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6일차.

in #santiago7 years ago

순례길 6일차 (2017.06.12)
에스테야 - 로스 아르코스(Los Arcos) 23km.

오늘은 아침에 출발하려는데 배가 살짝 아픈것이 동생에게 먼저 출발하라고 하고선 조금 늦게 7시쯤 나섰습니다.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진 않았기에 금방 따라잡을 수 있었어요. 마을을 나가는데 길을 잘못 들었던지 워낙 미로같아선지 조금 헤매긴 했지만 다시 길을 잘 찾았네요. 이날은 산티아고길을 준비하던 때에 가장 흥미롭게 봤던것중 하나인 공짜와인 계수대를 만날 생각에 유독 발걸음이 빨랐던것 같아요. 마을을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그곳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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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적힌 Bodegas Irache 라는 와이너리에서 순례자들을 위해 왼쪽 꼭지는 와인을, 오른쪽 꼭지는 식용수를 공급해 주더라구요. 가진 물통엔 물이 가득 차 있어서 가리비 껍데기로 맛만 봤어요. 사촌동생은 물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작은물통 하나가 비어서 300ml 정도 따라갔어요 ㅋㅋ 이걸 오늘의 여정 내내 조금씩 마셨는데 도착할때 즈음엔 꼭 유럽에서 겨울에 마시는 댑혀먹는 와인 같을 정도로 따뜻하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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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곳에서 인증샷도 한장 잊을수 없겠죠?? 힘든 여정을 걷는 순례자들을 위한 와이너리의 배려에 다시한번 감사함을 느끼고 순례길 위에는 많은분들이 순례자들을 위해 이런 배려를 해 주시는게 참 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와이너리의 언덕을 지나 가던길을 마저 가는데 아침8시가 채 되지않아 아침해의 붉은빛이 구름사이를 파헤치고 나오는게 참 인상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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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왼쪽편엔 구름이 얼마 없는게 꼭 한폭의 그림같기도 하지 않나요?? 이 길을 따라 약간의 언덕길을 걷다보니 예전 미국에서 봤던 그랜드캐년에 버금갈 정도의 웅장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비록 사진으론 조금 부족한듯 하지만 어딜가나 항상 느낍니다.눈보다 좋은 카메라는 없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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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광활한 대지를 보다보면 꼭 그저 앉아서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싶어 집니다. 한시간여 걸었을까 하루 일정의 1/3정도를 가다보니 이런 좋은 경관을 가진 Bar 가 나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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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다들 한자리씩 자리잡고 커피를 한잔씩 하고 있네요. 우리나라완 지형이 많이 다른듯 하면서도 미국 서부에 비한다면 제법 산도 있는것이 비슷한듯도 하고 이런 분위기가 바로 스페인 아닐까요?

스페인 고유의 분위기에 취해 걷다보니 여느때나 보던 표지석이 나왔는데, 오늘은 조금 다르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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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트래킹화를 올려두고 그 속에 흙을 채워서 풀이 나고 있는게 나름 귀여운듯 해요. 노란 화살표가 산티아고길의 방향을 나타내는 가장 흔한 표시예요. 오늘도 역시 저 노란 화살표를 따라 길을 걷고 또 걷습니다. 같은 배낭을 메고 같은 밀짚모자를 쓰고 매일 제일 뒤에서 제일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다 보니 한국에서 작가를 하시던 한 여성분께서 저희들의 모습이 워낙 인상에 남아 뒷모습을 하나 찍어 주셨는데 이것도 참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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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걷다 보면 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게 되는데 저희들의 뒷모습이 찍힌것이 나름 의미가 있었던것 같아요. 누군가의 뒷모습을 찍을 때 느낀것 중 하나 참 우리 인생과 비슷하지않나 싶어요.

‘ 저기 앞서가는 이의 뒷모습은 참 훌륭해 보이고 멋져 보이지만 본인에겐 얼마만큼 고되고 힘든 노력을 하는지 모르기에 그 사람이 나아간 길을 한발한발 따라갔을 때 비로소 그사람의 노력이 더 멋져보인다.’

이렇게 저희도 앞서가던 이를 한발한발 따라가다 버니 어느덧 오늘의 목적지 로스 아르코스에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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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엔테 라 레이나 처럼 상당히 한적한 동네지만 스페인의 어느 작은 마을을 가더라도 성당은 꼭 하나씩 있어요. 야곱의 순례길에 참 어울리는 분위기라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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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6일간의 걸음에 조금은 지쳤기에 밥을 해먹기보단 간만에 코스요리를 사먹기로 했어요. 코스요리라곤 하지만 흔히 부르는 ‘순례자 메뉴’ 인데요, 나름 전식, 본식, 후식 순으로 나오기에 코스요리임에는 틀림없네요. 가격은 식당마다 상이하지만 적게는 8유로 정도부터 비싸게는 20여 유로까지 다양합니다. 가격에 보통 물 또는 와인 한잔이 포함돼 있고 둘 다 포함된 경우도 있어요. 안타깝게도 이날의 음식사진은 없네요 ㅜㅜ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끝났네요. 보잘것 없지만 주절주절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의 가계부
    알베르게 - 6유로
    세탁 - 3유로(2인기준)
    저녁 - 12.5유로
    맥주 - 1유로

총합 - 22.5유로
(저희는 매일 세탁기를 이용했는데 이걸 한명분으로 굳이 나눈다 해도 그 금액으론 세탁기를 이용할 수 없기에 항상 세탁은 2인기준으로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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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하하하하.
그 사진 전해준 게 저잖아요^^

그리고 저기 '로스 아르고스'표지판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우리 사진 중에 저 표지판 사진이 없는데, 아주아주 기억에 남는 마을이거든요.
왜냐면, 전 저 왼쪽에 있는 휴게소(?) 음료수 자판기만 몇개 있었던 그 휴게소 앞에서 너무 힘들어서 거의 울고 있었거든요.
거기서 숙소까지 800미터를 가는데, 한걸음 한걸음 울며 걸었던 기억이 너무 생생해요.
그런데, 그때 너무 힘들어 이 곳의 사진을 찍지도 못했거든요.
너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ㅜㅜ

어라 여기서 뵙네요!!ㅋㅋㅋ 저는 사진 찍었던걸 많이 지워버리는 바람에 사진들이 엄청 한정적이네요 ㅠㅠ 그리고 숙소 사진들이 특히 없는게 아쉬운데 다음에 가게 된다면 이것저것 많이 찍어두려구요 ㅎㅎ 무튼 여기서 이렇게 뵈니까 또다시 너무 반갑네요!!

very good photography but i wish i could read your article any way thanks for sharing amazing beauty of nature.

Thank you by the w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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