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하냐는 질문
상영을 끝낸 감독에게, 전시를 끝낸 작가에게, 공연을 끝낸 공연가에게 관객은 질문한다. 본인 작품에 만족하시나요? 보통 많은 아티스트는 양 옆으로 손사래를 치면서 이렇게 모범 답안을 늘어놓는다. 아이구. 작가에게 만족이란 있을 수 있나요? 끊임없이 제 부족함이 보이고 아쉽기만 합니다.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또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겸손은 미덕이지만 노잼이기도 하다. 열심히 하라는 말로 알겠습니다, 라는 수상소감을 듣는 느낌이랄까. 나에게 저 질문이 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제가 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작품이 나와버려서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제가 두 번 태어난다고 해도 어려웠을 작업이었는데, 이렇게 해낸 저 자신의 재능에 무한한 존중을 표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섣불리 이렇게 속마음을 내비추다가 망하는 수가 있다. 질문자의 질문은 순수한 궁금증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문자의 자세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만약 질문자가 몸을 뒤로 젖히고, 팔짱을 낀채, 세모 눈깔을 하고 질문을 했다면 그 의도는 이렇다. '너 이런 쓰레기를 작품이랍시고 발표해놓고는 스스로 만족하냐?' 그러면 작전을 바꿔야 한다. 갑자기 당황한 표정, 멋쩍은 입꼬리, 머리 위까지 올라오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해야 한다. 아이구, 작가가 자기 작품에 만족한다는게 말이 되나요 선생님...
ㅋㅋㅋㅋㅋㅋ 넌 그래서 뭘 창조했는데?
그 팔짱에게 제가 대신 묻습니다. 진지하게.
ㅎㅎㅎ 대신 물어주십시오 관객과 싸우는 작가만큼 없어보이는 장면도 없으니까요..ㅎㅎ
할수만 있다면....ㅎㅎㅋ
대답보다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현명하게 파악하고 때에 맞춰 겸손 또는 자신감 충만을 잘 조절하시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전시는 어떻게 되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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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가장한 강력한 의견 표명인지 아니면 정말로 궁금한건지 파악하면 대처하기가 수월하겠지요.. 전시는 소소하게 지인들과 차한잔씩 하면서 잘 치르고 있습니다. 물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