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운전과 투자의 묘한 유사점
투자와 운전은 아주 비슷합니다.
둘 다 열린 시스템입니다. 또한 알 수 없는 변수와 비합리적인 인간 행동에 의해 지배됩니다.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고, 시장이 붕괴되곤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열린 시스템(open system)이란 생물이나 인간 같은 유기체가 환경과 계속적이며 동태적인 상호작용관계를 가지며 자율적으로 자기법칙에 의해 적응해 가는 체계를 말합니다.
반면 닫힌 시스템(closed system)은 건물이나 기계와 같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없이 자기완결적인 독립성을 가지고 정태적인 균형을 취하려는 체계를 말합니다.
톰 밴더빌트의 책 "TRAFFIC(번역서: 트래픽)"에서는 도로의 혼란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 설명에서 도로라는 단어를 시장으로 바꿔놓고 보면, 전 세계 증권 거래소에서 나타나는 매일 매일의 광기를 설명하는 이야기로 바뀝니다.
"길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매일 던져지는 일종의 배양 접시 같은 곳이다. 그 곳에서는 온갖 종류의 알 수 없는 작은 역학들이 서로 작용한다. 도로만큼 각계각층에서 연령, 인종, 계급, 종교, 성별, 정치 성향, 생활 방식, 심리 상태가 다양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어울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미국 교통청장 헨리 반즈는 "교통은 물리적이고 기계적인 문제인 만큼 또한 감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말합니다.
투자에서 최악의 적은 우리 자신일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공포와 탐욕은 특별한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상입니다.
단기적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함에도 우리는 이를 투자 전략을 만들 때 심리적 및 서사적 근거로 삼습니다. 패시브 투자가 좋냐, 아니면 액티브 투자가 좋냐 라는 논쟁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헤지 펀드를 맹신하기도 하고, 어떤 투자자는 전통적인 투자 상품을 버리고 대체 투자 자산에 뛰어 들기도 합니다.
"교통 정체라고 다르지 않다. 심리학자 이안 워커에 따르면, '무수한 이들이 교통 법규를 무시하면서 끼어들기를 계속해서 일어나는 교통 정체처럼 복잡한 시스템의 원인을 사람들의 심리적인 측면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이유를 단지 자기 생각을 바탕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경제 통계, 중앙은행의 발표 및 정치적 사건에 대한 시장 참여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따라서 데이터가 공개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투자자라도, 좋은 투자 결과를 얻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2011년, S&P는 미국 정부의 신용 등급을 내렸습니다. 전날 이 정보를 미리 알았고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가 있었다면, 수익이 아니라 손실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채권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상승 랠리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이안 워커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도로 위에는 수많은 비공식적인 신호가 있다. 실제 어떤 신호에 대해 도로 위의 사람들 중 절반은 이렇게 이해하고, 나머지 절반은 저렇게 이해하곤 한다. 때문에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한 거래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우리는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2주 전 다우 지수가 한 순간 1,500포인트 하락한 적이 있습니다. 컴퓨터 알고리즘 거래가 주범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하락 속도만큼 공포에 떨었습니다. 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리는 도중에 도로 위에 예상치 못한 뭔가가 나타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운전에서와 마찬가지로 투자에서도 많은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습니다.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일단 뭔가를 소유하게 되면, 포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주식이나, 주차 장소가 그렇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주차장에서 나갈 때, 다른 차가 그 자리에 주차하려고 기다리고 있으면, 더 천천히 차를 뺀다고 합니다.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도 비슷합니다. 우리가 과연 평균적인 투자자보다 더 좋은 실적을 올리거나, 평균적인 운전자보다 더 운전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통 법규가 다른 운전자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매매하는 투자자들도 비슷합니다. 시장 법규가 단순하게 매수 후 보유하는 투자자들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차량 대부분이 95%의 시간 동안 주차된 상태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운전 중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는 가장 큰 이유는 이전의 실수를 거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주행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보면, 운전자가 사고를 피한 이유가 운전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지 운이 좋아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트레이딩 저널을 봐도 비슷합니다. 운전자나 투자자 모두 운전이나 투자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에 남기는 일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운전자는 찾으려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동물이나, 도로 위의 돌덩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입니다. 레버리지 ETF 같은 제품을 구매하는 투자자는 시야가 좁습니다. 3배의 수익을 얻으려고 하지만, 3배의 손실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지 않습니다.
운전자가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고 해서 꼭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밴더빌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최적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관심은 제각각이지만, 이런 관심마저도 깨지기 쉬운 실재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높은 투자 대상을 메뚜기처럼 따라다니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 와중에 불어나는 세금이나 수수료는 안중에 없습니다.
교통 엔지니어들은 차량 흐름 및 사고 예방과 관련된 수학적 모델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런 시도는 거의 비참한 실패로 끝나곤 합니다. 시장이 닫힌 시스템이라고 가정하고 수학적 투자 모델을 만드는 "퀀트"도 동일한 결과를 맞고 있습니다.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모델이라도 인간의 기괴함과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온갖 소음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다. 교통 엔지니어들은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델은 불균일한 운전자의 행동을 처리하지 못한다."
여기서 운전자라는 단어를 투자자로 바꿔보세요.
일부 투자자들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를 조언하는 로보 어드바이스(robo-advice)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 알고리즘에 인간의 역할이 존재하는 한, 실망스런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인간처럼 도로 또한 절대 완벽하게 설계될 수 없습니다.
헨리 반즈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적 문제는 더욱 자동화되겠지만, 사람들의 문제는 더욱 초현실적이 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고속도로를 생각해 보세요. 도로, 차량 및 운전자로 이루어집니다. 금융 시스템도 시장, 상품 및 투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교통 정체 패턴과 운전 방법을 연구하면, 더 나은 투자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도로에서 눈을 떼지 말고, 천천히 가는 것이 때론 더 빠른 길이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이런 규칙을 따를 때, 더 안전하고 더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A Teachable Moment, "Where Everybody Doesn’t Know Your Name">
전에 읽었던 '행운에 속지 마라', '현명한 투자자의 인문학',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책들이 떠오르는 포스팅이네요.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 거울을 보면서 부끄러워 하는 것 같은
제 자신이 있다는 겁니다.ㅎㅎ^^;
'사람들의 문제는 더욱 초현실적이 될 것'이라는 헨리 반즈의 말...
'더욱 초현실적'은 어떤 걸 상상하는 것일지 상상이 잘 안되네요.
어처구니 없게도 '기술'과 '인간'이 엉뚱한(?) 곳에서도 경쟁이 일어나는 것 같은 웃픈 상황~ㅎ
기술적 문제는 자동화로 해결될 수 있지만, 인간의 문제는 점점 더 현실을 벗어날 것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 아닐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ㄴ^
투자에 있어 조바심만큼 위험한게 없는거같습니다
자본투자만큼이나 시간투자도 중요할텐데요
투자도 운전처럼 하다보면 늘길 바랍니다.~ 좋은글 감사드려요
흥미로운 포스팅이네요 ㅋㅋ 저도 요즘 운전을 하기 시작해서 더욱 재밌게 읽었습니다 @홍보해
새로운 관점 잘 읽고 갑니다.
이렇게 보니 정말 운전과 투자가 닮은 점이 많군요.
교통 정체 패턴과 운전 방법을 연구하면, 더 나은 투자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문구 공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