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검사 時歷檢査] 너의 양비론을 응원해

in #kr9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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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론만 되니? 이쪽이든 저쪽이든 도원결의를 맺어야 사람이니?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으면 안 돼? 짜장도 싫고 짬뽕도 싫고, 초밥 먹고 싶으면 안 되니? (아, 노재팬이라 안된다고? 그럼 맥도날드) 아니 속 불편한데 아무것도 안 먹으면 안 돼? 왜 한쪽 편만 들어라 강요야. 그 놈의 무뇌아들 도원결의 때문에 이 꼴이 났는데, 왜 자꾸 어느 편이냐 강요하고 지랄이야.



(2)

양비론은 말야. 모든 사안에 대해 중립을 지키려는 태도를 말하는 거겠지? 그런데 중립이 아니라 싫은 거라고. 이놈도 싫고, 저놈도 싫은 거라고. 그러니까 덜 싫은 놈 뽑으라고? 안 뽑을 자유는 없는 거야? 안 먹을 자유, 안 잘 자유는 없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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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마구 복잡해지고 사람들의 개성이 마구 드러나니까 혼란스러운 거야. 뭐가 참이고 거짓인지 헛갈리는 거야. 진실이 어디 있어? 믿음과 기호가 있는 거지. 그리고 그건 다원화, 다변화되는 세상에서 마구 새로 생겨나고 갈라지고 있어. 그러니까 매번 물어야 하는 거야. 나는 개보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짬뽕보다는 짜장을 좋아하고, 로코는 질색에 액션에 몰입하는 공동체적 개인주의자라고. 누구 편이냐? 나는 누구 편이야? 개 편이냐 고양이 편이냐? 짬뽕파냐 짜장파냐? 회색지대가 아니라 개성지대인 거야. 분화지대라고. 너도나도 다르고, 내 안에도 수많은 내가 있고. 그러니 딱 잘라서 찬성인지, 반대인지 말할 수가 없어. 그러나 닥치고 누구 편인지 대라는 너는 분명하지. 혐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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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싫은 건 혐오가 아니야. 혐오는 다른 편을 향하지. 싫은 건 내가 싫은 거고. 혐오는 강요고, 싫은 건 내 문제야. 네가 입장을 정했다고 해서 내가 입장을 정해야 할 이유는 없는 거야. 네가 먼저 입장을 정리했다고 해서 나도 입장을 정해야 할 의무는 없는 거야. 투표를 반드시 해야 할 이유도 없고, 찬성이나 반대를 표명해야 할 이유도 없어. 찍을 놈이 없는 투표는 보이콧 할 수 있어야지. 보이콧 유권자가 더 많으면 투표가 성립할 때까지 계속 재선거를 해야지. 유권자의 의사를 묻는 게 투표 아니야? 메뉴에 없는 거 시키면 안 돼? 없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지. 꼭 뭘 먹어야 해? 누굴 꼭 뽑아야 해? 그래서 뽑아 놨더니, 일은 안 하고 술 처 마시고 위장 출근이나 하는 대통령 따위, 없어도 그만 아니야? 없어도 잘 돌아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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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니까 지지율이 더 뛰는 건 또 뭐야? 마법사의 조카가 반장 선거에 나가서 나를 반장으로 뽑아주면 더 이상 교실에서 춤을 추지 않겠다고 공약했대. 그랬더니 아이들이 반장으로 뽑아주더래. 웃기지 않니. 아이들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런데 그런 일을 어른들의 현실에서 또 본 거야. 탄핵으로 직무 정지 당한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는 건 또 뭐니? 이런 대통령이 필요해? 싫어도 뽑아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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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싫다고. 싫은 건 싫은 거야. 술주정뱅이도 싫고 깡패도 싫어. 계엄도 실패하는 비겁한 독재자 모사꾼도 싫고, 저 살 궁리만 하느라 조바심 내는 겁쟁이 깡패도 싫은 거야. 왜 법 어긴 거 없다면서 꽁꽁 숨어있는 거야? 당당하면 관저 시위대 앞에서 춤이라도 춰야지. 그토록 나라를 위한다면서 불출마 내걸고 내란수괴 단박에 처단 못 해? 저놈들은 계엄도 하는데? 뻔하잖아. 말해 뭐해. 그러니까 양비론이라고. 이놈도 싫고 저놈도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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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돈은 양비론을 싫어해. 불확실성은 성장의 족쇄잖아? 그러니까, 저 새끼들 돈에 눈멀어 저러는 거라는 말도 거짓말이야. 돈 때문이면 돈 안 되는 계엄은 뭣하러 해. 가만있으면 임기 보장인데. 돈 때문이면 대통령 자리는 왜 탐내? 저수지에 돈다발 태워 가며. 그러니까 왜 그러는 걸까? 다들 왜 그러는 걸까? 왜 이 추운데 광장에서 벌벌 떨며 누군가를 수.호. 하는 걸까? 돈도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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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그래. 인생이 졸라 지루하거든. 그런 놈들이 뻘짓을 하는 거야. 다이나믹하잖아. 현실판 오징어게임, VIP 놀이들을 하는 거라고. 그런데 편 먹으라고? 그래서 포크 대신 응원봉, 멸공봉을 들려준 거야? 처단하라고? 마법사가 말했지? 게임 따위 안 하면 그만이라고. 나만의 게임을 해야지. 왜 남의 게임을 해. 너 NPC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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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야. 자기 캐릭터가 없는 NPC들이 편을 먹는 거야. 그리고 봉을 휘두르는 거야. 추위에 보초를 서며 은빛 키세스 흉내를 내는 거야. 키스해 달라고. 해 본 적이 없으니까. 현실에서 누구의 수호를 받아 본 적 없는 애덜이 NPC니까. 죽어도 누구 하나 인식하지 못하는 NPC니까. 편을 먹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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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의 양비론, 지지한다. 이 판국에 양비론 아니면 정신병자지. 두 대마왕이 협곡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뭣 하러 외줄에 올라? 계곡에서 치킨 뜯으며 관저 생중계나 보면 되지. 실소를 터뜨리며. 어차피 이 줄다리기 VIP들이 해결한다며. 트럼프가 모두 처단할 거라며. 셰셰하면 된다며.



(11)

양비론자들이 많아져야 해. 회색지대가 더 늘어나야 해. 극단적 NPC들을 양 끝으로 끝으로 밀어붙여야 해. 그래야 회색지대가 총천연색 팔레트로 드러나게 되는 거야. NPC들이 지랄들을 떠는 통에 캐릭터들이 중립 기어 박고 색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다 뭉뚱그려져서 회색지대가 되는 거지. 거기다가 이 놈의 NPC들이 귀를 먹었나, 확성기를 들이밀고 고함을 질러대는 거야. 찬성하라고, 반대하라고. 니 영혼, 탈탈 털어먹겠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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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자고 이 아수라장에서 누가 누가 이기나. 모두 싸그리 처단되고 나면 무지개가 뜨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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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자꾸 혐오가 나오려 해서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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