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영어는 안녕하십니까?(여행에서 깨달은 '영어')

in #kr7 years ago

나는 영어를 잘한다. 아니. 영어 시험 성적이 우수하다. 수능 때도 영어 시험을 100점 맞았다. 나는 어떤 유형의 영어 시험도 자신있다. 하지만 영어를 언제 사용하는지 몰랐다. 또, 내가 영어 공부를 해야 되는 이유를 몰랐다. 영어는 나에게 공식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수학' 과목같았다. 나는 영어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만들어진 언어’임을 몰랐다.

영어가 '언어'임을 깨닫게 된 날은 배낭여행의 첫날이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라운지에서 쉬고 있는데 서양 여자 한명이 눈앞에 보였다. 우와. 얼굴이 구체적이다. 깊은 쌍꺼풀, 내 2배의 가까운 코, 벌어진 입술, 바깥으로 뛰쳐 나올꺼 같았다. 그녀는 심심해보였다. 그녀를 본 순간, 내 마음은 심심하지 않았다.

"How are you?", "Where are you from?”. 이 두 문장으로 1분 가량 그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1분후, 내 심장만 운동할 뿐 내 입은 운동을 멈췄다. 지금까지 나는 타인에게 내 생각을 영어로 표현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런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그녀와 어색했다. 그녀는 나와 대화를 나누는게 지루한거 같았다. 이후 그녀는 내게 "bye" 를 외치며 도망갔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낮에 겪은 수치심을 되새겼다. 한국에서 유머감각이 좋았었는데. 여자한데 인기도 많았었는데.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과거를 생각하니 씁쓸하다.

웃음 소리가 들린다. 커튼을 살짝 걷고 밖을 쳐다봤다. 낮에 만난 그녀를 포함해서 서양인 6명이 떠든다. 같이 어울리고 싶었지만 용기가 안났다. 영어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 난다. 뭐가 그렇게 재밌을까. 그녀가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거 같았다. 영어도 못하는 나를 비웃는게 아닐까?

8개월을 계획한 배낭여행. 친구들이 그립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카톡할 수는 없다. 부끄러웠다. 8개월간 멋지게 배낭여행 하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었는데 하루만에 이꼴이라니. 그래. 오늘만 울자. 그리고 내일부터 저들과 함께 웃자. 도망가지 말자. 설령 영어를 못해서 왕따를 당하더라도 말이다.

배낭여행의 구체적인 목적이 생겼다. 서양인(영어쓰는 사람)과 어울리기. 영어만 사용하기. 이제 8개월 동안은 한국인이랑 안녕이다. 핸드폰도 꺼버렸다. 핸드폰이 있으면 덜 외롭고 한글도 자연스럽게 사용할테니까. 정말 배낭여행이 시작된거다.

핸드폰과 한국말을 사용하지 않기로 다짐한 이후, 나는 혼자가 되본 적이 없다. 일단 서양인에게 말을 건다. 같은 숙소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식당에서 밥먹는 사람에게, 길가에 서성이는 사람에게, 친구인척 말을 건다. 물론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지 않는다. 낯선 동양인이 다가오니 언짢은 기분이 들 수도 있을테니까. 그래도 그들에게 말을 건낸다. 영어를 배우는게 너무 간절하니까.

배낭여행이 끝났다. 이제 나는 영어 시험에 자신이 없다. '한국에서 배운 영어'를 잊어버렸다. 대신 서양인이 여행 첫날처럼 도망가진 않는다. 그들은 나와 영어로 대화를 할 때 잘 웃는다. 독특한 악센트와 신기한 단어 조합. 나는 8개월간 실전 영어를 배웠다. 이제야 영어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만들어진 언어’임을 이해했다.

실전 영어를 배우면서 사용하는 인사말을 하나 소개하겠다. 나는 외국에서 ‘lucky(행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인사말은 이렇다. “I am lucky to meet you(널 만나서 행운이야).” 세상에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어떤가. 이런 표현을 사용하면, 내 이름을 쉽게 기억할 뿐더라 첫인상도 쾅쾅 각인될꺼 같지 않은가? 이게 실전영어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영어 공부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영어는 안녕하십니까?


-버스를 기다리며 낮잠 자기-

-세 얼간이 마지막 배경 판공초-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어?ㅋㅋ 판공초도 다녀오셨네요
저도 다녀오고 포스팅했었는데 반갑네요
여행할 때 영어 중요하죠 ㅎㅎ
저는 '왜 한국사람들은 억양이 없어?'라는 질문 받아봤었어요ㅋㅋ

판공초 또 다녀오고 싶습니다 ㅎㅎ 저는 영어 억양이 너무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ㅎㅎ

저도 캐나다에서 5년 정도 살았는데....영어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오늘 가입한 뉴비입니다.
자주 영어이야기 들려주세요^^
팔로우하고 보팅하고 갑니다^

네네!! 저도 팔로우 할게요!! 소통해요~!

저는 영어랑 인사를 해본적이 없네요 ㅠㅠ

하하 ㅠㅠ 저도... 여행 이후로 영어를 다시 잊고 살고 있습니다 ㅠㅠ

극 공감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책으로만 공부가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실수하더라도 외국인과 직접 대화해보니 체감이 달라요~
저도 영어공부 올해 목표인데 열심히 해봐야지요!

네네!! 저도 영어공부 안한지 너무 오래돼서 다시 시작해야 돼요!! 열심히 실전 영어공부를 합시다!

영어수능 만점자를 뵙게 되네요.^^
정말 배낭여행에서 중요한걸 배우셨네요.
실제 입사하는 신입사원들 보면 토익은 900점대에 있는데 말이 안되는
사람들 많습니다.
실전 영어가 정말 중요합니다.
아직도 영어공부하고 있는 1인입니다.ㅋ
맞팔하고 갑니다. 자주 소통해요.^^

네 자주 소통해요!! 실전 영어를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 ㅠㅠ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다고했는데
정작 시험을 잘 보지만 입은 전혀 벌어지지 않네요. ㅋㅋ

맞아요 ㅠㅠ 시험이랑 진짜 '영어'랑 정말 다른거 같아요 ㅠ

저는 영어 수준이 바닥이라...
흐..ㅠㅠㅠㅠ

팔로우 하고 가용~ 맞팔 부탁해요 :)

네 ㅎㅎ 저도 맞팔 햇어요~ 자주 소통해요~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하루에 한가지 소원만을 들어주는것처럼
짱짱맨도 1일 1회 보팅을 최선으로 합니다.
부타케어~ 1일 1회~~
너무 밀려서 바쁩니다!!

바쁘신데 감사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26
TRX 0.25
JST 0.040
BTC 92903.81
ETH 3331.70
USDT 1.00
SBD 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