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의 진정한 피해자, 제갈량
소설 삼국지는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은 중국 소설일 것이다. 아마 소설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나온 책 전부를 통틀어도 결과는 같지 않을까. 그렇지만 어렸을 적 소설 삼국지를 읽을 때는 그저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에 넋을 잃고 봤지만, 소설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대부분 ‘구라’였다는 걸 알게 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더구나 유비, 조조, 관우, 제갈량, 사마의 등 삼국지 인물론에 관한 책도 많고, 이들의 남다른 리더십을 분석하는 책도 많은데 이때 사실과 소설을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하면 논의가 묘해진다. 실제로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품성과 리더십을 격찬하거나 깎아 내리게 되니 말이다.
소설 삼국지는 촉한 정통론을 토대로 영웅 유비와 반영웅 조조를 내세웠는데, 그러다 보니 이 플롯에 의해 희생(?)당한 피해자가 여럿이다. 특히 조조 진영에 피해자가 많았는데 사마의는 제갈량만 만나면 쩔쩔 매면서 우왕좌왕 쫓겨 다니는 소인배가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사마의만 피해자가 아니다. 사실은 소설에 의해 신격화된 제갈량이야말로 진짜 피해자다. 제갈량은 소설 속에서 적벽대전을 주도하고 화살 10만 개를 공짜로 얻어내고, 동남풍을 일으키며 조조의 백만대군을 불에 태워버린 신출귀몰한 병법의 천재로 나온다. 사마의에게 포위당하자 스스로 성문을 열고 거문고를 타서 사마의로하여금 병사를 물리게 했다는 적군 장수의 성격을 마치 손에 쥐고 있는 듯한 지혜의 화신이다.
그러나 이러한 병법에 대한 과도한 치장은 제갈량의 진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우리가 제갈량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병법이 아니다. 제갈량에게 주목해야 할 점은 유비 사후 제갈량이 촉한의 승상으로써 행했던 어질면서도 나라를 부국강병으로 이끈 정치력이다.
제갈량은 나라를 아무런 사심 없이 다스리면서 한나라 부활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위해 일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부흥과 백성의 삶을 위해 애썼던 명재상이었다. 또한 한나라 부흥에 힘쓰면서도 유학에만 머물지 않고, 법가, 병가, 묵자 등 제자백가 사상을 두루 공부하고, 기술 개발에도 힘썼던 실용주의자였다.
그는 주어진 군대로 전쟁터에 나아가 소수의 군대로 대군을 물리치는 천재가 아니라, 잘 훈련된 정예병을 키우고, 군대를 부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국가’를 길러 내는 천재였다. 소설 삼국지는 왜 촉한의 백성들이 제갈량이 죽었을 때 그토록 슬퍼했는지, 그의 진정한 면모를 감춘 채 병법이라는 MSG를 과도하게 쳐버렸다. 우리는 제갈량을 우러러봐야 할 진정한 면모를 보지 못하고 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제갈량의 인생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싶으시다면 카카오 페이지에서 제가 연재 중인 <글월 - 100원짜리 인문학>을 읽어봐 주세요. 소설에 가려진 제갈량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 보고자 했습니다. 제갈량의 어린 시절부터 시골에서 10년간 밭을 갈며 공부하다 세상에 나와 촉한의 승상이 되어 북벌에 나섰다가 죽을 때까지, 제갈량의 실제 삶을 그려보고 그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http://page.kakao.com/home/50754231
제갈량에 대한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겠네요.. 멋진 포스팅 감사합니다.
제갈량은 사실 신출귀몰보다는 뼈빠지게 일하는 재미없는 스타일에 가깝다고 봅니다 ㅎㅎ
그렇네요.
제갈량 하면 병법의 이미지만 생각이 났었는데 생각의 틀을 깨주는 글이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흠 그렇군요 여러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병법을 너무나 과장한 면이 좀 아쉽지요. 다른 배울 점이 훨씬 많은 인물입니다.
이런 쪽은 처음입니다. 앞으로도 재밌게 보겠습니다 ^^
제갈량이 농기계도 만들고 그랬다고 어느 책에서 본 것 같은데 정말 천재적인 책사로만 기억을 하고 있었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운송기계도 만들고 무기도 계량하고 소금 우물도 파고 기타 등등 기술 발전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댓글에 말씀하신것도 찾아 봐야겠네요
앞으로가 더 궁금해서 팔로우하고 갑니다.
남은 오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카카오 페이지 연재도 찾아봐 주시면 고맙습니다 :-)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쓰도록 하겠습니다. 밤이 늦었으니 내일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