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steemzzang5 hours ago

겨울이면
바람이 울고가는 갈대숲에서
하얀 종이꽃 접는 소리가 들렸다

갈꽃에 얹힌 눈을 털어
춥다는 말도 못하고 죽은 꽃들의
고별식을 위해 종이꽃을 접었다

갈대들이 서로 허리를 스쳐가며
하늘로 돌아가는 꽃향기들을 위한
레퀴엠을 노래하면
강물을 서서히 흐름을 늦추며
한 겹씩 얼음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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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에서 /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은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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