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너 엄마 보고 싶지 않니?
진짜 엄마
아니야,
우리 엄마 나 먹으라고 옥수수 찌고 있어
맛있는 냄새 나잖아
너 낳은 엄마는
시장에서 팥죽장사 하고 있어
장터를 돌고 돌아도
팥죽 장사는 보이지 않았다
뙤약볕이 프라이팬처럼 발바닥을 지졌다
진짜 엄마는 나중에 찾아도
화가 나서 벗어던진
초록색 뼈쓰레빠가 생각났다
입이 타들어간다
팥빙수 아저씨를 쳐다본다
꼬마가게에서 파는 비닐봉지 쥬스
파란 통에서 꺼내주는 아이스케키도
나를 두고 지나간다
고개를 치켜든 암탉과 호박잎을 놓고 앉은
시장 골목 어귀가 환하게 밝아온다
빛은 화살처럼 달려와 덥썩 나를 안고
아이스케키 장수를 부른다
진짜 엄마가 울보를 찾아 달려오던
어린 날의 장터
장터 / 정호승
내 아배는 등짐장수.
소금 한 짐 등에 지고 장터 따라 떠돌던
내 죽은 아배는 등짐장수.
초승달 지듯 등짐 지고
소금 흘리며 소금 흘리며
장꾼들 오고 간 고갯마루 위에 올라
말똥 쇠똥 나귀똥 달빛에 불 질러 논
죽은 내 아배는 소금 장수.
나는 젊은 장돌뱅이.
쌀 한 말 감자 한 말 보리 닷 되 등에 지고
몽당비 처녀 귀신 으흐흐흐 따라오는
닷새장 새벽 고개 넘어가는 장돌뱅이.
장꾼들 틈에 앉아 소금 뿌리던
죽은 아배 단 한 번 만나기 위해
나는 해 지도록 해 지도록 보리 닷 되 팔고
장꾼들은 술잔에 떨어지는 별을 마신다.
주안상 흥타령 깊어가는 밤
남사당 처녀 가수 남은 노랫소리에
소주 마신 듯 소주 마신 듯
건갈치 한 마리 사 들고 재를 넘는
장돌뱅이 긴 달빛 그림자.
달빛에 치마폭 펼치어놓고
쌀 판 돈 소 판 돈 살 구어 먹던
작부는 지주 아들 손잡고 달아나고
흰 소금 뿌리듯 달빛 뿌리며
병천(竝川) 장터 들끓던 만세소리 들으며
닷새장 고개 넘는 나는 젊은 장돌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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