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 4. 어떻게 살았지.
그때 대체 어떻게 살았지. 어떻게 살아남았던 거지. 수인은 담배를 피우다 불현듯 그날이 생각났다.
수인은 그날 집에 있었다. 쨍한 햇볕에 방 안이 환했던 평일의 한낮이었다. 갑자기 담배가 당겼다. 담뱃갑을 집었지만 담배는 한 개비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러 가야겠다. 지갑에 천 원 한 장. 바지 주머니에는 이백 원이 있었다. 부족하다. 집안 곳곳 돈이 있을 만한 곳을 뒤졌다. 십 원짜리 몇 개가 더 나왔다. 카드는 정지된 지 오래다. 시간 강의료는 계좌에 숫자만 남기고 바로 카드값으로 빠져나간다. 천이백 원과 십 원짜리 몇 개가 가진 돈의 전부였다. 수인은 생각했다. 담배 한 갑 살 돈도 없는데 내가 왜 굳이 담배를 피우려는 거지. 수인은 그날 바로 담배를 끊었다.
아마도 십오륙 년 전이었던 같았다. 수인은 허파 속에 꽉 찬 담배 연기를 남김없이 뽑아내려는 듯 아주 아주 길게 숨이 턱이 찰 때까지 길게 내뿜는다. 시야를 가리는 담배 연기와 함께 걷잡을 수 없이 여러 생각들이 일어나며 뒤엉킨다. 언제부터 다시 담배를 피운 거지. 그때는 무슨 담배를 피웠지. 지금 피우는 이 담배가 아닌 건 분명한데. 그렇게 돈이 없었는데 뭘 먹고살았지. 교통비는. 가스비는. 전기료는 어떻게 내고 살았던 거지. 왜 그런 디테일한 일상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거지. 누구지. 나는. 담배를 끊을까. 살아있는 건가. 여기에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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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gr.with (74) 3 day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