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덕후의 삼국지 이야기 2. 그래서 삼국은 대체 언제 나오냐고요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삼국지덕후 릴리리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다양한 삼국지 종류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그것만으로도 한 편을 훌쩍 채워버렸네요. 역시 방대한 삼국지의 세계..

삼국지를 이해하려면 한 권짜리 삼국지만 읽기 보다는 10권짜리 삼국지를 먼저 읽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월탄 박종화 선생의 삼국지를 추천드렸었죠. 이문열 삼국지나 황석영 삼국지를 읽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취향껏 읽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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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가 넘치는 고우영 삼국지. 애니북스에서 완전판이 나와 있으니 삼국지 팬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삼국지덕후의 삼국지 이야기 2.

그래서 삼국은 대체 언제 나오냐고요


삼국지를 펴들면 먼저 십상시가 나오고 황건적이 나오고 도적 떼가 나오고 그럽니다. 게다가 조조가 원소 밑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손견도 유비도 다들 사이가 좋아보이죠. 원소가 유비를 깔보자 조조는 유비 편을 들어주기까지 했죠. 아 뭐야 처음엔 위 아 더 월드였구나 싶습니다. 근데 아무리 읽어도 위, 촉 오의 ‘ㅇ’도 나오지 않습니다. 삼국지를 일단 읽기 시작했는데, 대체 삼국은 언제 나오는 걸까요?

삼국지 중후반까지 삼국은 ‘세 개의 나라’가 아니라 ‘세 개의 세력’입니다. 조조의 위, 손권(손견, 손책)의 오, 유비의 촉인데 세력으로서의 삼국이라는 개념이 정립된 것은 거의 적벽전(207년)에 이르러서입니다. 삼국지의 첫 시작이 183년 가량이니,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서지요.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유비가 땅(익주)를 얻은 것이 214년이고 그 전까지 유비는 영토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였습니다. 유비가 유표에게 몸을 의탁해 신야에서 지낼 때 자신의 살찐 허벅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유명하지요. 여기서 비육지탄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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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 삼국(2010년작)’의 유비. 이 분이 나중에 다른 드라마에서는 조조로 나옵니다..


위나라가 세워진 것은 220년, 촉은 221년, 오는 229년입니다. 조조와 관우는 위나라가 세워지기도 전에 죽었고 장비는 221년, 유비는 223년 사망했으니, 진짜 국가로서의 삼국 성립이 얼마나 늦은지를 알 수 있겠죠.

그럼, 이 시기에는 어떻게 땅따먹기가 가능했을까요? 정부는 뭘 하고 있었을까요?

당시 후한에서는 각 지역을 13개로 분류하고 주자사(주목)를 두었습니다. 연주를 관장하면 연주목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황제로부터 임명받은, 한 황실의 신하였지만 그 지방의 실질적 지배세력이었지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 호족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후한 말 관직을 사고파는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나라가 어지러워지며 세력만 좀 있으면 무력으로 주자사를 탈취하는 일이 생겨났습니다. 대표적으로 191년 발해태수였던 원소가 기주목이었던 한복에게서 기주를 탈취한 사건이 있습니다. 잠깐. 태수는 또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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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의 게임 <진 삼국무쌍> 시리즈의 원소. 다소 얍삽한 느낌의 인물입니다. 이미지 출처는 <진 삼국무쌍8> 공식 홈페이지.


태수는 군을 총괄하는 직책입니다. 원래 주목은 이들 태수를 감찰하는 역할이었으나, 후한에 이르러 주목에게 주의 군통솔권이 주어지며 태수가 그 아래 들어가는 형태가 됐습니다.

발해군은 기주 내에 속한 지역이었습니다. 기주가 경기도라면 발해는 고양시 라는 느낌이지요. 즉 태수는 군수 정도에 해당하는 직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원소는 조정에서 동탁과 대립하다 실각해 발해태수로 지내고 있는 형편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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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게임을 하다보면 태수를 임명해줘야 합니다. 주자사 임명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면 게임이 너무 귀찮아지겠죠. 이미지는 <진 삼국무쌍 7 엠파이어스> 플레이 화면.


원소가 변방의 발해태수 따위에 안주할 리 만무했습니다. 기주목 한복은 동탁이 원소를 감시하기 위해 임명한 것이나 다름 없었고요. 이때는 동탁이 실권을 쥐고 있던 때라 조정의 임명은 곧 동탁의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소는 기주목을 탈취하고자 합니다.

