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1

in #mexico6 months ago (edited)

2024.10.5(토), BCS

그리운 어머니,

어제 숙소에 혼자 있는데 갑자기 쓸쓸한 기분이 느껴져 잠을 조금 설쳤더니 아침에 일어나는데 피곤해서 조금 애를 먹었어요. 얼른 샤워를 끝내고 책상에 앉아서 책 20분 정도 읽고 명상을 하는데, 명상을 한건지 잠을 잔건지... 아무튼 오늘 좀 피곤했어요.
여기는 이제 가을느낌이 물씬 풍겨요. 여름 동안 강렬한 태양을 피해 몸을 숨기던 새들이 요즘은 서늘해진 가을 바람을 느끼려고 아침일찍 일어나 신나게 지저귀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는 벌새떼가 이나무, 저나무를 옮겨다니며 지저귀는데 너무나 마음이 설레였어요. 어릴 때 벌새가 꽃 안에 긴 부리를 쑥 집어넣어 꿀을 빨아먹는 새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귀여운 벌새를 실제로 보고 싶었는데, 여기는 이런 벌새들이 천지에서 날아다니니 내가 마치 신비로운 곳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예전에 어디선가 벌새는 한순간도 날개짓을 하지 않으면 심장이 멈춰서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오늘 아침에 나뭇가지에 조용히 앉아 아름다운 소리로 친구들 찾는 벌새의 모습을 봤어요. 그래서 그 이야기는 거짓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됐어요. 아무튼 그 벌새의 모습이 얼마나 작고 귀여운지 한 동안 눈을 뗄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벌새가 지저귀는 소리는 너무나 밝고 경쾌해서 이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면 내 몸이 작아져서 하늘 위로 떠오를 것 같다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어요. 사방에서 벌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조금 더 자세히 보고싶은 마음에 내 앞 나무에 앉아있던 벌새 한마리에게 가까이,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몇 발자국 움직이기도 전에 벌새는 훌쩍 날아올라 옆나무 꽃앞에서 열심히 날개짓을 하며 길쭉한 부리를 꽃 안으로 쑥 집어넣고 꿀을 빨았어요.오늘 아침 벌새들를 이렇게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건 정말 큰 행운이에요.
어제는 퇴근하는데 숙소앞 마당에 땅을 잔뜩 파놓았어요. 거기에는 수도관이 묻혀있었는데 아마 무슨 문제가 있어서 보수를 하려는 것 같아요. 요즘에 한동안 물수압이 굉장히 약했거든요. 아마 여기도 오래되다보니 이제 하나씩 이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가봐요. 겨울이 오기전에 수압문제가 해결되면 좋겠어요. 겨울에 따뜻한 물로 몸을 데워야 몸의 긴장도 좀 풀수 있을테니까요.

오늘 하루도 할머니와 함께 화이팅 하세요!

#mexico #kr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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