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와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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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월트 디즈니를 오해하고 있다.

그는 미키 마우스를 만든 창작자라기보다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를 창업하고 글로벌 미디어 제국으로 키운 기업가다. 그것도 아주 혁신적인 기업가. 월트 디즈니가 애니메이션에서 이룩한 성과는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가장 중요한 성과는 역시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를 완성한 것이다. 우리가 보고 접하는 ‘상업용 애니메이션’의 모든 것이 여기에서 시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월트 디즈니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사람 스티브 잡스와 닮은 점이 많다. 애플 컴퓨터를 창업하고 이제는 사람들 손에 전부 모바일 폰을 하나씩 들고 다니게 만든 그 사람. 21세기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존경받으며, 가장 욕도 많이 먹는 경영자 스티브 잡스. 겉으로 보기에는 CEO라는 것 말고 두 사람의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은 상당히 닮은 구석이 많다.

여기서 월트 디즈니가 <백설공주>를 만들기 위해 스튜디오를 운영했던 방식과, 스티브 잡스의 경영 방식의 유사점을 몇 가지 꼽아본다.

기술 신봉자

스티브 잡스가 오리지널 매킨토시를 만들면서 이룩한 최고의 혁신은, 제록스 연구소에서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GUI)와 마우스를 발견하고는 이를 개인용 컴퓨터에 최초로 도입한 일이다. 태어날 때부터 윈도우를 쓴 세대라면 무슨 소리냐, GUI가 공기처럼 당연한 거 아니냐 하겠지만 DOS에서 명령어 입력해 가며 디렉토리 찾아서 게임해 본 사람이면 이게 얼마나 눈부신 발전인지 알 것이다.

월트 디즈니에게는 분명 예술가의 면모가 있다. 그런데 그는 최신 기술을 신봉하는 예술가였다. 월트 디즈니가 처음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때는 아직 흑백 영화 시절이었고, 심지어 무성영화 시절이었다. 컬러도 없었고 사운드도 없었다. 심지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월트 디즈니는 사운드 기술과 컬러 재현 기술이 개발되자 곧바로 신기술을 도입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도, 최초의 컬러 애니메이션도 모두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나왔다. 그는 ‘애니메이터는 그림만 잘 그리면 돼!’같은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인재 영입

스티브 잡스도 월트 디즈니도 인재 영입에는 언제나 열성이었다. 잡스가 애플 컴퓨터를 창업할 때 친구이자 컴퓨터 천재인 스티브 워즈니악을 구워삶은 이야기는 유명하다. 잡스는 이후 매킨토시를 만들 때도 최고의 인재들을 영입했고, 훗날 애플에 재합류했을 때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던 조니 아이브를 한눈에 알아보고 디자인의 총괄을 맡겼다.

월트 디즈니 역시 인재 욕심이 끝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디즈니 스튜디오가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스튜디오이길 원했고, 그러자면 최고의 애니메이터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 잘 그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가리지 않고 접촉해서 인재를 긁어 모았다. 다른 스튜디오보다 훨씬 후한 임금을 약속한 것도 물론이다.

선지자

인재를 모으기만 하면 일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특히 왜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일깨워야 한다는 것을 스티브 잡스와 월트 디즈니는 알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언제나 우주에 남을 만큼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비전과 자부심을 직원들에게 심어주었다.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는 ‘해군이 되기보다는 해적이 돼라’면서 애플의 정신을 끊임없이 일깨웠다.

월트 디즈니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애니메이터들에게 세계 최초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비전을 보여주었다. 당시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영화 사이사이에 틀어주는 몇 분짜리 단편 필름일 뿐이었다. 정식으로 돈을 내고 보는 ‘작품’이 아니었다. 월트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이 당당히 극장에 상영되는 진정한 예술로 만드는 역사적인 길을 가고 있고, 애니메이터들에게 함께 나서길 주문했다.

독재자

그렇지만 두 사람은 나쁜 점도 닮았으니, 바로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해야 하고, 최후의 영광도 자신의 몫이어야 하는 독재자였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도 월트 디즈니도 프로젝트의 총체적인 그림을 다른 사람이 그리도록 놔두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일을 나눠주되 모든 것을 꿰고 있는 단 한 사람, 자신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만 일이 진행되었다. 월트 디즈니는 <백설공주>에서 난쟁이의 눈썹이 움직이는 한 장면까지 놓치지 않고 모든 것을 파악하고 지시했다. 그는 애니메이터들이 작업한 서 말의 구슬을 하나로 꿰어주는 스튜디오의 교주였다.

그뿐이랴. 스티브 잡스와 월트 디즈니는 자신이 총애하는 그룹을 만들어 직원들 간의 경쟁을 유도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맥, 아이폰을 만들던 시절 약 100명으로 구성된 회의를 따로 꾸렸고, 애플에서는 이 회의 참석자 명단에 드느냐 들지 못하느냐에 따라 핵심 인재냐 그렇지 않느냐로 갈렸다.

월트 디즈니 역시 역량 있고 경험 많은 애니메이터와 그렇지 않은 애니메이터를 구분해서 일을 시키고, 그중에 자기 눈에 띄는 애니메이터에게는 보너스를 따로 챙겨주었다. 또한 펜트하우스 클럽을 만들어 중요 애니메이터들이 포커를 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직원들은 월트의 사랑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로 스튜디오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확인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은 그러나 늘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향해 나섰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참 쉽게 창의성과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 이룩한 사람들이 어떻게 해냈는지,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그저 놀라운 결과를 공유할 뿐. 그러니 우리가 월트 디즈니를 오해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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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의 인생에 관해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카카오 페이지에서 글월을 검색해 보세요. 그의 인생 자체가 워낙에 흥미진진합니다.

https://goo.gl/7BSd14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둘 다 야심가의 눈을 가졌고 각자의 분야에서 높은 안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인간적이지는 않죠..ㅎ

멈춰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야심가였죠 ㅎ 스티브 잡스는 좀 과장되게 알려진 면이 있지만 아주 비정한 면도 분명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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