한복은 공손찬과 손을 잡은 원소의 협박에 못 이겨 기주를 내줍니다. 이 때 한복에겐 저수, 전풍, 심배 같은 책사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원소 밑으로 들어가게 됐죠.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은 가신 같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겐 상사가 바뀐 셈이죠. 게다가 원소는 제법 훌륭한 군주로 보였습니다.
물론 훌륭한 군주의 자질을 가진 이라면 어딜 가든 아랫사람들이 따라다닐 겁니다. 조조, 유비, 손씨 부자들처럼 말이죠.

재미있는 것은 저수가 한복에게 항복하지 말라고 간언했다는 사실입니다. 원소 밑에서도 저수는 계속 바른 소리를 하다 미움을 사 옥에 갇혔습니다. 그의 조언은 대부분 맞아 들어갔습니다. 생각해보면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그 능력을 제대로 써줄 훌륭한 군주를 만나지 못한 것이 매우 안타깝지요. 원소는 뛰어난 인물들을 곁에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럽게 말을 안 들어 처먹었습니다. 저수가 조조 밑으로 갔다면 순유 급으로 활약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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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시리즈의 저수. 중국의 역사가 손성은 그를 ‘장량’ 급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신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올바른 군주를 알아보는 눈입니다. 순욱은 전란을 피해 고향을 떠나 잠시 원소에게 몸을 의탁하나 그가 큰 그릇이 못 됨을 알아보고 그곳을 떠나 스스로 조조에게 갑니다.


한복은 원소를 피해다니다가 압박감을 못 이겨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일단 무력으로 얻기만 하면 황실에서는 마지못해 정식으로 주자사로 임명하고 그랬습니다. 법보다 주먹이 앞선 시대였죠. 체제는 확립되어 있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나라가 망할 때가 된 거죠.

그럼에도 황제는 중요했습니다. 황제는 허수아비일지언정 차마 건드릴 수 없는 거대한 ‘명분’이었죠. 조조도 결국엔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조조가 황제로 추대된 것은 그의 아들 조비가 헌제로부터 황위를 양도받은 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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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만화 ‘화봉요원’의 헌제는 조조와의 첫 만남에서 따귀를 때림으로써 실추된 한 황실의 위엄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 다음에 진정 명장면이 나오죠.. (입틀막)


이에 유비의 촉이 정통성을 주장하며 스스로 ‘촉한’이라 명명하였지만 정통성을 인정받은 국가는 위나라입니다. 국력 면에서도 오나 촉은 위와 비교가 되지 않았지요.

조조의 위나라가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이던 헌제를 맞이해 보호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촉과 오는 지방에서 일어난 ‘반란세력’에 불과했습니다. 중국역사에서 말하는 ‘위진남북조’ 시대의 ‘위’는 바로 조조의 위나라입니다.

이번엔 시대적 배경과 직위 얘기를 하느라 길어졌네요. 재미는 좀 없지만 제가 삼국지를 읽으며 의문스러웠던 부분을 먼저 정리해두고 가고 싶었기 때문에 넣고 싶었습니다. 관제 부분은 앞으로 용어가 나오면 그 때 그 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관제 얘기만 줄줄 늘어놓으면 재미없잖아요?

이제 다음 편부터는 정말로 본격적인 삼국지 내용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주요 사건을 짚으며, 관련 인물과 시대상을 알아볼게요.

그럼 다음 편에서 만나요!


삼국지덕후의 삼국지 이야기 시리즈


  • 참고서적 _ 정사 삼국지(진수 저, 민음사)/삼국지 강의(이중톈 저, 김영사)/위진남북조사(이공범 저, 지식산업사)/나관중 삼국지(나관중, 우위 저, 일빛)/삼국지의 책사들(나채훈 저, 바움)/삼국지 오디세이(다카시마 도시오 저, 심산)/삼국지 군사34선(와타나베 요시히로 저, 서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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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삼국지 이문열 작가가 쓴걸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그래도 읽을땐 참 재밌었는데....
다시 읽고 싶네요.

삼국지는 언제 읽어도 재밌는 것 같습니다. 작가마다 해석이 달라 그걸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고요ㅎㅎ

오 다양한 삼국지 관련물을 섭렵하셨군요ㅎㅎ 말씀하신대로 유비역할을 하신 분이 사마의에서는 조조로 나오셨죠ㅎ 최근에 시즌 2가 굉장한 재미를..

