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고쳐쓰기] 04. 주어로 부터 순차적으로 풀어나가는 언어

in #kr7 years ago (edited)

연어입니다. '영어 고쳐쓰기'의 본게임은 기본 전치사와 기본 동사를 하나씩 정복해 나가면서 시작됩니다. 그러니 아직은 개론 단계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동사니 전치사니 하는 문법 용어부터가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새로운 어법 체계를 만들며 용어를 정의해 봐야 아무 쓸모짝에도 없으니 최대한 기존의 용어를 사용하되 간결하게 활용하는 정도로 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영어란 언어의 근본적인 특성을 한 번 살펴볼까요? 이럴 땐 영어를 깡그리 모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겠죠. 하여튼 이번 강의를 통해 영어란 언어가 어떻게 말을 만들어 나가고,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필요했던 단어들.. 왜 전치사 같은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단어들이 끼어들게 되었는지 까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실, 전치사를 끼워 넣을 줄 안다는 것은 영어에서 말을 만들어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영어가 유창하신 분들은 전치사를 요리조리 끼워 넣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지요. 왜 일까요? 그게 자연스러우니까 말이죠! 어쨌거나 영어에서 말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면 숙어, 능동태/수동태, 시제 등등 골치 아픈 문법들의 상당부분을 날려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언어가 그러하겠지만 영어 역시 주어가 필요합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생략하거나 뭔가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략되었든, 대체되었든 주어는 엄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죠. 헌데 (한국어와 비교해 보아도) 영어에서는 주어/주체가 특히나 더 중요합니다. 주어가 없는 것은 마치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가 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요. 왜 그럴까요? 네, 영어란 언어는..

주어에 방점을 찍고 한 단계씩 연결해 나가는 언어

이기 때문입니다. 주어가 없다는 것은 어디다 깃발을 꼽고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주어를 만들어 냅니다. 헌데 그 깃발이 가급적 '팍' 꼽을 수 있게 간결하고 임팩트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주어를 찍고 하나씩 설명해 나가려는게 영어인데, 그 주어 자체가 너무 길거나 하면 원래의 취지에 맞지가 않겠지요. 그래서 이럴 경우엔 it 같은 대타를 내세워 임팩트 있게 꼽아 놓고 원 취지대로 주렁주렁 설명을 해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원래 it이 의미했던 것까지 풀어낼 수 있겠지요.

자, 일단 주어를 하나의 점으로 찍어 놓았다고 합시다. 이제 그 주어와 주변 상황을 조금씩 자세히 살펴나가면 됩니다. 마치 눈 미간과 코 사이를 십자형으로 슥슥 그리며 구도를 잡은 후 조금씩 얼굴 형태를, 그리고 이후에 배경 화면을 그려나가듯이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키 포인트는 두 가지입니다.

(1) 점점 더 자세하게 그려 나간다
(2) 주어(주체)로 부터 점점 바깥 쪽으로 그려 나간다

예를 들어 볼까요?

  • 저기 뭔지는 모르지만 점 같은게 하나 있습니다. A
  • 조금 자세히 살펴보니 소년이었군요. A - Boy (연결해 나갑니다)

여기서 부터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소년이 그냥 있습니다. A - Boy - Be
  • 소년이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A - Boy - Do

네, 그 유명한 be동사와 do동사로 나뉘는 것이죠. 그냥 뭉뚱그려 '술어'라고 해볼까요? '풀어가는 말'이죠. (한 명의) 소년이 그저 가만히 있으면서, 또는 소년을 정적으로 바라보며 그 상태를 풀어가려고 하면 be(존재함)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그보다 그 소년이 뭔가 행동을 하고 있는 쪽에 포커싱 한다면 do(움직임)라는 카드를 꺼내들면 됩니다. (일단 여기에선 3인칭 시제니 뭐니 그런건 제끼고 봅시다) 우선, 앞의 경우부터 다시 살펴 볼까요?

  • 저기 뭔지는 모르지만 점 같은게 하나 있습니다. A
  • 조금 자세히 살펴보니 소년이었습니다. A - Boy
  • 소년이 그냥 있습니다. A - Boy - Be
  • 더 살펴보니 미남이었네요. A - Boy - Be - Handsome

다른 쪽도 한 번 볼까요?

  • 저기 뭔지는 모르지만 점 같은게 하나 있습니다. A
  • 조금 자세히 살펴보니 소년이었습니다. A - Boy
  • 소년이 뭔가 하고 있습니다. A - Boy - Do
  • 뭘 하고 있나 봤더니 달리고 있군요. A - Boy - Do - Run

자, 이 결과를 각각 뽑아서 데코레이션만 좀 하면,

  • A - Boy - Be - Handsome -> A boy is handsome.
  • A - Boy - Do - Run -> A boy runs.

