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에세이] 책 방을 둘러보는 기분 / 기타 스팀잇 잡담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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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책방을 둘러보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대형서점을 한번 가면 몇 시간이고 돌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치 어렸을 때 보물찾기 하는 기분과 비슷합니다. 베스트셀러에 들러 요즘 사람들은 어떤책을 읽는지도 살펴보고, 각종 교양 서적 섹션에 가서는 책을 하나 하나 펼쳐보며 나만의 보물을 찾아봅니다. 그러다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면 정말 보물을 찾은것처럼 기쁩니다. 그자리에서 책을 읽다 도끼자루가 썩곤 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책 욕심은 많아서, 발견한 보물들을 바리바리 옆구리에 끼고 계산대로 가게 됩니다.

요즘같이 온라인 서점이 대세가 된 시대에도 서점이 문을 닫지 않고 있는 이유는 저같은 사람들이 꽤 많아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온라인 서점은 정말 편리합니다. 원하는 책을 검색해서 주문하면 다음날 바로 손에 쥘 수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서점같은 재미를 주려고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함께 구매한 책들"을 추천해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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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을 하는 저는 서점을 둘러보는 재미를 찾아 보곤 합니다. 의외의 곳에서 발견한 보물같은 글은 큰 즐거움을 줍니다. 피드에서 리스팀으로써 글을 추천받기도 하고, kr의 최신글에서 글들을 쭈욱 훑어 보기도 합니다. 서점의 각 섹션을 돌듯 각 태그의 최신글도 돌아봅니다.

저는 아직 스팀잇beta이 beta를 떼지 못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UI/UX가 불편한 것은 그냥 참고 넘어갑니다. 이제는 익숙해 졌습니다. 오히려 아쉬운 점은 글의 대부분이 코인에 대한 잡담, 스팀잇 생태계 문제, 스팀잇 어뷰징 문제를 다루는 글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외로 가성비에 맞춘 가벼운 글들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저의 취향 문제입니다. 만약 UI가 좀 더 괜찮았다면, 제 취향에 맞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제가 기존에 다른 블로그에서 보았던 교양과 전문 사이의 흥미로운 글들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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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가성비가 좋은 글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것도 순전히 취향 문제로, 제가 글을 쓰는 작업을 즐기려면 스스로 만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글은 보상도 중요하지만, 생업이 아닌 이상, 즐거움과 보람이 우선입니다. 그렇지만, 저도 늘 보상액을 보면서 서운함이나 기쁨을 느끼고, 회의감과 비슷한 이상한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

스팀잇에서 보상금이라는 제도는 참 묘하게 사람의 심리를 건드립니다. 보상이 없었을 때도 양질의 글을 쓰던 사람이 스팀잇에서는 가성비를 따지게 됩니다. 추론해 보건대, 아마 이는 사람의 '공정함'에 대한 감정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최근 포스팅하는 종 예외주의의 주요 레퍼런스인 프란스 드 발의 『내 안의 유인원』에는 다음과 같은 실험 내용이 나옵니다. 드 발은 어떤 원숭이 두 마리를 놓고 실험을 합니다. 이들에게 조약돌을 똑같이 나누어 주고, 드 발은 원숭이가 조약돌을 주면 오이를 주는 방식으로 원숭이들에게 교환을 가르칩니다. 아무 가치가 없는 조약돌을 오이와 바꿀 수 있다는 자체는 원숭이들에게 엄청난 일입니다. 그리고 드 발은 이렇게 스무번 정도를 교환하고 나서, 한 원숭이에게는 그대로 오이를, 다른 원숭이에게는 포도를 줍니다. 그 다음 일어난 일이 흥미롭습니다. 오이를 받은 원숭이는 분노하여 오이를 내던져 버립니다. 바로 이전까지 소중했던 먹이가 일순간 쓰레기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유사하게, 스팀잇에서 아마추어의 글에 보상이 따른다는 자체는 엄청난 일이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초라한 보팅 금액이 사람들을 스팀잇에서 떠나게 만들거나, 가벼운 글만 남발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혹은 마이클 센델이 말했던 것처럼 "현금적 보상이나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재화의 가치가 변질되는 것이 있다"에 해당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각하면 벌금을 내기로 했을 때, 약속을 지킨다는 양심이 금전 거래로 바뀌면서, 오히려 지각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지식과 주장을 세상에 내놓을 때 느끼는 고양감, 감정을 토로했을 때 느끼는 해소감, 타인의 반응으로부터 받는 위안 등이 금전의 가치로 변질되면서, 이들 감정이 우리에게 와닿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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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스팀잇이라는 공간을 잘못 이해했는지도 모릅니다. 형식상, 브런치나 미디엄 같은 블로그처럼 글을 분류해 놓을 수 없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크램 같은 SNS처럼 시간순으로만 정렬되는 것을 보면, 스팀잇은 두고두고 볼 글을 적을 수 있는 블로그의 성격보다는, 간략한 현안의 정보를 공유하는 SNS의 성격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스팀잇 안에서는 7일이 되기 전에 글의 생명은 다하고, 댓글도 달리지 않는 숨 쉬지 않는 '박제'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코인에 관련된 글과 스팀잇 체제에 관한 글이 대세인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스팀잇에 가입한 사람들은 전부 코인 투자자라 할 수 있습니다. 공통의 관심사가 가장 대세가 되고, 비슷한 글이 범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스팀잇에 가입한 사람들은 돈에 관심이 있어서 참여하게 된 것인데, 보상에 얽매이지 말라는 말도 어불성설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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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은 지금껏 없었던 시도인, 글을 쓰는 사람에게 일반인의 투표로서 금전 보상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구축된 시스템은 아니지만, 금전 보상이 오히려 글의 종류와 질을 일정 수준으로 제약한다는 사실은 다소 역설적입니다. 아마 이것이 스팀잇 시스템의 끝은 아닐 것입니다. 앞으로 스팀잇의 정체성이 어떻게 확립되어 가는지 지켜보며, 저는 저 나름대로 스팀잇에 기대하고 글과 보팅을 이어갈까 합니다.

