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9 이른 아침, 잠이 덜 깬 횡설수설
모기덕에 새벽에 깼습니다. 거의 항공모함 수준이네요. 이것들이 교대로 날아와서 폭격하고 갑니다. 모기한테 물릴 땐 내일 홈키퍼 알맹이를 사둬야지 하고는 다음날 아침이면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며칠동안 없다가 어느날은 이렇게 갑자기 공습을 하는군요.
3시쯤 깼는데 피곤하면서도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아서 뒤척이다 드라마를 두어편 보고는 4시가 넘어서 다시 혼자서 글로 떠들다가 자려고 스팀잇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면에선 참 글쓰기 편한 플랫폼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한 번도 안해본 생각인데 평소와 다른 시간대라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이 시간대 깨어있으면서 아침이 밝아오는 걸 보는 시간은 그냥 잠을 설친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인데요. 내일 할 일로 조급하지만 않다면 나쁘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냥 주변이 조용하게 잠들어있다는게 느껴지는 시간이죠. 다행이 함께 사는 사람들이 깰까봐 살금살금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누가 없어도 불은 환한 것 보단 은은한게 좋습니다. 그래야 눈이 덜 피곤하니까요.
예전엔 주변사람들과 손편지를 많이 주고 받았는데, 까마득한 것 같아도 얼마 안된 옛날이죠. 급속도로 손편지 쓸 일이 없게 되었군요. 하긴 일상에서 바쁜 분들 중에는 직업상 글을 가까이 할 일이 없으면 일상에서 아예 글자 자체를 읽거나 쓰지 않고 사는 분들도 제법 많더라고요. 읽든, 쓰든 글자를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세계인 것 같습니다. 글자란 단순한 소통수단인 것 같지만, 사실 말로서는 쓰여지지 않은 많은 어휘나 표현을 쓸 수 있게 하죠. 그리고 그런 어휘나 표현들은 생각을 더 자세하고 깊은 세계로 넓혀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글을 쓰고 글로 소통하는 동안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하지 않을 때 보다 훨씬 다양하고 넓은 무대에서 우리 스티미언들은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되기 전에 저는 PC통신 하이텔에서 활동했었는데요, 그 때 동호회 채팅방에서 많은 사람들과 동시에 만나서 밤새 문자로 떠들던 시절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지금으로 치면 단톡방 같은 건데, 그 땐 읽씹은 거의 없었습니다. 서로 자기말이 스크롤되어 넘어 가버리는 걸 무지하게 두려워해서, 쉴 새 없이 말하고는 했습니다. 자신의 턴을 기다리지 않고 혼자 계속 말하는 '도배'를 하다가 방에서 강퇴당하기 일쑤였던 시절이었죠. 시덥잖은 일상이야기를 대부분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취미 하나로 모인 방에서 떠드는 행위가 어쩜 그렇게나 재밌었는지 말입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시절을 사셨다면 통신에 삐삐삐 치이익 치치치… 이런 접속음을 기억하는 분도 있으실 것 같은데.
그렇게 해서 친해진 사람들끼리 손편지 주고 받는 일들은 제법 흔한 일이었어요. 그 때 받은 손편지 중 하나가 아주 장문의 편지 였는데, B5 3장 정도 분량이었으니 아주 작게 쓴 글씨라… 그런데 정말 그냥 말하듯 줄줄 써 내려간 문장이어서 참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뭐 이런 것이었죠. 남편과 아이들은 잠들었고, 새벽에 잠이 깨서 도시락 쌀 멸치볶음을 불위에 올려놓고, 밥을 앉혀놓고 식탁위에 불 하나 켜놓고, 라디오를 작은 볼륨으로 틀고, 편지를 받는 사람은 배제하고 그냥 친구랑 대화하듯 혼잣말로 하는 그런 편지였습니다. 정말 가식이나 수식따윈 하나도 없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가득한 내용이었죠. 편지의 마지막이 이제 먼동이 밝아오니 할 말은 많지만 그만 써야할 것 같다는, 멸치 불을 끄러 가야겠다는, 쓸 데 없이 너무 긴 글을 써서 미안하다는 그런 마무리였던게 기억납니다. 지금도 어딘가를 찾아보면 그 편지를 갖고 있을 것 같은데. 어딧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암튼 우린 여기서 글을 쓰고 나누면서 조금씩 미래의 추억을 만들고, 또 현재를 좀 더 알차게 살며, 영혼을 키워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들 스쳐가는 생각들, 잊어버리기 전에 꼭 스팀잇에 남기시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스쳐가는 생각은 사실 값을 매기기 어려울 만큼 비싼것이니까요… 5시가 다되어 가네요. 더 늦기 전에 다시 한 숨 자야겠습니다. 생각나는대로 횡설수설 했는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스티미언 이웃 여러분 오늘 하루도 좋은날 되시길.
18.11.27. 아침 4시 35분 방콕입니다.
일상 훈훈한글이라 아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
저희집은 모기가 없는데;;; 좀 치우시면 ㅋㅋㅋㅋㅋ
굿모닝^^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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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입니다. @i2015park님 하핫 깨어계시는군요.
수수님이 받으신 장문의 편지와 같이 출근길 편안한 수수님의 포스팅을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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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님의 새벽글로
좋은 아침을 맞이 합니다
보클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팔로했습니다.
항공모함 공격에 새벽일찍 깨셨군요~ 이런 !! 나쁜 모기들 같으니라구! ㅎㅎ 손편지... 옛날 생각도 나고...
스쳐가는 생각 서로 나누며 함께 즐거운 스팀잇 하자구요^^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방콕은 겨울 없이 모기가 대단하겠군요.. ㅠㅠ
가끔 밤새워 하던 이야기들이 그리워집니다.
모기와 대화를 안하세요?
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군요.
모기는 생사를 넘나드는 비행을 하고 있지요.
그 비행이 마지막 비행이되어 순간적인 손바닥 스메싱으로 종칠 수도 있습니다.
대화로 해결해 보십시요.
컴컴한 방안에서 얼마나 대화하기 좋습니까?
새벽에 쓰는 글은 참 부드럽지요?
연애편지는 새벽에 써야 합니다.
모기랑 대화는 할 수 있는데 너무 작아서 말이 잘 안들립니당. 모기 입장에선 맞아 죽으나 굶어 죽으나 똑같으니 어떻게 대화를 한다해도 피는 빨아야되니 협상결렬은 숙명입니다.
들리도록 노력을 하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