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고시를 통해 배우는 의학이야기 - 자살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jisang 입니다. 오늘도 무거운 주제 하나 꺼내볼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가벼운 주제가 없군요...ㅜㅜ 다들 아파서 병원에 오는 터라...)


코인 아무리 떨어져도 한강은 안 됩니다. 존버하세요! 희망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중 5위, 10대-20대-30대 사망원인 1위, OECD 국가중 1위. 이 모든 순위는 '자살'에 대한 것입니다.  최근에도 유명인이 자살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를 불러일으키곤 했었죠. 2016년 가장 최신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자살자 수 최다였고 그 이후에는 감소하고 있긴 합니다만... 여전히 높습니다.

주로 정신건강의학과적 영역에서 자살을 깊이 다루고 있습니다. 정신과적 응급 상황으로 여겨지곤 하죠. 그렇기에 의사는 반드시 자살 상황에서 대처할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자살의 위험인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 45세 이상
  • 독신
  • 남자
  • 신체적 질병(주로 만성질환)
  • 실직 / 은퇴
  • 사별 / 이혼
  • 최근에 물질적으로 큰 손해
  • 알코올 의존
  • 우울증
  • 정신과 입원 치료 경험
  • 어려울 때 남의 도움을 받기를 원하지 않음
  • 난폭한 행동
  • 이전 자살 기도 경험

(통계적으로 도출된 결론이니 오해는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위 사항에 해당할수록 주의 깊게 이야기를 나눠봐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 자살 기도 경험 여부입니다. 과거에 시도했던 사람이 앞으로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자살 환자의 경우 정신과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질환은 우울증입니다. 자살 환자의 80%에서 앓고 있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정신분열병(조현병), 섬망, 치매와 연관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위험인자를 가지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과 만난 경우,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고 상담해야 할 것입니다. 자살 상담에서 주의할 것이 몇가지가 있는데,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혹시 모르는 주변 사람 한 명 살린다고 생각하고 기억해두어도 좋겠습니다.

1)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합니다.

 매우 중요합니다. 혹시나 자살을 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게 조심스럽기도 하고, 상대방의 자살 생각을 더 크게 만들까 걱정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자살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얼마나 자주 그런 생각을 하는지? 언제 그런 생각이 드는지? 구체적인 자살 계획을 세워 본 적은 없는지?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자살할 계획이었는지? 실제로 시도해 본 적은 없는지? 몇 번이나 시도해보았는지?" 등등 매우 구체적으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2) 전화 상에서 자살이 의심되는 경우,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꼭 물어보고 기억해둡니다.

이 것은 혹시나 자살 상황이 이미 벌어졌을 경우, 예를 들어 이미 약을 한 움큼 먹은 상태에서 전화했거나 흉기를 이미 소지하고 있는 때에 바로 경찰에게 위급상황임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엔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다른 전화로 연락해야겠죠.

3) 상대방의 이야기를 따뜻한 마음으로 경청합니다.

당연한 거겠죠. 힘든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 이런 이야기들을 농담처럼 무시하지 말고, 어떤 고민인지 한 번쯤이라도 귀기울여 들어봅시다.

그래서 자살 위험이 있을 때 원칙적으로는 입원 치료를 해야합니다. 입원해서 상담 및 치료를 받아야겠죠. 위에서 살펴봤듯이 우울증이 가장 흔히 동반된 질환이기 때문에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치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조심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 종결 즈음, 환자가 회복될 무렵자살 가능성이 가장 높은 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괜찮아지는 것 같다고 그냥 퇴원하고 끝내버리면 큰 일이 날 수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오랜 시간 주의깊게 관찰해야합니다. 퇴원하더라도 정기적인 병원 방문을 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건,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의 93% 이상은 자살을 앞두고 다양한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유가족의 81%는 이러한 자살 신호를 몰랐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참 안타깝습니다. 제 주변에도 자살로 세상을 떠난 분들이 몇 되는데, 미리 카톡이라도 한 번 더 주고 받았더라면 무언가 변화가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주변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말 한마디 더 건네보세요. 그리고 뭔가 수상하다면 직접적으로 자살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한강은 안됩니다.  자살 생각이 든다면 근처 병원을 방문하거나 1577-0199 또는 1588-9191로 전화해보세요.

날씨가 여전히 매섭습니다. 추운 데 감기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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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 이런 포스팅에 달만한 댓글은 아니지만 이게 최신글인지라ㅠㅠ 제 200팔로워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s://steemit.com/kr/@singasong/obp6h-kr-event-200 을 참고하세용

사람의 마음은 참 알기 어려운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마음의 병이라면 더욱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헌데 우울증 환자가 본인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나요?

정신과적 질환 중에는 자아동조적인 질환과 자아이질적인 질환이 있습니다. 자아동조적이면 스스로는 만족하는데 타인이 고통스럽고, 자아이질적이면 스스로 고통스러워하는 특징이 있죠. 우울증은 대개 자아이질적인, 즉 스스로 힘들어하는 질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병원에도 제 발로 찾아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병은 숨길수록 점점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ㅠㅜ
팔로우 하고 갑니다~

팔로우 감사합니다^^ 맞팔할게요!

얼마나 삶이 힘들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할까요ㅠ 자살 걱정 없는 그런 유토피아적인 사회는 너무 욕심일까요..

살자.....

다른 건 다 패쓰하다가

어려울 때 남의 도움을 받기를 원하지 않음

이 부분에서 머뭇거렸네요. 경청이 참 중요한것 같아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 많이 가시니까요. 그런데 참.. 어려울 때도 있더라고요. 1년내내 끝나지 않는 우울한, 그것도 했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으면서 저까지 어두워지고요.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일부러 꺼내 물어봐야한다는 사실은 의외예요. 자극하게 될까봐 오히려 더 피했는데..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도움이 조금이나마 되셨길 바랍니다.
정신과 선생님들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 영향을 꽤나 받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도 다른 정신과 선생님들에게 정신분석과 같은 상담을 받곤 한다고 합니다.^^ 재충전의 시간이라고나 할까요.

콧물 나고 열나면 병원에 가듯이 우울하고 힘들면 정신과나 심리상담을 자연스레 받아보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거 같아요.

정신과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대 사회를 사는 사람들 다 마음이 아파요ㅠㅠ

윽.... ㅜㅜ 슬프네요. 마음의 병. 중고등학교에도 더더욱 상담선생님들도 많아졌음 좋겠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