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가 지나도 몰랐네

in #steem7 days ago

하지가 지나도 몰랐다.
어제가 하지였다는데 몰랐다.
하지가 되면 감자를 캐다가 쪄먹었는데
보리밥이 싫어서 하지가 되기만을 기다렸던 세월이 있는데
그 하지가 와도 몰랐으니...

하지가 되면 텃밭에서 감자를 캐서 먹기 시작하고 하지지나 열흘 되면
옥수수수염을 봐가며 옥수수를 따온다.
그럼 감자만 먹던 것과는 또 다른 세상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또 이삼주 지나면 고구마 두둑을 살펴보면서 살짝 갈라진 곳을 옆으로 파가면서 알이밴 고구마를 캐는 게 아니라 따다 먹기 시작한다.

그런 여름의 시작인 하지를 몰랐다니
살기가 편해지니 철이 가는 것도 모르는 게 간다.
맨 감자보다 밀이 수확된 면밀 가루와 감자로 범벅을 만들어 먹으면 더욱 좋았는데 어쩌다 미국에서 보내주는 밀가루라도 배급이 되면 그건 따봉이 따로 없는 날이었다.
여름이면 칼국수 수제비도 참 많이 먹었던가 같다.

이젠 그런 날들이 그리워지니 이것도 병인가 모르겠다.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3
JST 0.029
BTC 60875.99
ETH 3386.90
USDT 1.00
SBD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