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도 당신이 없다 (발췌 2)
피아노와 소녀
당신 같은 날입니다.
레체 거리에 어둠이 내려앉았고, 가녀린 빛줄기처럼 적막한 공간 틈새로 선율이 흘렀습니다. 맞은편 성당 계단에는 그 선율에 마음을 빼앗긴 턱을 괴고 앉아 감상에 젖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유난히 피아노 치는 남자의 얼굴이 빛났고, 손가락은 건반 위를 마음껏 유영했습니다.
갑자기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립니다. 엄마 손을 잡고 밤길을 가던 소녀가 선율에 맞추에 춤을 춥니다. 모두가 감상에 젖어 있을 때, 소녀는 원을 돌며 춤을 추었습니다. 그 모습을 담으려 했지만 요정처럼 프레임이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 음악의 기쁨, 환한 웃음은 담지 못했습니다. 진정 소중한 것들은 늘 우둔한 나를 비껴갔음을 깨닫습니다.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붙잡아야 할 것을 놓치고 살아온 삶이 원망스럽습니다. 연주가 슬퍼졌습니다. 소녀는 춤을 추었고, 나는 그 자리에 머뭅니다.
당신을 헤아리는 밤입니다.
_백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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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아 에 장면이 보일듯, 참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