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인구 최저시대를 맞이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서율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였기에 예상대로 집계이래 최저치인 59.9%. 독서율은 지난 1년간 일반도서(교과서, 참고서, 잡지, 만화 등 제외한 아마도 단행본)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그러니까 성인 중 40%가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책을 읽은 사람들에 관한 통계를 보면 평균 13.8권이다. 2016년보다 약간 줄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한 달에 한 권이 넘는 분량이다. 읽는 사람은 꾸준히 읽는 반면, 읽지 않는 사람은 아예 손도 대지 않는다는 셈이다. 손도 대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40%라면 과장 좀 보태면 거의 반반이라는 말이다.
국민의 반은 읽고, 반은 읽지 않는다. 무서운 현실이다. 그렇지만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이 조사는 어디까지나 ‘단행본’ 중심의 조사다. 전자책이 포함된 조사기는 한데, 어쨌든 일반적인 상식에서 ‘책’이라고 부르는 매체를 읽었느냐에 한정된다.
우리는 어쨌든 무언가를 읽고 있다
만약 읽는다는 행위를 책에 한정시키지 않으면, 아마 독서율은 훨씬 치솟을 것이다. 우리는 매일 모바일과 웹으로 뉴스를 읽고, 블로그를 보고, 페북과 트위터에서 수많은 글을 접한다. PPSS, 슬로우뉴스, 퍼블리, 아웃스탠딩 처럼 완전히 온라인 기반의 매체들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웹소설은 비록 형식과 장르와 내용이 굳어져 있긴 하지만 일부러 찾아서 엄청난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여기 스팀잇도 있다. 우리는 책을 보든 안 보든 어쨌든 무언가를 계속 읽고 있다.
무언가를 늘 읽고 있는 사람들이 유난히 읽는 것의 정수인 책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요소는 꽤 명백하다. 바쁘기 때문이다. 꼭 독서통계 자료를 보지 않더라도 한국인은 세계적으로도 노동시간이 길기로 유명하다. 2016년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에서 세계 2위를 당당히(!) 차지했다.
그저 일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남은 여가시간을 나눠서 써야 하므로 책 읽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일을 많이 하면 피곤하다. 그런데 책을 읽는 행위 역시 말할 수 없이 피곤하다. 나 같은 경우 한 시간을 꼬박 집중해서 책을 읽으면 머리가 멍- 해지는 것과 함께 배도 고파진다. 읽고, 인지하고, 해석하고, 저장하는 독서 행위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활동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그냥 틀어놓으면 내용은 저절로 흘러간다. 하지만 독서는 독자가 능동적으로 읽지 않으면 진행이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한데 쉬는 시간에 또 사실상 노동에 가까운 책 읽기를 시도하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는 파편화된 글, 뉴스, 블로그, 페북 등등에서 한 토막, 두 토막의 글을 계속 보게 된다. 인터넷의 세계는 광대하고 적당히 짧고 흥미로운 소재로 된 글들이 화면 안에 널려 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건 이렇게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하나의 완성된 책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도 많아 피곤하고, 주변에 유혹도 많으며, 짧은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책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충분히 읽고 즐길만한 읽을거리, 유익한 콘텐츠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람들한테 왜 이 좋은 책을 읽지 않느냐고 호소하는 듯 호통칠게 아니라, 비록 책은 아니지만 책에 준할 만큼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을 인터넷 시대에 맞는 서술 방식과 형식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래서 읽지 않는 40%의 잠재적 독자들을 서서히 책의 세계로 끌어들여야 한다. 파편화되고, 검증되지 않고, 무분별한 인터넷 글을 읽지 말고 책을 읽으라고 할 게 아니라, 파편화되어 있지만 읽기에 재미있고, 유익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동하는 콘텐츠를 공급해야 한다.
결코 시장을 이기는 기업은 없다. 책은 문화지만 동시에 산업이고, 출판사 역시 기업이다. 기업은 소비자와 시장 환경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만 종이책 기반의 출판사는 여전히 좋은 책을 만드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피곤한 독자를 배려하지 못한다. (사실 출판사도 워낙 열악한 곳이 많아 배려할 여유 따위 없는 곳도 많다.)