가 됩니다. 영어엔 '인칭'이란게 있어 그에 맞는 조정이 필요하고, do 동사는 결국 뒤에 더 자세히 그려지는 동사 때문에 생략이 가능해 집니다. 이런 소소한 데코레이션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텐니 저는 핵심만 알려드리는데 주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이런식으로 만약 술어를 최소한으로 구분한다면 두 가지가 될 것입니다. 바로, be와 do죠. 정적인 설명을 시작하려면 be(그냥 존재하고 있다) 선에서 만족합니다. 하지만 뭔가 하고 있는 행동을 설명하려면 do가 들어와야겠죠.

do에 대해 조금만 더 설명해 볼까요? do는 결국 모든 행동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대표합니다. 평소엔 생략되어 있지만 모든 동사는 결국 do에서 연결된 것이며, 일반 동사는 그저 행동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추가되었을 뿐입니다. 숨겨있는 do가 대표성을 갖기 때문에 의문문에서 주어 앞에 나오는 동사는 다름아닌 do가 되는 것이고, 연결되어 있던(상세한 설명을 위해 따라 붙었던) 일반동사는 그냥 제 자리에 남는 것이죠. 부정문에서도 일반 동사가 아닌 do가 대표되어 그 행동을 부정해 줍니다. 다만 이런 규칙에서 종종 벗어나게 되는게 have죠. (haven't) 그만큼 have는 강력하고 독자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따로 공부하도록 하지요.


기억나십니까? 3형식이니 4형식이니 하는 일본식 문법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동사로 give를 많이 예로 들었지요.

I give a pen to you. : 주어 + 동사 + 직접목적어 + [전치사] + 간접목적어 -> 3형식
I give you a pen. : 주어 + 동사 + 간접목적어 + 직접목적어 -> 4형식

이런.. 이걸 다 외워야 합니까? [전치사]에 붙은 단어는 형식에 들어가지 않으니 주어 + 동사 + (직접)목적어의 3단계로서 3형식, [전치사]가 없으면 주어 + 동사 + (간접)목적어 + (직접)목적어의 4단계로서 4형식.. 뭐 이런 식의 설명입니다. 여러분도 아마 그렇게 배우셨을테고요.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군요. 우린 그렇지 익히지 맙시다. 이렇게 해 볼까요? (이제 do 등은 순서에서 빼버리도록 합시다)

  • 내가 있습니다 : I
  • 내가 (행동을 하는데) 주는 행동을 합니다 : I - (do) give
  • 주는 손을 보니 뭔가 하나를 쥐고 있습니다 : I - give - a
  • 그게 뭔가 보니 펜입니다 : I - give - a pen
  • 주려는 펜을 쭈~욱 연결합니다 : I - give - a pen - to
  • 쭈~욱 연결되어 너에게 닿습니다 : I - give - a pen - to - you

이 문장은 이렇게 주체인 나로부터 너에게까지 연결된 것입니다. 그 중간에 펜이 있는 것이죠. 결국 펜은 나로부터 쭉 연결되어 너에게까지 닿은 것입니다. I go to school. 이게 무슨 뜻입니까?

  • I - go - to - shool.
    내가 (뭔가 하는데) 가는 행동을 하고, 그 행동이 쭈욱 연결되어 - 학교에 다다른 것... 그것이 바로 I go to school.이란 문장이 만들어진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이 행동을 다른 방식으로 그림그려 볼까요? 관찰자의 시각이 좀 다를 뿐이죠.

  • 내가 있습니다 : I
  • 내가 (행동을 하는데) 주는 행동을 합니다 : I - (do) give
  • 그런 내 앞에 당신이 붙어있습니다. 당신이 내 앞에 있었군요 : I - give - you
  • 그런 당신에게 뭔가가 있습니다 : I - give - you - a
  • 그게 뭔가 자세히 보니 바로 펜이군요 : I - give - you- a pen

자, 어떻습니까? I give a pen to you와 I give you a pen이 완벽히 같은 뉘앙스를 갖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어에서도 '그거 빼고 저거~'와 '그거 말고 저거~'가 완벽히 같으냐 아니냐 쉽지 않은 대답이니까요. 실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외국 친구가 이런 것들을 물어보면 눈꼽만큼 다른 뉘앙스가 있는 것 같지만 그저 '똑같아'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 I give a pen to you.
  • I give you a pen.

