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왜 우리는 무작위를 패턴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in #kr7 years ago

1959년이 시작되면서 존 내시(John Nash)의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게임 이론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수학자가 정신 분열증을 앓기 시작한 것이죠.



처음에는 자동차 번호판에서 패턴을 찾을 수 있다는 농담을 던지기 시작하더니, 외계인이 뉴욕 타임스 기사를 통해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다고 믿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보스턴에 사는 남자들이 점점 더 많이 빨간 넥타이를 매고 다닌다고 확신하기까지 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패턴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모든 국가의 국민들 중 약 1%의 정신 분열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일반적인 증상은 아무 관련이 없는 곳에서 패턴을 본다는 것입니다(전문 용어로 아포페니아(Apophenia)라고 합니다). 내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뷰티플 마인드”를 본 이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내시가 왜 자기 행동을 믿었는지 이해하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습니다.

내쉬는 1995년 말 정신 분열증에서 벗어난 후, 과거에 자신이 왜 그렇게 많은 비논리적인 것들을 믿게 되었는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내쉬의 답변에는 인간이 패턴을 인식하는 방법에 대한 진실이 담겨있습니다:

"수학적 개념이 떠올랐을 때와 같은 식으로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개념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때문에 진지하게 여긴 것이죠."

이것이 여러분과 나 그리고 지구상의 다른 모든 인간들이 갖고 태어난 문제입니다. 우리 인간은 절대 패턴 인식에 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존 내시가 자신이 본 가짜 패턴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신호와 잡음의 차이를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삶을 살아가는데 지장이 생기지 않고, 굳이 확률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지만, 현대 사회는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원시인들은 한 동굴에서 세 번이나 호랑이를 보게 되면, 다음번에는 그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날에 와서, 어떤 펀드가 3년 연속으로 좋은 성과를 올렸다면, 그곳으로 돈일 몰릴 수 있습니다. 시대는 다르지만,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은 비슷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투자자에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작위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에서 패턴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최근 실적이 가장 좋은 펀드나 부문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적을 따라다니는 것이죠.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투자하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투자 성과가 나빠진다는 수많은 연구가 있습니다.

무작위에도 어느 정도의 패턴은 있다는 점을 많은 투자자들이 잊고 있습니다. 실제, 영국 수학자 프랭크 P. 램지(Frank P. Ramsey)는 어떤 시스템을 아무리 복잡하고 어지럽게 만들더라도, 규모가 커지게 되면 공통점이 나타나게 돼있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습니다. 이를 램지 정리라고 부르는데, 무작위 속에도 패턴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실제 그런지 아래와 같이 10차례의 동전 던지기 결과를 보고 생각해 보죠.

  1. 앞 앞 앞 앞 앞 앞 앞 앞 앞 앞
  2. 앞 뒤 뒤 앞 앞 뒤 앞 앞 뒤 앞

어떤 결과가 나올 확률이 더 높을까요?

통계를 공부해본 분들이라면 속임수가 들어있는 문제라는 걸 아실 겁니다. 두 결과가 나올 확률은 같으니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것이 이 글의 요점입니다.

결과 2가 결과 1보다 더 무작위 하다고 보는 게 맞아 보입니다. 결과 2에 패턴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누군가가 눈앞에서 동전 던지기를 해 10번 모두 앞면이 나오게 한다면, 사기 동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결과 1과 2가 나올 확률은 1,024분의 1로 같습니다.

다음으로 동전을 400번 던져서 결과를 아래처럼 가로 세로 20칸인 모눈종이 적었다고 해보죠. 완전히 무작위 한 결과이긴 해도 작은 패턴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빨간색이 뒷면, 검은색이 앞면).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우리가 투자 과정에서 내리게 되는 수많은 결정들이 무작위일 수밖에 없는 시장에서 그저 작은 패턴을 기준 삼아 내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다 최신 편향(recency bias; 가장 최근의 정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합세하게 되면, 잠깐 나타난 패턴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그 결정을 내리게 된 원인이 확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무작위 속에는 가짜 패턴이 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 해보죠.

  1. 동전 던지기를 20번 한다고 치고, 종이 위에 예측한 결과를 써 봅시다.

  2. 이어서 실제로 동전 던지기를 20번 해서 그 결과를 다른 종이 위에 써 봅시다.

두 종이를 섞은 다음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게 실제 결과인지 물어보세요. 맞추던가요?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동전 던지기를 해서 결과를 써 내려가는 일은 순식간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제 동전 던지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속으로 4번 정도 앞면(또는 뒷면)이 나오는 일을 떠올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앞면과 뒷면을 골고루 적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행동이 가상의 결과를 덜 무작위 하게 만들고, 실제 결과와 더 구분하기 쉽게 해줍니다.

