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 2

in #krsuccess10 days ago (edited)

칭찬받았다. 내 수업을 들었던 학생에게서. 내가 웃긴다고. (아마도 재미있다는). 웃긴데 스스로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고. 웃긴 말을 진지한 얼굴로 건조하게 말해서 더 웃긴다고. 칭찬받아 기뻤다. 으쓱으쓱. 그에게 인스타그램에 자랑글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약속은 지켜져야만 한다. Pacta sunt servanda 팍타 순트 세르반다. 두 번째.

그의 칭찬을 듣고 나의 ‘웃김’이 핀란드 영화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 같은 느낌이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울하고 건조하고 미니멀하면서도 따뜻한 웃김.

얼마 전에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보았다. 그 영화 덕에 핀란드 그룹 maustetytöt(마우스테티퇴트)를 알게 되었다. 멤버 둘이 작은 술집 구석에서 아무런 표정 없이 연주하고 노래한다. (원래 이 그룹의 스타일이다) 얼마 안 되는 관객들 역시 무표정으로 멤버들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몇 명은 어깨를 살짝 흔들기도 하면서 공연을 감상한다. 초반에는 좀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다 보면 열광적인 관객들보다 이들이 훨씬 더 공연에 집중하고 즐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장면이 무척 좋았다. 나도 이런 종류의 건조한 관객이다. 공연이 별로면 그냥 나간다. 요즘에는 수업할 때 이런 건조한 학생들이 눈에 띈다. 나 역시 그런 학생이었다. 건조한. 건조하면서도 따스한 학생들과 함께 하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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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요즘 매일 maustetytöt(마우스테티퇴트)를 듣는다. 너무 좋다. 핀란드 말에서 풍기는 툭툭 치는 듯한 독특한 어감도 너무너무 좋다. 특히 짧게 혀 굴리는 발음.

덧. 추가.
너 얼굴에 김 묻었어. 잘생김.
웃김 다음으로 좋아하는 김.
(*주의. 이런 말은 건조한 표정으로 건조하게 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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