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띠와 Metoo

in #kr7 years ago (edited)

현대와 전통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해서 그렇게 치장될 뿐이죠. 그리고 현대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이 외부인들에게 자신들이 전근대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면 보여줄 수록, 그런 모습에 분노하며 전통을 영위해야 한다고 나서는 꼴통들은 더 결집하기 마련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의 사띠(Sati) 악습입니다. 힌두교에선 24시간 안에 망자의 시신을 화장합니다. 사띠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서 화장을 할때 아내가 뛰어들어서 같이 죽는 악습이지요.

이 악습, 황당한 지점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먼저 이 악습의 이름, 사띠(Sati)는 부처님께서 쓰셨던 팔리어로는 올바른 생각, 그러니까 한국 불교에선 팔정도의 정념(正念)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남편 죽었다고 아내가 따라죽는게 ‘올바른 생각’이라니요. 두 번째는 이 악습, 영국식민지시절에 만들어졌던 Bengal Sati Regulation에 의해 1829년부터 불법입니다.

인도 중앙정부 역시 엄격하게 금지했던 이 악습은 몰래 몰래 실행되다가 1987년에 인도 전역을 뒤흔듭니다. 1987년 인도 라자스탄의 라지뿟이라는 마을에서 이 끔찍한 악습이 거의 100년만에 실행된 겁니다. 1987년 9월 4일, 스물 네살인 남편이 결혼 8개월만에 죽자 아내였던 18살 룹쿠바르바 칸와(Roopkuvarba Kanwar)가 남편을 화장하던 장작더미로 몸을 던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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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pkuvarba Kanwar, 당시 18세

그러나 현장에 갔던 기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지요. 먼저 이 사띠는 이미 예고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칸와가 약물에 취한 듯이 보였으며 강제로 떠밀려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군중이 모여 사띠를 행하라고 응원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 사실들이 보도되자 분노한 인도 여성 3천명이 모여 살인자를 찾아 처벌하라고 모여 시위를 벌입니다. 자... 이 시위를 통해 이 악습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동화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죠...

현실은 상상보다 참혹한 법입니다. 사람 취급 해주는 것에 감사해야 할 여자가 감히 전통에 저항했다고 생각한 인도의 수구꼴통 힌두교 원리주의자들이 인도 전역에서 몰려들어옵니다. 무려 7만이 모여서 세를 과시했죠.

인도 중앙정부는 이 어처구니 없는 일을 보곤 1988년에 사띠 금지법을 만듭니다. 어떤 경우에도 사띠를 벌이지 못하도록 하며, 이를 위반하면 징역 7년과 3만루피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군중이 모여서 화장을 보지 못하도록 하고, 설사 사띠를 행했다고 하더라도 그를 추모하는 사원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 피맛을 본 인간들이 그걸 버릴리가 있나요. 21세기에 들어서도 사띠는 종종 벌어집니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159445.html

특히 2014년 인도 총선에서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BJP 전국 통일을 한 뒤론 점점 더 여성인권 침해 사건들을 계속 터져나오고 있지요. 마을 이장회의인 빤짜야뜨(Panchayat)에서 낮은 카스트 여성에 대한 처벌로 집단 강간하는 사례들도 종종 보도되는 판입니다. 이 현실에 맞서 인도 여성들은 참 처절하게 싸웁니다. 2016년 말에 개봉했던 이 영화가 기록적인 흥행수입을 올렸던 것도 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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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갈, 전직 레슬링 선수가 딸을 세계적 수준의 레슬러로 키우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선 넷플릭스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놀라운 수준의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성취한 몇 안되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지위는 현대 인도가 만들려고 하는 수준도 못됩니다. Metoo운동이 벌어졌을때 이렇게 불타오를 줄은 몰랐지만, 사실 저도 기함했던 몇 가지 경험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느 유명 작곡자를 모 선배께서 하시는 음식점에서 본 적이 있는데, 자랑스럽게 자긴 스물 네살 이상의 여자는 자기 앞에 앉히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선배는 그 말을 듣고 어처구니 없어 하는 형수님에게 미안하다고 사인보내기 바쁘시던데 말입니다. 저 같은 남자가 봤던 것도 있으면 여성들이 얼마나 많이 겪었겠습니까...

뿐만 아닙니다. 한국에 온전히 정착하기 시작한게 2015년입니다만, 아내는 아직도 먼 거리를 혼자서 대중교통으로 다니는걸 싫어합니다. 피부색과 생김세를 보고 대중교통 성추행범들의 집중적인 타겟이 되기 때문이죠. 외국인이니 우리말을 잘 몰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거죠.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데 Metoo운동은 아주 반갑죠.

한국 사회는 아직도 꽤나 많은 부분이 전근대적입니다. 이런 전근대성을 참지 못하는 분들이 결집하게 되면, 가장 우려해야 하는 것은 인도와 같은 반동의 결집입니다. 적어도 사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와 위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반동의 세를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진영론적 음모론 따위나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성폭행과 성추행을 했다는 이들을 응원하는 이들과 맞서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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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제수씨가 참 고생이 많겠.....

이런 의미없는 댓글 달 수 있는 대역폭을 자랑하는거냐... 근데 정말 너무한다 싶더라. 아니 2016년에 사례집에 올라갔던 것이 이번 Metoo 돌풍 불면서 '재발굴'된 건데... 지금까지 입 닫고 있던 양반더러 '힘내세요 화백님~'이라고 댓글다는게 말이냐 막걸리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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