이 두 문장은 기능적으로나 일상적으로 보면 똑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1%의 차이라도 따지고 들겠다면 약간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볼까요? 인심 좋은 시골집에 갔다오면 친척분들이 아이들에게 강제로 용돈을 쥐어주곤 하십니다. 아이 엄마는 뭘 그런걸 주냐고 말리고, 친척분들은 어떻게든 쥐어 주려고 옥식각신 하는거지요. 어떨 때는 아이가 어떻게 할 새도 없이 주머니에 지폐를 꼽아버리기도 합니다. 굳이 이와 비슷한 상황을 영작하라고 하면 어떤 문장이 더 적합할까요?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저라면 I give you a pen.을 꼽을 것 같습니다. 설명의 흐름이 I give a pen to you. 보다 더 급작스러우니까요. I와 you가 붙어있고, you쪽에 a pen이 있는 이 광경 말입니다. 그렇다면 전치사를 넣다 뺐다 하면서 3형식과 4형식을 넘나드는 일본식 영문법이 정말 맞다고 할 수 있는건가요?

어쨌든 핵심은.. 전치사란 것도 이렇게 상황을 점점 넓게 그리고 자세히 그려 나가는 흐름 속에서 기능적으로 필요했던 겁니다. 때문에 각각의 전치사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만 정확히 알게 되면 말을 이어 나가다가 필요할 때 바로 끼워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죠. 이런 훈련에 익숙해지고 나면 '패턴식 영어'로 넘어가 더 빠르고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동사와 기본전치사, 기타 단어들의 정확한 의미와 말을 연결해 나가는 원리를 체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바로 '패턴식 영어'로 넘어가면 예전에 무턱대고 '숙어'를 외워야 했던 것처럼 그저 또 하나의 암기식 영어만 쥐어지는 꼴이죠.


앞의 예시를 다시 생각해 봅시다. 펜을 건네주는 상황은 결국 주체(주어)로 부터 상대방 쪽으로 힘이 뻗어나가는 것입니다. 모든 단어들은 그에 맞게 튜닝되어 사용됩니다. give를 썼지 given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반대 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되나요? 힘이 밖에서 부터 안으로 들어옵니다. give가 아니라 given이 되는 것이죠. 또는 이런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단어들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take나 get 같은게 있겠군요. take와 get은 힘이 안쪽으로 (자기 자신을 향해) 들어오는 단어들입니다. 기본 동사들은 다 이런식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치사도 마찬가지 입니다. to는 밖으로 뻗어갑니다. from 같은 것은 밖에서 안으로 뻗습니다. 오호.. 그런가요? 그렇다면..

기본동사와 전치사도 뭔가 궁합이 있겠군요!

네, 맞습니다. give 라는 동사와 to 라는 전치사가 궁합이 잘 맞는 이유는 둘 다 주체로 부터 힘이나 작용이 뻗어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give + to의 조합은 그닥 어색하지 않습니다. 헌데 give + from 은 어떤가요? 뭔가 어색하지 않나요? 자주 볼 일 없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give 란 동사와 from 이란 전치사는 힘의 방향에 있어 전혀 맞지 않는 궁합입니다. 차라리 get + from의 조합이 더 잘 어울리겠지요.

이렇듯 우리는 각각의 동사, 각각의 전치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만 명확히 알면 자연스럽게 그 조합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합을 찾는데 익숙해지면 앗싸리 하나의 공식처럼 익혀나갈 수 있지요. 그 때가 바로 숙어라든가 능동태/수동태 등의 암기식 영어를 끝내고 알짜배기 영어를 효과적으로 흡수해 나가는 단계입니다. 그렇다면 저의 역할은 그 단계에 이르기까지 길안내를 잘 하는 것이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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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숙어로 외우기만 했는데... 동사와 전치사도 맞는 궁합이 있는 거군요...
그 궁합만 알면 이젠 숙어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겠네요ㅎㅎㅎ
감사합니다^^

역시 언어공부는 그 언어의 특성을 파악하면서 접근하는게 빠르죠! ㅎㅎㅎ

내가 딱 원하는 교습 방법이군요
아주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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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숙어로 외우기만 했는데... 동사와 전치사도 맞는 궁합이 있는 거군요...
그 궁합만 알면 이젠 숙어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겠네요ㅎㅎㅎ
감사합니다^^

I give you ~~~~~~~~~~~~~~~~~ a pen.
I give a pen ~~~~~~~~~~~~~~~~~ to you.
이렇게 간격을 길게 주면 좀더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을까요?
너한테 뭔가를 주기는 할건데... 그게 뭐냐면 펜이다.
내가 패을 줄건데.... 누굴까... 하면서 길게 뜸을 들이다가 to you를 말해서 그게 바로 너라는 것을 의미하는^^
그냥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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