무작위 하게 만든다는 것이 오히려 덜 무작위해지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역으로 사람들은 무작위 속에서 가짜 패턴을 보곤 합니다. 또 이것을 놓고 다음 그림처럼 조롱하기도 하는 것이죠.

이 가짜 패턴을 알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패턴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에 혹시 이 패턴이 가짜 패턴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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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us.pius님 안녕하세요. 써니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시장은 복잡계라고 생각합니다.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대응이 중요하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입니다. 단순히 전체의 일부분의 인과성을 파악했다고 하여 그것을 전체에 적용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종국에 성공적인 투자자로 남겠죠.

따라서 투자는 필연적으로 확률론적인 접근을 해야합니다. 원인과 결과, 흑과 백의 논리가 통하지 않죠. 언제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확률이 존재하며 이를 인식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ㄴ^

사실 저 그림과 같은 것이 저는 차트 분석이라고 봅니다 ㅎㅎ @홍보해

위트 짱이시네요!!
버핏 옹의 '차트를 뒤집어 보고도 맞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ㄴ^

저번 글에서 말씀하신 "투자는 정원사처럼"을 읽고, 이를 철칙으로 삼아 투자를 하고있습니다^^. 이번글도 일맥 상통하는것 같습니다. 또하나, 항상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수익률이 높다고 내가 잘하고 있는 것도아니고, 지금 수익률이 낮다고 내가 큰 잘못을 하고있는 것도 아닌것 같습니다. 그저 시장이라는 큰 파도속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지만, 너무 예상하려고하기보다 그저 주사위 확률이 50프로란 것을 알면, 조금 덜 흔들리고 어디론가 가고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좋은글, 영감을 주는 글 감사합니다. ^^

나심 탈렙이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말한 것 처럼 말이죠..
감사합니다. ^ㄴ^

차트에 그림을 그려서 투자하는 사람이나 차트를 분석하는 사람이나 사실은 같은 확률에 걸고 투자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ㅎㅎㅎ

모르고 따라하면 그런 셈이죠. 차트 패턴에도 수명이 있어서 과거의 패턴은 맞지 않는 경우도 있구요.
스스로 패턴을 만들어야 하는 데, 쉬운 일도 아니고, 글에서 같은 편향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ㄴ^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새벽에는 그래프에서 토끼가 보이더니.. 또 개가.. 그리고 새가... 보이네요 ㅎㅎ
무작위에서 패턴을 만들어내고 그걸 믿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싶은 의도가 있겠지요..
성급한 일반화이긴하지만.. 내시, 오스트롬 등.. 게임이론을 연구한 분들의 끝이.. 모두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오래전부터 게임이론은 참 정이 안가는 분야이긴 했습니다. ㅋ

동감입니다. 대학 시절 전략적 사고라는 게임이론 책을 읽고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ㄴ^

안녕하세요 pius.pius님 글 잘보았습니다.

다만, 그 내쉬나 동전 등의 유의미한 원동력이 없는 숫자 및 색깔 등과 투자상 차트의 차이점은 근본적으로 그 차트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무언가(실적,큰손의 개입,재료의 선반영 등)가 투자대상 차트에 반영되냐 안되냐에 따라서 조금은 다른 차원으로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덕분에 여러모로 곱씹어본 좋은 기회였습니다~^^

맞는 말씀이에요. 분명 패턴은 있습니다. 근거가 없거나 약한 패턴을 쫓는 것이 위험한 것이죠.
감사합니다. ^ㄴ^

사실 시장은 언제나 카오스의 연속이지요 ㅎㅎ

그 중에서 왠지 짚이는 곳으로 소신있게 투자하면 그게 제일 정확하더라고요 ㅎㅎ

잘 봤습니다 pius.pius님 :)

맞습니다. 시장은 카오스의 연속이고, 술 취한 저의 발걸음이죠. 그래도 집은 잘 찾아 온다는...
감사합니다. ^ㄴ^

챠트 그림이 다했네요. ^^ 강아지라니~
전 무작위 (챠트)가 사람의 심리를 허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패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엘리엇 파동을 포함하는 많은 이론들이 무작위 투자 또는 심리흐름의 역사니까요. 패턴이란 말이 좀 그러면 인간 심리에서 쌓은 tip! 정도로 하면 어떨까요?

좋은 글 보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저도 항상 무작위 시장 속에서 가짜 패턴을 찾아다니는 바보가 아닌가 합니다ㅠ 어차피 장기투자인 것을 마음을 비우고 보면 좋은데 꼭 패턴을 찾아 시장을 점치려고 노력하죠. @pius.pius님의 포스트를 보고 저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여러분이 올려주신 댓글을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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