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일간지 1면보기 - 노회찬 의원 별세
어느 때보다 포스팅하기가 조심스럽고 마음이 무겁다. 어제 우리는 믿기지 않는 소식을 접했다. 소식은 사실로 확인되고 다음날자 신문 1면에 나왔다. 한 정치인에 대한 가치판단은 하지 않기로 한다. 신문이 노 의원의 죽음을 어떤 시각으로 봤는지만 간략히 적겠다. 이날 '광장'의 최인훈 작가도 세상을 떠났다. 다시금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경향신문
부고기사처럼 썼다. 제목은 유언장의 일부분을 따 왔다. 경향신문이 이 죽음에 대해 독자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읽힌다. 맨 첫 문단엔 '과거 다른 정치인들이 연루됐던 불법 정치자금 사건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를 받은 그가 목숨을 끊은 것 자체가 정치권에 향후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썼다. 글쎄, 정치권이 과연 그럴까.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을 '분석 도 있다'고 애둘러 말한 것 같다.
국민일보
제목의 주인이 고인이 아닌 진보정치다. 제목만으로 썩 나쁘진 않은 듯. 부제는 그의 정치 역정을 축약해서 달았다. 이 역시 썩 나쁘지 않은 선택. 리드 문장에 고인을 '진보 정치의 기둥과 같았다'고 했다. 역시 나쁘지 않은 리드. 작은 사진은 언론에 노출된 고인의 마지막 모습, 큰 사진은 사무실 문 앞인데 큰 사진은 편집자 입장에서 봤을 때 엉망인데 사진기자가 잘못 찍었을리는 없고 편집자 트리밍이 사진을 망친 것 같다. 문 앞에 달린 노란 꽃을 찍은 건지, 그냥 사무실 문 앞 풍경을 찍은 건지, 고인의 명패를 찍은 건지 어느 하나 중요하게 잡힌 게 없는 사진.
동아일보
제목을 소리내서 읽어보자. 따옴표는 달려있지만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제목을 보며 동아일보가 유서 내용 중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골라서 달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가장 이념성향이 강하게 드러난 제목으로 꼽겠다. 리드 문장은 팩트만을 담았다. 두번째 문장에서 혐의를 바로 썼다. 길게 적지 않겠다.
문화일보
석간인 문화일보는 오후에 일어난 일들에 관해서는 하루가 지난 신문에 담지만 반대로 오전에 벌어진 사건은 가장 먼저 소식을 전한다. 하루 늦게 담을 때는 당연히 풀이와 전망 등 위주로 가지만 이번엔 당연히 충실한 스트레이트로 다뤄야 한다. 제목부터 기사까지 전부 사회부 사건기사처럼 거의 완전한 스트레이트로 팩트만 챙겼다. 사진 역시 전날 마지막으로 노출된 모습을 담았다. 석간의 역할을 충실히 한 기사와 편집이다.
서울신문
기사를 쓴 기자와 데스킹을 한 부장, 편집자를 모두 알기 때문에 그들이 가졌던 욕심과 노력과 한계를 이해할 것 같다. 스트레이트보다 분석으로 가려는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구체적 결과물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사작성 프로그램을 뒤져서 취재기자가 쓴 원고를 뒤져보지 않아도, 데스크가 기사를 거의 다시 썼다는 확신이 든다. 취재기자 시절부터 여러 차례 읽어봐서 아는 그의 기사쓰기와 문장이 후배 기자의 이름을 달고 나갔다. 난 그의 기사와 문장에 대한 평가를 할 순 없지만 이런 식의 제작엔 반대한다. 이런 식의 기사라면 아예 데스크 본인의 이름을 달고 쓰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고 생각한다. 기사가 거의 칼럼식으로 가서 제목도 완전 칼럼 제목인데, 이 편집기자 밑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우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입장이지만 이번 건 실패다. 물론 이런 기사를 받았을 때 어떤 고민을 할지 조금은 안다. 그래도 실패는 실패. 제목을 보면 검은돈과 정치인, 도덕성에 관해 깊은 식견과 통찰이 담긴 글이 이어져야 할 것 같은데 읽어보면 소감에 가까운 서술을 앞부분에 얹은 스박(스트레이트+박스) 기사다.
세계일보
무난한 제목에, 기사는 스트레이트로 갔다. 사진도 가장 많이 쓰인 것을 썼다. 그냥 방어한 지면.