시즌2를 시작했군요! 정사나 연의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궁금하네요.. 아아 아무래도 찾아봐야겠어요ㅎㅎ

삼국지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삼국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맞아요 언제 뭘 읽어도 재밌죠.. 좋아서 파다 보니 이 지경에 이르렀네요. 앞으로 더 열심히 팔려구요 ㅎㅎ

대단하십니다. 최근에 중국에서 만든 드라마를 봤는데 그것도 재미있더군요. 자주 올께요

최근작이면 어떤 걸 보셨을려나 궁금하네요.. 사마의? 신삼국지? ㅎㅎ
감사합니다. 자주 뵈어요!

삼국지를 만화, 게임, 소설 로 다나왔네요 ㅋㅋㅋ 화봉요원은 아직 안봤지만 다른건 다 보고 해봤던것들이네요

다양한 매체 속의 삼국지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ㅎㅎ 화봉요원 진정 명작이니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보세요!

고우영의 삼국지 집에 전권 다 있는데 옛날에 심심해서 읽다가 다 못 읽고 그대로 있네요.ㅎㅎㅎㅎ;;
삼국지는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헷갈려서 힘들더라구요.ㅋ

저도 어렸을 때는 누가 누군지 헷갈려서 못 읽었었어요.
게임을 하니까 자연스레 구분이 되더군요.. 역시 게임의 힘이란..

이문열 삼국지는 이문열이 그......뭐라고 해야하나, 야사라고 해야 할까요? 삼국지연의의 스토리에서 벗어나서 정사의 기록과 다른 점이라던가 그 외 다른 트리비아를 소개한 게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남네요.

근데 과연 위가 했던 것을 헌제를 "보호"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솔직히 좀 의문입니다. 좋게 말하면 보호고 나쁘게 말하면 "감금"일텐데, 이걸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과연 위가 정말로 정통성을 인정받았는지가 갈릴 것 같습니다 ㅎㅎ

‘보호’라는 표현이 너무 완곡했나요? 헌제를 데려와 폐허가 된 낙양에서 허창으로 수도를 옮기고 그 후의 과정 등등이 거의 감금에 가깝긴 하였지요. 헌제가 조조를 싫어했든 어쨌든 간에 위/오/촉 중 위가 유일하게 중국사에서 정통성을 인정받은 국가인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헌제를 업고 있는 조조의 행위는 한실의 행위와 동일한 것이었고, 최후에는 헌제가 황위를 조비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입니다.

유비가 자신이 황실의 후손임을 내세워 촉한이라는 이름을 걸고 한나라의 정통성을 주장하기는 했으나, 그건 촉한 건국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지 역사적으로 인정받은 사실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건국 이념이 결국에는 촉한을 멸망시키는 지름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촉한의 주장에 따르면 위나라는 한 황실을 겁탈한 역도 무리이므로 그들을 정벌해야 합니다. 그들을 가만히 놔두고 사는 것은 건국이념에 위배되는 것이었죠. 그래서 제갈량은 촉한의 국력과 공격에 불리한 지형을 알면서도 6차례의 북벌에 나서고, 모두 패배합니다. 애초에 이길 수가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건국 이념이 오히려 국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할게요.

뭐 그렇죠. 중국에서 역성혁명으로 천하를 쥐면 결국 그게 정통성으로 인정된 경우가 많으니, 비록 조비가 핍박을 통해 헌제를 쫓아내고 제위를 찬탈했어도 결국 그걸 정통으로 인정할테니까요.

촉한이 한나라를 계승한다는 명분 때문에 무리한 북벌을 감행해 국력이 소비되었다는 부분은 확실히 공감이 가네요. 다만 어떻게 보면 그러한 명분 외에도 상대적으로 국력이 약한 만큼 적극적인 공세를 통해 전쟁의 피해가 촉한의 영토가 아니라 위나라의 영토에서 벌어지는 것을 의도한 것도 없지는 않았을 거라 봅니다. 전쟁의 특성상 발생하는 곳은 승자와 패자가 누군지에 상관 없이 아작나니까요.

네 전쟁이란 그렇죠. 솔직히 촉한 멸망의 최고 원인은 유선이라 생각합니다.. 조운은 왜 아두를 구해가지고..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넵 감사합니다-

삼국지 정말 배울게 많은 스토리죠^^ 저는 예나 지금이나 제갈공명이 제일 좋아요. 제 우상이죠.
이시스의 힐링이벤트... 계속 됩니다 . 꾸준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역사 속에선 배울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제나 좋은 이벤트 수고가 많으세요! 저도 짬나는대로 참여해볼게요!

Great post my 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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