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6. 이 도시의 유령들
며칠 전 오후, 회사에서 유령을 봤다.
유령은 다급해보였다.
한 손에 핸드폰을 꼭 쥔 유령의 얼굴은 창백했다.
어쩌면 한 가닥 식은 땀이
유령의 척추를 타고 흘렀을 지도 모른다.
유령은 회사의 한 구석 임원방에서 나오자마자
경보하듯, 어디론가로 돌진했다.
유령이 도착한 책상에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여자들은 당장 비명이라도 지를듯한 표정으로
쌍둥이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선 두 여자의 굽은 등은
해로운 물질을 뒤집어 쓴 가로수 같았다.
두 여자는 유령에게 들릴듯 말듯 무어라 속삭였는데
그게 유령의 신경을 긁은 모양이었다.
그들을 향해 유령이 사납게 외쳤다.
언제까지 내가 죄송하다는 말만 들어야 돼!
중세시대의 마녀 처형처럼 유령은 두 여자를 공개 처형했다.
회사의 다른 인간들은 유령과 두 여자를 힐끔거렸다.
모두들 살아야했으므로, 모두들 제 말을 죽였다.
그것은 지나치게 정직한 이 도시의 생존법칙이었다.
두 여자는 표류하는 빙하 끝에 선 북극곰처럼
말 없이 제 발끝만을 주시했다.
유령은 제 자신이 유령이라는 걸 자각하지 못한 채
인간처럼 걸으며, 인간처럼 씩씩대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도시의 회사에는
자신이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유령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임원 혹은 대표라는 직함을 갖고
비서라고 불리는 인간들을 무시하고 공격한다.
무력한 인간들 앞에서 분노로 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한다.
자신이 하늘로부터 선택된 사람인양 인간들을 발 아래로 굽어본다.
이 도시에 가장 쓸모없는 존재들은 바로 그 유령들이다.
과거의 유령, 적폐의 유령, 권위의 유령, 권력의 유령...
이 도시에는 고스트 버스터즈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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