모바일 시대에 맞는 인문학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래서 <인문잡지 글월>이 본격적으로, 인터넷에서 짧지만 좋은 글을 퍼트리기 위해 나섰다. 일하느라 피곤하다고? 출퇴근 시간 전철에서 폰으로 회당 10-15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인문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빨리 읽는 사람은 그것도 안 걸린다. 어차피 그 시간에 게임이든 페북이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다 안다. 자리에 앉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읽는 데 서툴다고? 그래서 <인문잡지 글월>은 처음부터 화려함과 기름기 따위는 쭉 빼고, 최대한 읽기 쉽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해 왔다. 어려운 말, 전문 용어 안 쓴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니까. 공연히 문장 길고, 말을 꼬아서 하는 버릇, 글월에는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글월은 단답형을 싫어한다. 인문학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과 생성된 맥락을 중시한다. 과정과 맥락이 없이 단답형으로 외운 지식은 어디에도 쓸데가 없다. 암기 과목은 학교 다닐 때 지긋지긋하게 하지 않았던가.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래서 그 인문학이, 그런 인문 고전이 지금 내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 내 삶의 맥락과 어떻게 닿아있느냐 하는 것이다. 유명한 사람 누가 무슨 학파여서, 어떻게 말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가 더 중요하다.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보자. 그리고 매주 수요일 카카오 페이지에서 ‘글월’을 검색해서 한 토막씩 읽어보자. 심지어 싸다. 회당 단돈 100원이면 볼 수 있다. 그래서 부제가 ‘100원짜리 인문학’이다. 인생의 10분, 단돈 100원의 투자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제가 운영하는 리드모는 그동안 전자책 단행본을 출판했지만,
올해는 카카오 페이지에서 인문학 콘텐츠 연재를 시작합니다.
출퇴근 시간에 한 번씩 카카오 페이지에서 '글월'을 찾아주세요.
연재는 매주 수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사람들의 생활패턴은 날로 변화하고 있으니 콘텐츠가 변화한 패턴에 맞춰야겠죠.
맞습니다. 저도 카카오 페이지에서 연재를 시작하지만, 모바일 환경에 맞추는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노동시간 대비 독서율은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독서는 습관성이 강한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 독서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활자로 된 책을 국한해서 본다면요. 책을 읽고 답을 스스로 찾는 학습법이 도입이 되면 책 읽는 습관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만약 노동시간이 저렇게 천정을 뚫고 있는데도 독서율이 높다면 그건 정말 의지의 한국인이겠지요 ㅎㅎ
말씀처럼 습관도 아주 중요합니다. 사실 20~30분 스마트폰 가지고 놀 시간에 책을 읽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왠지 책은 한 시간 정도는 진득하니 봐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라 저 같은 경우는 짜투리 시간에는 잘 안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낵컬처의 발달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아요. 우리의 여유시간 또는 휴식 대부분은 출퇴근 시간이나 잠들기 전 잠깐(집에서도 집안일 등등)처럼 굉장히 짧다보니 소중한 그시간 빠르게 쉽게 재밌게 핵심만 보고싶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 속에 상당히 긴 영화와 드라마가 뜨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많은 노출을 통해 높힌 접근성과 쉬운 시작인 것 같아요. 책도 좀 더 다양한 방식과 많은 노출로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돼서 '영화 한 편 볼까?'라는 말처럼 '책 한권 읽을까?'하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래요. 저도 아직 그러지는 못하지만ㅎㅎ 이북에 익숙하고 잡지가격이 부담스러운 저에게 좋은 잡지네요ㅎㅎ 또 뵈요:)
그렇네요. 한 쪽에선 스낵컬쳐, 한 쪽에선 드라마, 영화 몰아보기 ㅎㅎ 시간을 쓰는 방법도 양극화가 되나 봅니다. 모바일로 책 읽는게 익숙하시다면 카카오 페이지에서 "글월"을 한 번 찾아서 읽어 보세요. 4편까지는 무료로 제공하고 유료도 100원이면 보실 수 있어요 :-)
저도 팔로우합니다. 또 뵈요 ~
꾸준한 연재 기대할게요:)
정말 책 안읽죠..책 안읽는 걸 자랑할 정도니까요. ^^
저도 예전 뉴스에서 학교에서 책 읽으면 조롱당한다는 내용을 보고 놀랐습니다.
파편화된 지식을 맥락 하에서 잘 엮는게 중요해지는시대가 오리라 봅니다. 다만 이러한 맥락 또한 독자들에게 어디까지 알려주고 어디까지 유추하게 할지를 잘 조절하는 것이 어쩌면 중요한 과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