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으로 살아가기] 투수코치에게 배우는 술자리 운용의 지혜
1 . 술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간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없을리 없다.
좀 더 젊었던 시절엔 깊은 고민없이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혹은 기분이 이끄는 대로 마셔왔지만 ,
30대로 들어선 지금은 잦은 술자리가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숙취약과도 훨씬 친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약속을 잡던 혼술을 하던,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그 텀과 양을 유지할 수 있어야
더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음주를 할 수 있다.
나는 이 술자리 관리의 지혜를 팀이 투수를 관리하는 방식에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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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KBO기준으로 팀은 한정된 투수자원을 가지고 144경기를 소화한다.
그리고 그들의 실력이나 특징 또한 천차만별이다. 야구는 이기는 게임이든 지든 게임이든
9이닝을 막아내야만 끝나는 게임이다.
(가끔 9회말의 수비가 필요없는 경기는 8이닝으로 끝나기도하고
연장전에 돌입하는 경기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생각하면 그러하다.)
이기는 경기는 어떻게든 막아내서 승리를 쟁취해야하고 이미 넘어가버린 경기도
수비시간을 최소화 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것이 야구인 것이다.
그래서 한정된 자원의 투수를 어떻게 해야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대한 활용할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
현대 야구에서는 핵심열쇠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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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당연히 갖고 있는 투수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대한의 이닝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현대 야구에는 어떤 공식처럼 자리잡아 있다. 가령 선발투수의 경우 투구수를 100개 내외로 끊어준다. 선수마다 개인차가 있고 거기 따라 차등을 주지만, 한국프로야구의 경우 일주일에 6일을 경기하고 월요일은 휴식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팀은 다섯명의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하루 선발을 뛰고 나면 5일의 휴식을 가질수 있다. 불펜 투수의 경우는 좀 더 다채롭다. 선발이 일찍 무너진 날에 이닝을 떼워주는 롱릴리프. 이 경우에는 3이닝 이상 50개 정도는 던져준다고 보면 된다. 아니면 특정 선수를 겨냥하는 원포인트 릴리프 등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불펜투수라면 하루 1이닝 정도, 대략 30개 이내의 투구수로 끊어주는게 보통이다. 불펜의 투입은 선발과 달리 그날의 경기 양상에 따라 좌지우지 되므로 상황에 따라서 이틀연속 등판하기도 하고 삼일연속 등판하기도 하는데 가급적 연투는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나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게 중론이다. 반대로 상황에 따라 너무 오래 쉬게 되는것도 문제가 있다. 불펜투수는 언제든 출격할수 있도록 경기감각을 유지해두는게 중요한데 꽤 긴 기간동안 등판기회가 오지 않으면 필요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올려서 컨디션을 점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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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이를 음주의 빈도와 양 조절에 응용할 수 있다.
간을 투수라고 보고 투구수를 술의 양에 대입하면 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응용이기에, 세부사항에서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기본적인 대원칙은 상당히 흡사하다.
1)가령 1. 2.선발투구(개인적인 기준에 따르면 만취) 후에는 4일 이상 쉬어준다.
2)불펜 투구(알딸딸하게 기분좋은 정도의 취기)를 하더라도 연투는 가급적 피한다.
하지만 상황이 어쩔수 없이 주어진다면 2,3연투 정도는 기꺼이 임한다.
3)현재 보직(상태)에 맞춰 한계투구수를 정해두고 그보다 과하게 많이 끌고 가지 않는다.
4)무리로 인해 (간에)부상을 입었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2군 혹은 DL행을 선언하고
일정기간 휴식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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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얼핏보기에 어처구니 없는 응용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로 이 방법을 통해 나는 수많은 술자리에 참석하면서도
아직 굳건하게 투구하고 있다.
무언가를 깊이 파면 만사에 통하는 왕도가 보이는 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가 실생활에 쓸데 없어 보일때가 있다.
사실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라면 실생활과는 무관하겠지만,
그래도 뭔가를 얻고 싶다면 좀 더 깊이 파보자
정말 득이 되는 무언가가 나올때까지.
항상 어느 궤도에 오르신 분들은 다른 곳에 대한 적용도 빠르신 것 같습니다~~:D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ㅎㅎㅎ
재미있게 해석해주셨네요 ^^
야구팬들은 유심히 들으셔서 음주를 줄이시는 것도 ^^
절정에 이르면 하나로 통한다더니 이런걸 보고 하는 말인가요? 내공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아하하하 뭔가 엄청 진지한 삶의가르침인데 저는 왜이렇게 재미지죠
앜ㅋㅋ 야구랑 이렇게 비교를 할수도 있군요. 재밌게 잘보고 갑니다!
마지막 멘트가 현재 저한테 필요한 말이네요, 좋은 말 감사합니다.
ㅋㅋ저도 술을 가끔 먹는데요ㅋ
딱 맞는말 같아요ㅋ
좋은글 감사합니다^^
차분하고 재미있는 글 잘보고갑니다 -!
창의적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