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소개서 -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쓴다면...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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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브런치에서의 첫 일기를 기록했으니 두 번째 일기도 의무적으로 쓰기로 했다. 일기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한 혹은 생각에 대한 기록일텐데, 일상사가 늘 비슷한 우리 직장인들의 삶에서 별 다른 사건이 없다면 오늘 내가 해보고 싶은 생각을 기록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내용으로 일기를 쓸까 생각해보다 문득 어제 작가 프로필을 작성하다가 떠오른 생각을 한 번 써볼까 한다.

요즘엔 진학이나 취업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게 자기소개서다. 나도 이력서를 써보았는데, 이력서 역시 자기소개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취업에 필요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는 내가 취업하려는 회사의 직무에 내가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기여를 하며 어떤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싶은지를 기록할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런 구체적인 목적을 가진 곳에 내는 자기 소개서가 아니라 그냥 막연히 나란 사람을 소개해 보라고 하면 보통 뭘 이야기해야 나에 대한 소개가 될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난 나를 소개할 만큼 나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란 의문이 든다. 난 어떤 사람인가? 나의 어떤 점을 이야기해야 나에 대한 가장 적합하고 간명한 소개가 될까? 나이, 직업 정도가 보통 자기 소개의 주 메뉴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우선은 자기 소개에 난 학원에서 학생들 영어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소개를 우선 달아두었다. 그리고 나서 다른 무엇이 날 잘 설명해줄까?

어떤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특징이 뭘까?

우선 외모. 외모는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다.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이 외모니까 그걸 굳이 설명할 필요성은 없을 듯 하다. 목소리. 목소리 역시나 대면해서 소개를 한다면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는 항목이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말과 글.

생각해 보니 이게 사람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특징이 아닌가 싶다. 한 마디로 단정지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써내려가며 내가 사용하는 언어가 아마도 나를 가장 설명해주는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 주로 이야기하는 내용. 이게 오히려 나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인 것 같다. 물론 그것 역시 어떤 소재가 있어야 드러나는 것이니 자기 소개에 들어갈 내용을 우선은 생각해야 이런 본질적인 특징도 잘 드러날 것 같다. 역시 그렇다면 아직도 그 답이 정해지진 않은 것 같다.

나를 가장 잘 드러내는 또 다른 요소는 나의 시간을 소비하는 활동이 또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직업이 그런 면에서 전통적인 자기 소개에서 우선 순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 그리고 취미활동. 내가 좋아하는 활동. 일과 취미. 내가 시간을 주로 보내는 그 활동들이 나를 잘 드러내주는 것 같으니 직업과 취미. 이 정도도 자기 소개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나이는 어떤가? 나이는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겉모습에서 드러나는 나이도 있겠지만, 나의 말과 글을 통해 드러나는 나이도 있지 않을까? 하긴 어떤 분은 나이를 알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언어를 구사하기도 하고, 그런 말과 글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나이는 굳이 자기 소개에 들어가지 않아도 다른 요소들로 인해 충분히 짐작할 수도 있고, 본질적인 요소는 아닐 것 같다.

나르시즘에 빠진 게 아닌 이상 결국 좋은 자기 소개는 상대방이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해주는 게 가장 좋은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대상을 특정짓지 않고 막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를 소개한다고 하면 상술한 바와 같이 나의 직업, 취미를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나의 언어가 결국 나에 대한 좋은 소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직업은 이미 이야기를 했고, 나는 토론을 즐기고, 말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이다. 술을 잘 못 마시지만 술 자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으니까. 청소년 시절 교회에서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신앙고백이든 무엇이든 뭔가를 이야기할 때도 말하기를 늘 즐겨했던 것 같다. 학교 수업에서 발표도 잘 하는 편이었고, 토론수업도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남들이 별로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말하기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른 한편 난 다른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다른 사람들의 상상과 생각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고, 누구와 이야기 하더라도 내가 싫어하는 상대방이 아니라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소재의 질문들을 던지며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사람이 또 나인데, 그 만큼 다른 이들의 생각을 궁금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이야기 하고 우선 자기소개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강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결론은 해피엔딩, 권선징악이다. 그 만큼 정의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용기는 부족하지만 정의감이 넘치는 사람을 좋아하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게 또 나의 특징인 것 같다. 아, 이렇게 쓰고 나니까 다소 즉흥적이고 변덕스럽기도 한 나의 성격도 나에 대한 소개에서 빠지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기소개에 들어가야 할 비중이 큰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성격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격과 다른 사람들에게서 주로 듣는 나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역시 자기 소개에는 꼭 들어가야 할 요소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일기란 게 별거 있나. 그냥 이렇게 글을 통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상념들에 대해 생각하며 기록해 두는 게 일기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한 편의 일기를 쓰고 잠자리에 들자는 어제의 나의 결심은 실천이 잘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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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일기를 쓰는 일이 쉽지 않더군요~
저는 매일 가계부를 쓰는데 그 때 일기도 써보자 생각은 많이 했어도 실천이 안되더라구요~
브런치 작가님이신가 봅니다.
부럽습니다~^^

저도 매일 일기를 쓰기는 쉽지 않은데, 한 번 다시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브런치에서는 이제 겨우 이틀된 사람입니다 ㅋ

자신을 잘 아는 것 만큼 중요한 일은 별로 없죠.
의무감 보다는 즐기시면서 브런치 하세요.
저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불금 되세요.

감사합니다~ 스스로 설정한 의무감이라면 칸트가 이야기한 대로 순수하게 실천하는 이성을 가진 셈이죠 ㅋㅋ 가즈앗!!!

조선생님과 함께 얘기하면 참 즐거울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느끼는 상대방도 그럴진 잘 모르겠어요 ㅋ 가즈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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