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생일은 특별한 날이다
생일은 으레 특별한 날이다
'나에게만'
생일이란 날에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는게 싫은 나는 누구에게도 내 생일을 말하지 않는다
내 생일은 나에게만 특별한 날일뿐 다른 사람들에겐 흘러가는 다른 날들과 똑같다. 굳이 축하를 받고자 부담을 주고 싶지도 않았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깐
하지만 항상 내 생일을 알아주는 사람은 있었는데 고등학생때 까지 누군가 내 생일을 축하해주는게 어색했던 나는 그걸 조롱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나에게 관심이 있고 인간적으로 좋아해주기 때문에 축하해주는게 아닌 반에서 조금 동떨어진 나에게마저 관심을 보여주면서 나는 이런 애한테도 관심을 보인다를 다른 친구들에게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내 생일을 축하해준다고 생각했던거다.
그리고 내가 축하받고 싶었던 내가 가깝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내 생일을 보통 그냥 넘기곤 했다
그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아무도 안좋아하는 줄 알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거라 생각했다
이런 나를 완전히 바꿔준 내 20살의 생일을 기억한다
매일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오면 12시가 넘어버리던 20살의 가을, 생일 전날 지하철을 타고 학교를 출발해 집에 도착하니 내 생일이 되어있었고 집에 오니 마트에서 산 작은 롤 케이크에 긴 초 2개가 꽃혀 있었다.
누군가가 보기엔 초라해보이는 생일 케이크겠지만 나는 너무 좋아서 사진도 찍곤 했다. 마침 내 생일날은 휴강이었는데 왜 휴강이었는지 잘 생각은 안난다. 아마 그때쯤 태풍이 왔던 것 같긴한데 그날 날씨가 나쁘지 않아서 태풍때문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오전엔 과 동기들과 함께 사진과제를 하기위해 우리집에서는 꽤나 멀었던 전시장 앞에서 동기들을 만나고, 아마 국제영화제를 보러 가는 동기들과 벡스코 앞에서 헤어졌고, 나는 동아리 연습 때문에 학교로 향했다.
가는 길에 비가 오기 시작했고 나는 다행이 우산을 들고 있었다.
학교 앞에서 다른 동아리를 같이 하는 외국인 대학원생분을 만났는데 우산이 없으신 것 같길래 뛰어가서 우산을 씌워주며 인사를 했다. 같은 동아리라고는 해도 동아리 개총하던 날 딱 하루 만난 사이었기 때문에 내 이름을 알고 있을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나를 보고 어색한 한국어로 내이름을 말해주셨다.
기쁜 마음에 부족한 영어로
'유...노...마이...네임..! 아임... 해피!'
라 말하며 다음에 만날날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냥 나를 알아봐준 것만으로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고 내가 그날 생일인지도 몰랐을 한 외국인에게 생일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다음날이 동아리에서 준비해온 공연날이었기에 동아리방에 도착해서 또 막차시간까지 연습하다가
헤어지며 돌아오는 길 집에서 먹을 저녁 미억국을 기대하며 난 내 생에 최고의 생일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외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못했지만 아침부터 만난 동기, 같이 먹은 점심, 날 기억해준 외국친구, 좋아하는 동아리, 그리고 하고싶은일을 준비하는 일
다음날 나는 알바를 끝마치자마자 동아리 공연 준비를 위해 학교로 달려갔고, 우리의 첫 공연은 어색하고 부족하게 삐걱삐걱 흘러갔다. 멤버소개 타이밍을 놓쳐 준비한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에 소개를 하기도 했고 악기 소리가 안나기도 했고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에 갑자기 마이크를 잡은 보컬이자 회장 선배, 그리고 처음듣는 멜로디를 연주하는 기타선배, 우리의 공연은 엉망친창이었기에 무슨일이 일어나도 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냥 뭔가를 빼먹었나 하는 마음으로 그냥 내가 악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 상황판단 하고 있었고 공연장 뒤의 무대 문이 열리며 케이크를 든 동아리 친구들이 들어왔다
처음듣는 그 멜로디는 생일축하 노래였고
마이크를 잡은 선배는 내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내 생일을 알리지 않고 그냥 공연이니 보러오라고 초대한 친구도 공연이 끝나자 공연을 보러왔던 내 동생에게 내 선물을 건내주고 갔고, 동아리 선배도 뒷풀이를 가는 길에 선물을 건내줬다
너무 큰 축하를 받아버린 나는 그냥 얼어서, 무슨 생각을 해야하는지조차 모르겠어서, 울지도 웃지도 그냥 그렇게 서있었다.
나는 그날부터 성격이 많이 바뀌었던 것 같다
내가 살면서 가장 특별한 날이었다. 이 날 이후부터 나는 보고싶은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나도 누군가 좋아해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아직은 서툴지만 좀 더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나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남들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하루일 뿐일 내 생일, 하지만 어찌됐는 내 생일은 나에겐 특별한 날이다.
외국에서 생일을 보내는게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래도 연락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그리고 추억할만한 지난 생일이 있었다는게 나를 좀 더 버틸 수 있게 한다.
오늘 생일이신가봐요.
생일축하합니다~^^
생일은 어제였어요ㅎㅎ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셨군요. 글이 술술 읽혀서 좋아요^^
감사합니다! 글이 잘 읽혔다니 정말 다행이네요ㅎㅎ 가장 기분 좋은 말 인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립니다.^^
ㅎㅎ 갑사합니다!
혼자 보내는 생일은 쓸쓸하긴 하죠, 그런 상황에선 저는 자기 스스로의 존재를 축하해주는 것도 나름대로 좋은 생일날을 만드는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생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