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신을 돌이켜보자. 인간은 무슨 욕망으로 사는가? 행위를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화시키면, 다음과 같다.
　
　
1> 죽어도 죽지 않으려고 한다.
2> 산다는 전제하에, 잘 먹고 잘 살려고 한다.
　
　
인간의 사는 모습이 다양하다는 것은 저 ‘잘’의 가치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크게 보아 저 위 두 명제로 수렴된다. ‘잘’의 어떤 양상이 심지어 죽음조차 감내하게 하는 경우가 있지만, 매우 특수한 경우다.
　
　
김정은도 동물이다. 그리고 인간이다. 호모 사피엔스다. 우리랑 유전자 배열이 한 개도 안 다르다. 그런데 자꾸 김정은에게 속지 말라 호통치는 이들은 김정은을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외계인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김정은의 행위 동기는 다음과 같다.
　
　
1> 김정은은 적화통일을 원한다.
2> 김정은은 적화통일을 못할 바에는 남한을 멸망시키려고 한다.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왜?
　
　
그럴 리 없다. 판단의 근거는 간단하다. 그러면 죽는다. 김정은이 그걸 모를 리 없다. 이걸 인정하기 싫은 이들은 또 추가적인 가설을 내세운다.
　
　
3> 김정은은 그러면 죽는다는 걸 모를 정도로 멍청하거나 망상이 있다.
　
　
내 생각은, 저런 되도 않은 가설을 쓰는 이들보다는 김정은이 똑똑하다는 것이다. 스위스 유학파 출신에, 수학도 잘했대고, 독어는 못하지만 영어도 한댄다. 당신보다 멍청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더구나, 세계최강대국의 우방국이자 치안이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 대부분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고 입만 나불대는 우리와는 달리, 김정은의 경우 자신의 선택 하나하나가 자신을 살게 할 수도 있고 죽게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우리보다 훨씬 집중해서 결정을 내린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입으로만 나불대는 당신보다 멍청하다고?
　
　
삼십대 중반이다. 살 날이 한참이다(건강관리는 좀 해야할 체형으로 보인다만). 와이프도 예쁘다.
　
　
저 사람이 삶이 아니라 죽음을 추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잘’의 가치기준이 죽음을 감내하게 만드는 그러한 신념? 김정은을 외계인으로 묘사하는 이들이 늘어놓는 북한의 특수성을 보자.
　
　
공산주의. 공산주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봉건왕조. 그래서 뭐? 봉건왕조의 왕이 제 죽을 길을 찾아가는 사람인가?
　
독재국가. 그래서 뭐? 독재자가 되면 죽음을 안 두려워하게 되나? 더 두려워하게 되지. 가진 게 많아서.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것이다? 자본주의자나 민주주의자는 거짓말을 안 하나? 인간이 사회 속에서 개체성을 가지고 사는 존재인 이상, 거짓말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거짓말도 왜 하나? 그것도 보통 살려고, 잘 먹고 잘 살려고 한다.
　
　
누가 죽을 길로 찾아들려고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적화통일은 실패하면 죽을 길, 성공해도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길이다. 김정은의 궁극적 목적은 가진 걸 되도록 덜 내려놓으면서 오래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김정은이 그보다 심오한 형이상학을 추구하는 신념적 혁명가이거나 종교인일 가능성을 나는 찾기 어렵다.
　
　
그리고 신념적 혁명가이거나 종교인이면 뭐 어쩌라고. 지금이 혁명이나 포교의 적기인가? 체제보장이나 간신히 할 수 있을 따름이지. 적화통일을 무슨 수로 한단 말인가?
　
　
핵을 완성한 이유는 핵이 비싸게 팔아먹기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이제 장이 열렸다. 장이 열렸는데 안 열렸다고 바득바득 우기는 사람들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무룩해져서 티비를 끄고 뉴스를 외면하며 한동안 살리라.
　
　
빨리 그 날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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