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다시' 국제부
원하던 바는 아니었지만 2014년 이후 5년 만에 국제부로 인사 발령이 나며, 내근을 하게 됐네요. '원하던 바가 아니었다'는 데에 포인트가 있습니다만, 적응되기까지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참 좋네요.
당시 편집부에 있다가 나와서 쓰기 훈련을 할 새 없이 쫓아다니다, 국제부에 들어와서 그나마 조금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사를 써 놓고 밤중에 귀찮은 전화를 안 받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지요. 기사 내용이 개인적으로 재미를 느낄만 하다는 점도요. 그리고 시간과 상황을 나름 관리할 수 있어서 여기 있다 제가 있던 산업부로 나간 @afinesword님처럼 운동 등 자기관리를 하거나, 지금 저처럼 스티밋에 글을 좀 더 자주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장점들이 '내근'이라는 단점을 상쇄할 만큼 크진 않습니다. 출퇴근 시간 단 몇분 때문에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 하고, 지금 저처럼 졸려 죽겠는데 잘 수도 없습니다. 얼굴 보기 싫은 사람을 마주쳐야 하고 그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습니다.
무튼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죠. 국제부에서 나름의 재미를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7월부터는 칼님처럼은 아니지만 운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칼님처럼은 못합니다. 시키지 마세요.
오늘은 기자생활 10년 만에 기사에 '황당하다'는 말을 처음 썼네요. 물론 온라인 기사라서 조금 자유롭게 쓴 것도 있습니다. 아마 지면기사였다면 그 말을 안 썼을 겁니다.
메이저리그 영구결번 스타인 데이비드 오티즈가 지난 9일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의 한 노천카페에서 총에 맞은 건 아시는 분들이 좀 있을 겁니다. 역시 강타자답게 총 맞고도 죽지 않고 회복 중이랍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닌데.
그런데 최근엔 수사결과 오티즈를 쏜 범행이 치밀하게 기획된 범죄이며 설계자와 실행자가 있는 청부 살인미수였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점점 이야기에 스릴과 서스펜스가 가미되기 시작합니다. 보스턴의 영웅 오티즈에게 총을 쏜 용의자 중 하나가 이미 미국에서 무장강도와 불법 무기소지로 수배 중인 사람이었다는 것도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19일(현지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사법당국은 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합니다. 범인들이 본래 쏘려던 건 오티즈가 아니었답니다. 그쵸. 야구만 하던 사람한테 누구가 원한을 갖고 미국에서 도미니카공화국까지 킬러를 보내겠습니까. 용의자들이 오티즈를 다른 사람으로 잘못 보고 총을 쐈답니다, 글쎄.
이 범행을 계획하고 킬러들을 고용한 건 미국에 있는 멕시코계 카르텔 조직원이랍니다. 그는 2011년에 도미니카공화국 경찰에 자신의 마약 범죄를 밀고한 사촌을 죽여버리고 싶었다더군요. 그 사촌은 산토도밍고에서 카센터를 하고 있으며, 오티즈의 친구로 사건 당시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답니다.
오티즈를 그 사촌으로 오인하게 된 이유에서 저는 황당하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의자들은 범행 몇 분 전에 찍힌 사진을 보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제거 대상을 찾았답니다. 그런데, 이 흐리멍텅한 사진 속 주인공은 사실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앞에 흰색 냉동고가 하체를 가리고 있어서 어찌보면 흰 바지를 입은 것처럼 보였답니다. 그런데 하필 오티즈가 당시 흰 바지를 입고 있었다네요. 오티즈가 덩치도 크고 당시 주렁주렁 보석을 착용해 눈에 띄기도 했답니다.
제가 어이가 없어서 부원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부장은 "뻥일 수도 있다. 도미니카 애들 하는 말을 어찌 믿느냐"고 했습니다. 머 사실이든 아니든 당국이 발표한 내용이니 쓸 수 밖에 없지만 저도 믿기는 어렵네요.
덧. 사건 발생 전 오티즈 일행이 찍은 사진을 봤는데 저도 헷갈리네요.
덧2. 거기에 저는 모르는 랩퍼도 있었나 봅니다. 그 친구도 총에 맞았다네요.
오래간만입니다. 다시 글을 볼 수 있는건가요? ㅎㅎ
ㅋㅋㅋ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 @hwan100님이 갈구면 쓸 생각입니다.
시호님 오랫만에 뵙네요!!
오랜만입니다. ㅋㅋ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황당한 일이네요. 오티즈 입장에선 정말 억울하구요,,ㅎ
은퇴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강철같은 몸... ㅋㅋ
오랜만의 포스팅
반갑습니다.
오랜만입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거 거의 추리소설 급이군요 ㅋㅋㅋ 맙소사.
다른 소리지만 우리나라는 총기소지가 금지되어서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다행입니다. ㅠ..ㅠ)
하지만 쏴버리고 싶은 인간들도 많다는...
내근의 치명적인 단점에 공감이 가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