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보내며
요즘에는 오전 9시쯤 일어나서 10시에 피아노 앞에 앉는다. 바로 옆에 모니터를 켜고 NBA 라이브 중계를 시청하며 어젯밤 연습한 곡을 설렁설렁 2시간정도 연습한다. 농구는 쿼터제라 중간에 3번이나 쉬고, 또 작전타임도 엄청 많아서 광고를 끊임없이 봐야 한다. 그래서 악기 연습하며 시청하기에 가장 좋은 영상 컨텐츠가 바로 농구다. NBA를 본지 3년째다. 중요하지 않는 경기가 하나도 없다. 매번 스토리가 탄생한다. 지정해서 응원하는 팀은 없지만 응원의 원칙은 있다. 모든 스포츠를 시청할때 나는 항상 약체로 평가되는 팀을 지지한다. 레알마드리드의 팬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응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1위 골스가 어제는 리그 꼴찌 팀에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패배했다. 가끔 그런 일도 일어난다. 다시 한 번 쓴다. 가끔은 그런 일도 일어난다. 그것은 사건이다. 예측 가능한 것을 사건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것은 권태겠지. 내일 아침에 '미세미세' 앱을 켰는데 별안간 <좋음> 표시를 보는 것, 그런 것이 사건이라고. 고등학교때 문학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문학이란 이 세상이 살아볼만한 곳인가를 알려주는 도구라고. 같은 의미로 스포츠에도 문학성이 존재한다. 꼴찌 팀이 선두 팀에 거두는 승리는 내일이 궁금하지 않냐고 묻는 강력한 삶의 메세지다. 그럴때면 이 세상이 살아볼만 하다고 느낀다. 삶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과 마찬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대개 10개를 보면 8개는 권태 덩어리다. 다리를 밸밸 꼬며 지루한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 극장을 나오자마자 내용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딱 2개 정도는 기억에 남는다. 그거면 충분하다. 며칠전 만난 친구는 내게 점을 봐줬는데, 올해 나는 '반복의 고통' 속에 있다고 했다. 하루종일 악기 연습하는 사람의 삶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올해 나는 소망한다. 364일동안 반복과 권태에 지배당해도 괜찮다. 내게 필요한 것은, 지금으로선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가 않을 칠월 십오일 하루다. 그거면 충분하다.
악기 연주와 반복의 고통이라.. ㅋ 오쟁님의 글은 역시 흡입력이 있어요. 문단 나눔도 없어 한번에 쉬지 않고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까지 도달했습니다.
한방에 읽어주길 기대했는데 따라와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