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탐구 #3 - 작년말 그린 마인드 맵에서 과거에 관해...

in #kr3 years ago

#2에서 작년말에 그린 마인드 맵 이야기를 했고, 오늘은 그 중에서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오늘을 살기도 바쁘고 내일도 바라봐야 하지만, 이상하게 사람은 과거를 자주 들여다 보는 거 같다. 이왕 들여다 보는 거 글로 잘 적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과거와의 연결 고리를 조금이나마 끊는 길이리라..........

마인드 맵에서 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소원해진 대학 친구들', 다른 하나는 '정년퇴임한 직장상사'이다. 전자는 그렇게 제목만 적어두고 더 그리지는 않았다. 이미 반복되는 이야기이며, 당시에는 그거보다 직장상사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정년퇴임한 직장상사'. 첫 직장에서 만났던 수많은 상사들 중 한 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뒤에서 많이 이야기하고 이를 갈던... 그 분은 소위 말하는 '최악의 상사'였다. 그랬던 그 분은 거기서 정년까지 다니고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정년퇴직... 만 60세까지 회사에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능력이 좋든... 처세술이 좋든... 뭐든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물론 운이 좋은 사람은 그런게 없어도 끝까지 다니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예외이니 나 자신이 그 케이스가 될 거라는 기대와 착각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정년퇴직... 좋다 이거야. 그런데 문제는... 그 상사가 그룹장, 실장으로 있으면서 희생된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물론 상사로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이 사람이 고의로 부하들을 희생시키는 걸 많이 봐왔다. 그 사람 밑에 있는 동안 다른 동료들이 험담하는 걸 늘 들어왔다. 나 또한 그 사람 밑에 있는 게 싫어서 다른 팀으로 가기를 바라기도 했었다.

이 상사는 평소에는 젊잖아 보인다.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문제는 프로젝트...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일정에 딜레이가 발생하면 누군가를 불러 고함을 크게 치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종종 하곤 했다. 중간급에 해당되는 과장급 개발자나 관리자들이 주로 희생양이 되곤 했다. 자신의 생각과 방향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발언을 하는 부하에 대해서는 퇴직을 하지 않고는 못버틸 정도로 심하게 괴롭히는 경우도 있었다.

한 동료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로 결심하고 그 분에게 퇴직 의사를 밝혔다. 이유를 물으니 Q사에 가기로 했다고 동료는 대답했다. 그 분은 바로 노발대발하며 Q사에 전화를 하며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당시 우리 회사는 Q사의 고객사였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컸지만, Q사는 벤더지만 동종업계의 경쟁사라고 볼 수는 없었다. 직업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상사가 부하의 앞길을 막은 것이다. 그 동료는 이직하지 못 하고 회사에 남게 되었다. 이후... 그 동료는 2~3년 뒤 퇴직했다. 그 사건 이후 동료들은 퇴직해도 어디로 간다는 말은 절대 비밀 유지했다. 괜히 밝혔다가 이직 길이 막힐 수도 있으니... 그것이 그 상사 입장에서는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의 밑에 있는 실무자로서는 그저 괴로울 뿐이었다.

이 상사는 자기 부하 또는 예전에 부하였던 사람들이 뭐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여사원을 동원하기도 했다. 조직개편으로 나를 포함한 일부 인원들이 다른 개발실로 이동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얼마나 좋았던지... 약 두달 후 한 동료가 퇴직을 한다고 밝혔다. 며칠이 지난 후 그 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느 날 같이 일했던 여직원이 전화를 했고, 왜 그만 두는지, 어디로 가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대답을 동료는 당연히 거부했고, 대뜸 그걸 왜 묻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 여직원 말로는 그 상사가 알아보라고 시켰다고... 그걸 들은 당사자나 이를 알게된 나도 소름이 끼쳤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것인가...

그랬던 상사가 페이스북에서 정년퇴임을 밝혔다. 수많은 축하와 덕담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좋아요도 당연히 많이 쌓였다. 주로 그 분의 상사와 동료들이 쓴 것들이고, 간혹 부하들의 댓글들도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이 분이 그렇게 존경과 칭찬을 받을만한 인물이었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찌됐든 대외적으로는 좋은 사람인 거처럼 보였다. 대체 왜...? 부하에게는 막 대했지만, 상사와 동료들에게는 잘 하는 사람이었던 건가? 실제로는 인간적인 사람이었나? 그것도 아니면 나중에 사람이 바뀌었나?

그 사람의 정년퇴직 글을 보고 나는 수많은 생각 끝에 질문을 세워보았다.

  • 1명의 정년퇴직을위해 희생되는 사람은 몇 명인가?
  • 누군가의 성공은 다른 이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게 아닐까?
  • 구성원의 희생없이 조직이 성공할 수 있나?
  • 나도 상사처럼 만 60세까지 직장에 다닐 수 있을까?

쉽게 답을 낼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그러나 이 질문을 계속해서 되뇌이며 답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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