다. 그것이 더러워 피한 이들은 부자라도 됐을까요?



레이스는 격렬하고 치열합니다. 일등하기 위해, 입상하기 위해, 완주하기 위해 저마다 피 흘리고 땀 흘리며 경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즈덤 레이스>는 좀 조용합니다. 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고, 하는 이들마저 조용히 각자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스팀시티]는 천국이 아닌가 봅니다. 그러면 얻어도 그만 못 얻어도 그만인 시민권에 왜 도전하는 걸까요? 다들 한가한가 봅니다.



보다 못한 마법사는 20세기로 이들을 이끌었고 한 세기 전의 공간에서 우리는 격렬했습니다. 격렬하게 흥분했고, 행복했고, 당황하고 갈등했습니다. 그건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유례없는 세계대전이 2차례나 일어났던 격동의 20세기에 문명은 도대체 얼마나 진보를 이룩했습니까? 보세요. 20세기는 여자와 아이가 인간의 대접을 받기 시작한 첫 세기입니다. 노예와 종들이 신분에서 해방을 얻은 첫 세기입니다. 바로 이 땅에서 말이죠. 또한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도 조용합니다.



오십시오. 달려오십시오. 레이스가 아닙니까? [스팀시티]의 실존은 오로지 레이스 위에서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400개의 포스팅이 장난인 줄 아십니까? 과격하고 격렬하고 위험이 사방 도처에 널려 있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헐떡임 없이 이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신천지에서 자리 하나라도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양자적 실존은, 클릭 한 번 잘못해서 수백억을 날릴 수도 있는 사방이 지뢰요 폭탄인 전쟁터 한복판에서, 뒷걸음질 치는 이에게는 부비트랩을, 갈지자 횡보를 걷는 이에게는 기관단총을 난사해대는 한복판에서 경험되어지는 신비입니다. 원하는 것을 보고 만지는 일. 그것, 파란색과 빨간색의 불꽃 레이스 말입니다.



그러니 그대는 격렬하게 갈등하십시오. 총수에게, 마법사에게, 러너 상호 간에 치열하게 대들고 부딪히십시오. 나의 공간을 확보하고 점유율을 높이며, 따라오는 이들을 따돌리고 앞서가는 이들의 발목이라도 잡으십시오. 겁먹고 쫄아서 내빼다가는 어둠의 동굴에 갇혀서 수만 생을 다시 태어나도 바깥공기 한번 못 맡아보는 두더지가 되고 말테니.



관심과 열정은 갈등과 당황을 수반합니다. 그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다는 증명입니다. 지루하기만 하다면 레이스 뭣 하러 하겠습니까? 자신과의 싸움은 사우나에서나 하십쇼. 여기는 피가 튀고 기회가 쏟아지는 경주의 현장입니다.



용기 있는 자들이 걷고 뛰고 있습니다. 그들은 침노하는 자들입니다. 경계를 넘어 경쟁자의 다리를 걸고 멱살을 잡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면. 그마저도 끌어안는다면. 우리는 이미 [스팀시티]에 도달해 있을 겁니다.



[스팀시티]의 첫 번째 시민은 누가 될까요?
그가 모든 것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가 사다리를 걷어 차버리기 전에
어서 머리끄덩이부터 붙들어 놓으십시오.



그건 유혹이고 사탕발림일지 모릅니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주겠다는 기만적인 태도와
언제나 이런 것을 열망해 왔다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뒤로 감추는 사기적 몸놀림일지 모릅니다.
뭐 어떻습니까?
레이스는 지저분해야 제맛이고
진흙탕 싸움에서 진주가 피어나겠죠.



마법사는 웃으며 지켜보겠습니다.
그간 혼자 격렬했으니.
가만있지 말고
마법사 등에 칼이라도 꽂아보세요.
와락 끌어안고는
서로의 심장을 관통시켜버릴 테니까.





2021년에는 이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하나, 도서출판 춘자의 신간 <개새끼소년>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아마도 국내 최초였을, 어쩌면 인류 최초였을) 도서 NFT로 발간되었습니다.



둘, <20세기의 여름>과 <20세기 영화제> 가 장충동 20세기소년에서 개최되었습니다.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열린 본 행사는 춘자 인사이드와 [스팀시티] 커뮤니티 센터의 공간 운영에 관한 시뮬레이션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커뮤니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2022년에는 이런 일들이 있을 예정입니다.



하나, 파리 인베이젼

지난 11월 파리 마레지구에서 춘자는 새로운 포탈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도시 [스팀시티]로 가는 또 다른 포탈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을 침공할 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들의 것이니까요.

춘자가 그대들을 초대할 겁니다.



둘, 출간 예정 신간

도서출판 춘자의 4번째 책이자 라총수(@roundyround)의 책 <이 낯선 여행, 이 낯선 세계>가 출간을 앞두고 있고 젠젠님(@zenzen25)의 <길 위의 술(가칭)>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수점님(@sanscrist)의 <인간사이 in Kansai(가칭)> 여행기 역시 내년에 기대되는 출간 예정작입니다. 물론 그 밖에도 명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춘자가 점점 각성하고 있으니 속도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셋, 그리고 Secret Project

그리고 뭔가 모두가 깜짝 놀랄 시크릿 프로젝트가 비밀리에 진행 중입니다. 그건 안 가르쳐 줍니다. 마법사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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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Paris, by @roundyround



2022년은 임인壬寅년 바다호랑이, 범고래의 해라고 합니다. 유독 인寅 일주가 많은 [스팀시티]는 호랑이 천지인데 호랑이가 고래가 되는 둔갑술은 임인년에 본격화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고래들이 탄생할까요? 그러려면 우리는 바다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좁은 동물원 안에서야 바다의 고래로 어떻게 변신하겠습니까? 집채만 한 파도가 휘몰아치고 칠흑 같은 어둠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검은 바다를 감당해 낼 수는 이들만이 우리 속 호랑이에서 바다의 고래로 변신할 수 있겠죠.



이미 3년이 흘렀습니다.
레이스,
너와 나의 간격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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