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의 황혼 II] 국가라는 우상에 대하여.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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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rothbardianism 입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우상의 황혼 시리즈를 이어가 볼까 합니다. 사실 국기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긴 한데, 우리가 국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다 국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국가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국가는 무엇인가?

참 모호한 질문입니다. 일정한 영토가 있어야하고, 통치기관(정부)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사는 국민들이 있어야겠죠? 그런데 말입니다.이런 사전적인 뜻을 제외하고요. 국가를 보여달라고 한다면,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국가를 만질 수 있나요? 그럴 수 없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국가는 집단이기 때문에 실제할 수 없고, 행동할 수 없습니다.오직 그 국가에 속한 개개인들만 존재하고 행동할 뿐이죠. 국가는 실제할 수 없기에 국기를 만들어 국가를 형상화 하는 것이죠.

사실 제가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해서 대한민국 사람만의 고유한 특성을 타고나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다라는 말이 딱히 대한민국 정부에서 시민권을 부여한 사람이라는 뜻 말고는 특별한 특성이 없어보입니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것, 취향, 성격, 생김새, 모든 것이 다 구분되어 있기 때문이죠.

사실 국가는 어떤 모호한 개념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어보입니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개념이라는 것이죠. 우리도 교육을 통해서 애국을 해야한다 고 배워왔기 때문에 무엇이 애국인지도 모른채 우리는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배워왔습니다.

국가, 광기를 만들다.

최근에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등등. 세계 각 국가가 참여하여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경쟁을 하는 세계인의 축제인데요. 저도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그에 따른 결실을 맺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감동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의 정상에 오르는 선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울컥하기도 합니다. 굉장히 재미있는 겁니다 올림픽이라는 거는요.

저도 회사 동료들과 주변 술집에서 치맥을 하며 경기들을 관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단 말이죠. 대한민국 선수는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상대방 선수는 떨어져라 떨어져라 주문을 외우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도대체 우리나라 선수가 승리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효용을 줄까요? 단지 우리는 대한민국이란 국가에 소속된 한 개인이 뛰어난 성적을 거뒀으니 대한민국은 우월한 국가다. 라는 사실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A라는 선수가 금메달을 따든 은메달을 따든, 우리가 연금을 대신 받거나, 포상금을 대신 받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렇다고 우리가 CF를 대신 찍고 게런티를 받는 것도 아니란 말이죠. 도대체 금메달을 따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애국이 되는걸까요? 왜 우리는 올림픽 때 대한민국은 외치는데 미합중국!!은 못외치는 것일까요?

한일전은 늘 이슈가 됩니다.

옛날에 스즈키 이치로가 "대결할 상대가 앞으로 30년동안 얕볼 수 없을 정도로 이기고 싶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한국 기자들은 이를 "한국 야구가 일본을 따라오려면 30년은 걸린다." 고 왜곡해서 내보냈고 사람들은 이치로를 천하의 쪽빠리 취급을 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광기있게 만드는 것일까요? 저렇게 왜곡된 기사가 원문이라고 해도, 우리는 왜 그렇게 이치로를 증오하고 혐오해야 할까요? 우리가 한국인이라서? 뭐, 물론 한국 야구선수들은 불쾌할 수 있겠지만, 일반 개개인들을 비하하거나 조롱한 것도 아닌데 우리가 성을 냅니다. 도대체 왜?

한일전은 늘 이슈가 됩니다. 과거 일제가 강점했을 때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것이죠. 상대 일본팀 선수들이 일제 강점기를 야기한 장본인들도 아닌데, 원숭이 처럼 생겼다느니, 뭐 하다느니 비난하고 조롱하는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아드레날린 분비를 시키는 것일까요? 우리가 그렇게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겠죠.

세계전쟁이 왜 일어났던가요? 자기 국가에 대한 우월감, 상대 국가에 대한 증멸감. 이게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서도 박정희 정권 때 국가모독죄라는 죄목이 있었죠. 아니, 국가도 명예가 있고 권리가 있습니까?

국기는 소중히 다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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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태극기를 태우든 밟든 뭐하든 그건 누구의 권리도, 재산도 침해한 것이 아닙니다(물론 그 태극기가 타인의 태극기였다면, 재산권 침해겠지만). 태극기를 태우고 짓밟는 행위는 누군가에게, 특히 태극기를 사랑하시는 분들에겐 악덕(Vices)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악덕도 아닐뿐더러 심지어 악덕이더라도 우리는 처벌할 근거가 없습니다. 악덕과 범죄는 다르니까요.

하지만 누군가가 태극기를 태웠다고, 국기모독죄라는 터무니 없는 죄목을 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국기에 명예가 어디있으며 권리가 어디있길래 모독을 할 수 있다는 것일까요?

예전에 쯔위가 대만기를 들고 나왔다고 분노하던 중국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왜 사람들은 국가에 그렇게 민감한 것이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광기있게 만드는 것일까요?

국가는 우리가 아니다.

나는 나 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실체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행동하는 개인들에게만 권리가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국가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것이죠. 국가는 우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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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저는 국가란 일종의 서비스 기관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속한 서비스 기관이 더 발전하면 저에게도 이득이 오는 것이고 그것이 일종의 소속감을 만들지 않나 싶네요. 물론 이것만으로 국가를 정의할 수는 없죠. 단순한 사전적 정의 말고 국가에 대해서 갖게 되는 감정도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그런가요? 올림픽에서 어떤 선수가 금메달을 받으면 우리에게 이득이 올까요? 국가의 경제는 누가 발전시키는 것일까요? 좀 더 좋은 질의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개개인들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그 서비스도 국가라는 존재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속한 개개인들이 제공을 해주는 것이죠. 심지어 그 서비스가 무상도 아니구요. 국가의 명예가 높아져서 우리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며, 올림픽 메달의 수가 많다고 우리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도 없지요.

roth님 오랜만입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국가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것이죠. 국가는 우리가 아닙니다.> 이 대목에 매우 공감합니다 : )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애국심은 세뇌교육과 집단 이기주의가 뒤섞인 결과 아닐까요?

집단 이기주의.. 딱 어울리는 말이군요.

라스님!
오늘 주제는 평소 저도 고민해봤던 것이네요. 이상하게 본선 진출은 못해도 한일전만이라도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제 자신이 의아했었거든요.
제가 생각한 것은 한국의 가족주의적 관습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강태공의 육도삼략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합니다.

"스스로 봉양함은 심히 박하고, 그 부역은 심히 적습니다. 그러므로 만백성이 넉넉하고 즐기며, 긂주리고 떠는 기색이 없으며, 백성이 그 임금을 해와 달처럼 받들며 그 임금을 어버이처럼 가까이 합니다."

백성들이 훌륭한 임금님을 아버지처럼 따르듯, 국가 또한 가족과 같이 생각하지 않았나 합니다.
가족이 좋으면 함께 좋아하듯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단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내가 딴 듯이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뭐 가벼운 마음으로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승리를 응원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는 아닐까요? ^^

사실 그런데 가족은 잘되면 제가 이득을 보는 것이 있잖습니까? ㅎㅎ 밥도 사줄테고. 어려우면 도와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선수들은... 우리랑 상관이 없죠. 뭐 물론! 가볍게 즐기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