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출근 시간대의 도로는 여전히 막혔다. 갓 솟아오른 겨울 아침의 태양도 어제처럼 뿌연 오렌지빛이었다. 운전을 하면서 바라본 차창밖의 모습은 변함없이 평범했다. 하지만 오늘은 이런 평범한 일상이,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 더없이 고맙게 느껴졌다. 몇 시간 전의 일이 현실이 아니라 지독하게 생생한 악몽 같았다. 다행히 ‘그 사건’이 해제되고 나서 오늘 수업 때문에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잡념과 꿈이 뒤섞여 누워 있는 것이 고역이었다. 어렸을 때 처음 겪었던 ‘그 사건’도 뚜렷하게 기억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어도 분명 이 세상이 어제와는 다르게 뭔가 변했다는 걸 몸으로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평소대로 같은 시간에 학교에 도착해 교내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항상 앉는 맨 구석 자리에서 노트북을 펼쳤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뉴스만 훑어볼 수밖에 없었다. 커피를 홀짝이며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평소와 다르다. 수업 전 교내 카페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건 것은 처음이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 나를 부른 그 학생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말을 이었다. 나도 어제 잠을 못 잤어요. 우리는 어젯밤의 ‘그 사건’을 얘기했다. 그 학생은 이번 주말에 나갈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위로를 받았다. 나의 말에도 그 학생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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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gr.with (74) 6 day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