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소감..
매일 지나치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이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해보긴 처음이었다. 문턱이 높았던 과거에 비하면 누구나 저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시대라 호들갑 떨기는 다소 민망하다. 그러나 서점 평대에 내 책이 놓여있는 상상, 나는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 될 수도 있지 않는가. 서점 한복판에서 확성기라도 들고 외치고 싶었다. "시민 여러분! 제가 쓴 책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괜히 관심도 없는 옆 책을 뒤적거리며 곁눈질로 내 책을 꾸준히 흘겼다.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북적거리는 곳을 보니 유명 작가의 사인회였다. 작가는 고개를 파묻고 열심히 사인을 하고 있었다. 고백하건대 나도 요즘 당장 꺼낼 수 있는 주머니에 슬그머니 펜을 가지고 다닌다. 혹시 알어? 아침에 일어나보니 베스트셀러가 되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누군가 책을 들이밀며 사인을 물밀듯이 요청해올지!
다행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안다. 다른 장르에서 창작과 발표의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관객이나 독자의 기대치가 가장 없는 장르에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응답이 돌아오지 않는 광막한 공간으로 매일 전파를 쏘아올리는 사람은 천문학자 뿐만은 아니다. 미술가들도 같은 일을 한다. 방문객이 찾아오지 않는 텅 빈 갤러리는 미술가로서 실패를 증명하는 광경이 아니다. 이번에도 화성에서 움직이는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뉴스 기사만큼이나 익숙하고 늘 있어왔던 일이다. 오히려 오프닝 지인파티가 끝난 갤러리에 제3자의 연달은 방문은 그날의 사건이 된다.
영화계는 어떨까. 마음 맞는 감독들과 1년간 공동체 상영을 하러 다닌 적이 있었다. 상영 시간이 임박해도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 입구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마침내 등장한 한 명의 관객에 얼마나 기뻐했던가. 그러나 미술계는 이마저도 기대가 없다. 갤러리에서 영상 작업은 관객을 기다리는 법이 없다. 그것보다는, 기다릴 관객이 애초에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언듯 보면 도도하지만, 실은 안쓰러운 전시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술계에서 영상 작품은 시작도 끝도 없이 계속 벽면에 루핑된다. 보든지 말든지, 흥! 이라고 허공을 향해 외치고 있는 느낌, 혹은 해탈의 경지를 향해 홀로 반복 수행하는 종교적 분위기까지 풍긴다. 미술작품이 갤러리에서 부여받은 제 1 임무는 관객과의 소통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정해진 시간에 그 자리에 있을 것".. 이렇듯 나는 독립영화계와 미술(미술은 '독립'이라는 말조차 앞에 붙지 않는다. 그건 너무 당연하니까)계에서 관객의 존재에 대해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다.
그럼 나는 왜 주머니에 펜을 가지고 다니는가. 이번 초하루 보름달의 기운이 어딘가 수상했기 때문이다. 만년 꼴찌일것 같은 기아가 갑자기 내리 7연승을 달리고 있고, NBA 리그 최고였던 우승후보 밀워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토론토에게 4연패를 당해 탈락했다. 또 있다. 1차전에서 FC 바르셀로나에게 3골차로 대패를 당했던 리버풀이 2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두어 결승에 진출하리라고는, 그 어떤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 뿐만은 아니다. 망해 없어질 줄 알았던 비트코인은 다시 천만원 대를 돌파했고, 결정적으로, 항상 5분 이상씩 기다려야 오는 7022 버스가 4일 연속으로 내가 정류장에 가자마자 나랑 마주치고 있다. 소름 돋지 않는가!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우주의 가을이 찾아오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것에 대비하고 있을 뿐이다. 주머니의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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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구매링크>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3081718
오, 온 우주의 기운이 모여드는군요. 준비된 자만 싸인을 하리라. 주머니에 펜! ㅎㅎㅎ
양손에 펜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광화문쌍펜 이라고 불러주세요.. ㅎㅎ
우와~ 얼마전에 영상 너무 재밋게 봤는데 책이 나왔군요! 출간 축하드립니다. 베스트셀러 될 것 같습니다. 펜 들고 다니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펜은 들고 다니는데요 ㅎㅎㅎ 꺼낼 일이 없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대박나시길 ㅋㅋ
에고 감사합니다 중박이라도 났으면 좋겠습니다..ㅎㅎ
2쇄 발행할 때 이 내용을 작가 서문으로 넣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2쇄를 갈 수 있을지 그것이 가장 어려운 관문이네요 ^^;;
로또 사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ㅎㅎ
로또는 바라지도 않고 2쇄까지만 찍어도 좋겠습니다 ㅎㅎㅎ
축하드립니다! 210쇄 가즈아!!!!!'
어익후 고맙습니다 마음만은 210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