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하고 상처 받은 경험 있나요?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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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하고 상처 받은 경험 있나요?




당신의 헤어디자이너는 어떤가요?



5년 전, 우연히 찾아갔던 회사 근처 미용실에서 인영쌤을 처음 만났다. 미용실은 오래 다녀봤자 2~3번 갈까 말까였는데, 그녀를 만나고부터는 5년째 그녀에게 머리를 맡기고 있다. 5년째 같은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하러 가는 건 여전히 그녀가 좋아서다.

사실 나는 머리숱이 많아서 미용실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많다. 미용은 시술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시간의 공백을 채우려고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전에 머리를 해주던 사람들 중에는 불쑥불쑥 경계를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처음 본 사람에게서 외모 비하가 섞인 농담을 듣는 기분이란...


불쑥불쑥 경계를 넘어왔던 말들
어머 언니 이 정도 머리숱이면 염색값 2배는 받아야 해! 하하하
남자 친구 있어요? 없어요? 머리를 이렇게 하고 다니니까 그렇지
언니 머리는 너무 드세고 뻣뻣해서 영양 안하면 스타일 잡을 수가 없어요.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물어본다면 정말로 꽤 많다. 택시야 불쾌하면 바로 내리면 되지만, 염색약을 한창 바르는 와중에 기분이 나쁘다고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대부분 웃으면서 대충 넘겨버리고 긴 시술시간을 별 말없이 버티다가 작은 상처 하나를 갖고 집에 갈 것이다. 그리고 그 미용실은 다시는 안간다.


그런데 그녀는 달랐다. 인영쌤은 그 경계를 몸의 감각으로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이 들었다. 내게 과도한 시술을 강요하지도 않았고, 내 머리를 비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었다. "머리가 왜 이래요"의 뉘앙스를 풍기는 말을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나중에 물어보니 처음에 스타일링할 때는 숱이 너무 많고 모발이 두꺼워서 모양 잡기가 힘들었었다고 한다. 게다가 합리적인 가격에 늘 안정적인 스타일을 연출해준다. 특히 머리를 하러 가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더 좋았다. 나는 내 일을 그렇게까지 좋아해 본 적이 있을까.


2년 전쯤에는 다쳐서 왼쪽 팔에 깁스를 하게 되었다. 팔을 다치고 나니 머리손질이 매우 고도의 작업임을 깨달았다. 머리 감기도 힘들고, 묶던 머리를 묶을 수도 없어 막 자고 나온 모양새로 병원을 다녔다. 회사 복귀를 위해서 그녀에게 SOS를 쳤다. 그때의 내 요청사항은 다소 웃길 수도 있겠지만 ‘한 손으로 감고 말려도 괜찮을 스타일'이었다. 그녀는 드라이를 안 했을 때 오히려 차분하고 컬이 사는 파마를 해주었다. 비록 깁스는 했지만 회사에 한결 나은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되니, 잦은 염색도 반복되는 파마도 지겨워서 손질이 간편하고 빨리 말릴 수 있는 짧은 머리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유지관리가 간편한 스타일을 위해 과감한 커트를 부탁했을 때, 그녀는 누구보다 즐거워하며 변화를 만들어주었다. 한 사람이 평생 몇 가지의 머리스타일을 했었는지는 기억도 안 나지만, 내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머리스타일은 그녀와 나의 합작일듯하다. 물론 기여도로 따지면 1:9 정도일듯하다. 내가 1 인영쌤이 9.


내가 머리를 하러 다니는 동안 미용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계속 바뀌었는데 그녀만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 그녀가 독립해서 자신의 미용실을 차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점점 커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늘 좋은 기운을 받는다. 머리를 다듬어야 할 때, 새로운 머리스타일을 하고 싶을 때 주저하지 않고 또 그녀를 찾아갈 것이다. 강남역 근처에서 미용실에 갔다가 돈은 돈대로 쓰고 머리도 마음에 안 들고 마음까지 상하신분이 있다면, 그녀를 소개하고 싶다.

인영쌤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inyoung.t/


그녀가 너무 유명해져서 머리를 자를 수 없는 날이 오지는 않았으면ㅎㅎ
지난 5년간의 추억을 되새기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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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경아님 아직 스팀잇하시는구나 이젠 스타가 되셨네요. 말을 적당히 잘하면 안되는것같아요. 할거면 정말 두뇌와 센스가 따라줘야지.. 어설프게 했다가는 상처받기쉽습니다. 저도 회사생활하면서 그런경우많았는데 상사일경우는 더 그렇더라구요. 물론 나올때 혼내주긴했는데, 경아씨말씀대로 그런사람들 너무 별로였던거같아요.

어머, 정말 오랜만이네요! 글 쓰시던분들이 다 떠나서 몇 명 안 남았네요.
저한테도 말이란게 참 어려워요ㅎㅎ 다시만나 반갑습니다~!

여자분들은 머리 하면 기본 2시간이시던데.. 그 시간동안 기분좋고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거만으로 행복한 일인 거 같아요.ㅎ

네, 맞아요. 여자들이 머리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죠. 참 많은 사람을 거쳐서 찾은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사람과의 관계는 더 좋게 만들고 싶어서 노력해요.

공격은 최선의 방어...
경계를 넘어온다 싶으면...

네ㅎ 그래도 나이드니까 그럴일은 별로 없어졌네요.

꼭 그분께 머리 해보고 싶네요^^

요호님은 이제 거의리스팀하시는군요~ ㅋㅋ 놀러갓더니 댓글달곳이없네요ㅠㅠ

감사합니다. 강남에 자주 가시면 추천해요~! :-)

저는 곱슬머리에 머리결도 안 좋아서... 언제나 미용실에 가면 상처받네요.ㅜㅜ

많을꺼에요 머리하러 가서 상처받으시는분들ㅠ
생각해보니 "머리카락이 왜 이래요?" 라는건 "넌 왜 이렇게 생겼어?" 라는 질문하고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존재 자체를 존중해줄수 있는 미용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정말 멋진 전속 해어디자이너를 두고 계시네요.^_^

감사합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앗.. 오늘 제 3년 단골 미용실이 문 닫는 날이어서 살짝 멘붕에 빠졌는데, 절묘한 타이밍의 글이네요 ㅋㅋㅋ 한번 가봐야겠네요.

앗 그랬나요ㅋㅋㅋ 3년 단골이면 멘붕올만 한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유명하신 분이라 팔로우하고 있다가 댓글 남겨봅니다
머리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이 있다는건 행운입니다~
저도 다행히 알아서 다 해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

반갑습니다. 활동하시던 분들이 많이 떠나서 몇 명 안 남아서 그렇게 느끼시나봐요^^
괜찮은 사람이 곁에 있으시다니 다행이네요 :-)

여자들은 누구나 머리에 예민하지요.
한 번 잘못 만지거나
원하는 스타일에서 너무 빗나갔을 때
한 동안 기분 엉망으로 살게 됩니다.

그쵸ㅎ 많은 여자들이 그렇죠.
저는 스타일이 별로 맘에 안 들거나 해도 머리는 또 자라니까 별로 신경은 안쓰는데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엉망이 되곤해요.

일단 위로의 풀봇하고. ㅎㅎ 저는 머리숫 많고 싶어요
저도 5년째 오직 한 곳 과묵한 김샘에게만 받지요

머리숱 많은것도 나름 고충이 있어요...스타일 만들때 힘들고 감고 말리는데 많은 에너지가 듭니다ㅋ
그나저나 과묵한 김샘, 왠지 좋은분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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