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독서중] 작은 땅의 야수들(김주혜)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만이다. 그리고 그건 호랑이 쪽에서 먼저 너를 죽이려고 할 때 뿐이다. 그럴 때가 아니면 절대로 호랑이를 잡으려 들지 말아라.' (p 23)
일제 침략기에 관해 다룬 소설은 많다. 대표적으로 조정래 작가의 [아리랑]이 있다. 그 책을 읽을 때 왜 그리 배고 고픈지, 한 밤 중에 밥에 김치 올려 놓고 퍼 먹던 기억이 난다. 너무 가난했던 우리 조상들과 그 암울함이 어떤 허기로 다가왔음이 분명하다.
[곱게 자란 자식] (이무기)이라는 만화는 그 장면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책 읽기가 괴로운 분들께 꼭 추천한다.
재미와 감동과 슬픔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이 소설에도 당시 백성들의 절대적인 배고픔과 가난 삶이 그려졌다.
호랑이 사냥꾼의 자식 정호, 엄마 손에 이끌려 50원에 기생 집에 넘겨지는 옥희,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어린 인력거꾼 한철.
그럭저럭 성장해 때 되면 결혼하고 자식들 낳아 온순하게 살아갈 사람들의 삶을 암흑기는 그냥 놔두지 않았다. 정호는 경성 거지가 되었고, 옥희는 예기를 익혀 손님을 받았으며, 한철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인연이란 묘해서 정호는 첫눈에 옥희에게 영혼을 빼앗겼고, 옥희는 한철에게 마음을 준다.
일본군들이 한반도를 유린한 끝에 만주까지 점령하던 당시에는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공산주의가 서로 연대하여 독립 투쟁을 했다.
그 중심 인물이었던 이명보는 유학파 출신에 지주의 자식이었으나 모국의 현실에 슬퍼하며 가산을 털어 독립 자금으로 썼다. 정호는 명보의 인간 됨됨이에 매료되어 건달 생활을 접고 수하로 들어간다.
전성기를 맞은 옥희는 극장 공연으로도 명성을 날려 뭇 사내들의 구애를 받았으나 한철 만을 사랑했다.
좌절한 정호는 만주로 떠난다. 한철도 옥희를 사랑했지만 기생을 아내로 들일 수는 없었다. 둘은 헤어졌고 한철은 경성 제일의 부자 김성수의 사위가 된다.
이명보는 정호에게 일본 부총독을 암살할 것을 명령했고 암살에 성공하여 간신히 귀국한 조선 땅은 굶어 죽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절망의 세월 끝에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을 맞이한다. 그 사이 한철은 자동차 산업으로 부자가 더 되었다.
친일파로 호의호식했던 김성수가 3.1 운동 때 마지못해 태극기를 제작해서 배포한 덕분에 무혐의 처분된 반면, 독립운동에 공을 세운 것은 싹 무시되고 공산당 활동에 일본 장교가 증표로 준 담배 케이스를 지녔다는 이유로 처형당한 정호의 삶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저자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작은 땅에 호랑이가 살았다.
함부로 건드리지 말아라. 만만히 볼 땅과 민족 아니다.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말인 거 같다.
이 책의 의미는 대한제국의 역사와 일본의 만행, 당시 궁핍했던 서민들의 삶을 인상적인 주인공들을 통해 영어로 묘사해서 전달했다는 점이다.
두루 알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또 안 당한다. 저자의 외조부가 김구 선생 밑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분이라 하니 이런 주제 의식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흥미롭게 읽혀진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조정래 선생의 작품을 읽고 김제 아리랑 문학관을 방문하기도 했었죠.. 당시의 암울했던 실정을 이해하는데 조금 도움이 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