덧,

요즘 바쁜 일정 때문에 새 글을 업로드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원래 최근 연재 중인 '종 예외주의'는 사실 일주일 안에 전부 써올릴 계획으로 시작한 것인데 너무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글을 조만간 마무리짓고 계획 중인 다른 글들도 빨리 써 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팀잇 전체에도 업로드 되는 글이 줄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3월이 되면서 저처럼 바빠진 사람들이 많이 진 탓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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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것 저것 제가 관심있는 항목을 잡다구리 하게 쓰는 편 입니다 .^^
책방에 앉아서 글 읽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는 느낌 입니다. ㅎ

책방에서 나는 책냄새도 참 좋지요ㅎㅎ

잘봣어용!!!
저는 트렌디한 팝송 추천하는 컨텐츠 하고있습니다 아직 2일차라 올린곡은 2곡뿐이지만 하루에 한곡 많게는 두곡정도로 꾸준히 올릴예정입니다 혹시 시간 ㄱㅊ으시면 제 블로그에서 음악한번 들어보세요!!! 잘부탁드립니다 맞팔 가능할까요??

네 그럼요~ 팔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두 팔로우 완료!!

책방을 좋아하는 1인으로 많은 부분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특히 "현금적 보상이나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재화의 가치가 변질되는 것이 있다"라는 맥라과 원숭이들의 보상에 관한 부분은 정말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씁슬하고 창피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래서 베타일수도..

좋은 의견 잘 들었습니다. 공감합니다.

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스팀잇에 가입한지 얼마 안됐는데 꽤 복잡하네요.

공부할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

그냥 블로그한다 생각하시고 천천히 알아가시면 됩니다. 저도 뉴비인걸요ㅎㅎ

글 잘읽었습니다. ^^ 저도 스팀잇에 대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루어지는 평판과 인정이 금전적 보상체계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글들도 많이 보이고 나만의 보물찾기도 힘들기도 한 것 같습니다. ^^

스팀잇에 관련된 내용이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스팀잇 운영에 관한 내용이 거의 주를 이룰때는, 대체 스팀잇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의문이 들때가 있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유입된 사람들이 아직 많치 않아서 스팀잇 관련 글이 많을 수 밖엔 없지만 그래서인지 필요한 글 찾기도 어렵고 뭘 위한 스팀잇인가 하는... 네이버만 브런치에선 이런 현상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금전보상이라는 체계가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 같긴하네요 ^^ 벌써 막 ㅠ ㅠ피로해 지려고 해요

7일이 되기 전에 글의 생명은 다하고, 댓글도 달리지 않는 숨 쉬지 않는 '박제'가 되어버립니다.

생명력과 박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아니, 둘 다 알고있었지만 연결시키지 못했는데, 읽고 보니 매우 공감합니다. @sleeprince님 글 소중히 잘 읽고 있습니다. 보팅액 산정이 글의 가치 이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간섭할 여지를 준 것이 안타깝습니다. 물론 따로 가진 복안 따위는 없습니다.
그냥,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다음 글 언제 올라오나 기다리면서 댓글 답니다.

다음글은 내일 중에 올릴 계획입니다. 레퍼런스 논문을 다시 보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제 글을 기다려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잡담이라 했지만
스팀잇에 대해서 깊게 고찰해 봐야할 부분을
많이 지적해 주고 계시네요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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