조선일보
'마지막 후회'라고 적은 제목. 무슨 의도를 담았는지 알 수가 없다. 리드 문장엔 굳이 '모친 거주 아파트'라고 적었다. 이 역시 의도를 알 수 없다. 알 수가 없다고 적을 수밖에 없다. 특히 1면에 같이 들어간 메인사진은... 짐작 가는 게 있어도 드러난 자리에 적을 만한 게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팔면봉'에 "노회찬 의원, 투신 전 마지막 남긴 말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진보 스타 정치인도 못 피해간 정치자금의 유혹"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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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서를 남기고... 말 줄임으로 제목을 달았다. 중립적으로 다루려고 애 쓴 것 같다. 다만 리드 문장에 유서 내용을 인용했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를 뺐다. 잘못의 인정과 사죄로만 가득찬 유서에 단 한 줄 희미하게 들어있는 변론인데 그걸 빼 버렸다.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한겨레
고인의 좋은 때 사진을 찾아서 넣었다. 진보정치를 주어로 한 나쁘지 않은 제목. 기사는 오히려 담담하다. 그러면서 짚어야 할 내용들을 충실히 짚은 잘 쓴 기사. 고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기사, 사진, 편집.
한국일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조금 많이 나간 제목. 정치자금 의혹이 진보의 별을 죽였다는 얘긴데... 너무 갔다는 건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사진은 고인의 가장 최근 사진 중 표정이 안 좋은, 복잡한 심경이 드러난 것을 애써 찾은 것 같다. 사진 배경을 확장해서 기사를 얹었는데, 한국일보가 이런 편집을 자주 한다. 새로운 건 아니고 늘 그렇듯 빡빡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일보 1면답다. 여백이 없는 만큼 생각할 겨를이 없다.
@sanha88님 글 댓글에도 썼지만, 내가 고인에 대해 처음 평가를 해보게 된 건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장에서였다.
노 의원은 항상 국감장에서 빛났지만, 나는 그가 당시 정부법무공단이 수임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청구를 비공개처리한 뒤, 국민의 정당한 알권리 행사에 따라 이를 공개하려는 정부기관에 오히려 소송을 건 사실에 관해 질의하는 걸 보고 약간 충격에 휩싸였다.
나는 해당 사안에 관해 사회부에서 기사로 쓴 적이 있다. 그래서 정부법무공단이 뭐하는 곳인지, 정부기관들과 어떤 관계인지, 정보공개청구가 어떤 건지, 여기에 비공개 처리를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정부법무공단의 조치는 또 무슨 뜻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등을 짧은 분량 안에 독자들이 알아듣게 담기 위해 고심해야 했다.
노 의원은 내가 쓴 기사보다 훨씬 짧고 명료한 말들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게 질의했다.
국회방송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국감방송을 보고, 다른 의원들이 질의를 어떻게 하는지 보면, 다른 모든 가치에 관한 판단을 떠나, 그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의원으로서 얼마나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조선일보 1면은 기사와 별개로 너무나 추악했습니다.
본문에 담지 않고도 사람을 죽일 수 있더군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렇게 해도 유가부수 1위라는 현실이 더욱 참담합니다.
전 사실 첨엔 사진 보고 별 생각이 없었어요. 저도 편집하면서 정말 고의가 아닌데 큰 오해를 사게 된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만드는 입장에서 미처 생각 못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제가 이날 신문을 보면서 간과한 것처럼요. 편집기자는 정말 아주 어쩌면 본의 아니게 그럴 수 있습니다. 근데 조선은 절대 그런 애들이 아니예요.
작년에는 스포츠면에만 있었던 우승 사진을 굳이 1면으로 끌어당긴건 강력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요. 기사 배치도 편집기자가 하나요? 저는 그날 신문의 첫인상이니 데스크 쪽에서 맡을거라고 지레짐작했네요.
저희 신문만 해도 1면 편집엔 편집부장, 편집국장이 다 달려들죠. 그런데도 전혀 생각 못한 실수 혹은 무능으로 오해를 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은 아닙니다. 절대 실수로 그러지 않아요. 그들은 유능하거든요.
다른 쪽으로 유능하다고 생각하기는 합니다. 프레이밍 기술 같은건 다른 언론사에서도 좀 보고 배웠으면 싶기도 하구요.
나쁜놈들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하루 마음이 무겁네요...후...
어제 오늘은 날씨보다 눈이 더 뜨겁고, 마음이 더욱 더 뜨겁네요.
첨 접하고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부디 좋은곳에서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훌륭한 정치인이...너무 일찍...이별을한게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착잡하네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안타까운 마음도, 돈의 무서움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다양함이요.
이렇게 싹 다 정리해주시니 너무 보기 편하고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