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낙엽이 지기 시작하면서
첫눈을 기다린다
그러다 첫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적설량을 확인도 하지 않고
설경을 기다린다
첫눈은 언제나
뜨락 키작은 향나무에 내리고
장독대 위에 소복이 쌓인다고 상상을 하며
발자국을 나란히 새기게 되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겨울마다 첫눈은 내리고
설렘은 첫눈처럼 밟히고 잊혀졌다
기다리는 마음만 지금도 남아
가로등처럼 첫눈을 기다린다
겨울 편지/ 박세현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애를
당신의 잔기침 곁에 앉아 녹이고 싶습니다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에 관해
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해
당신의 속상한 침묵에 관해
이제 무엇이든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의 바람벽에 등불을 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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