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는 가장 훌륭한 공부법이다.
얼마전 '암기는 낡은 공부법일까?' 라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굉장히 인사이트 있는 기사였고 암기에 대해 동의하는 부분이 많아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대학원생이 무슨 암기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다. 특히 1학기 개론 수업에서 매주 쪽지시험을 봤기 때문에 암기를 극도로 혐오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도교수와의 논문미팅을 진행하면서 암기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다. 지도교수께서 내가 자료에 제시한 이론과 변인은 무엇인지, 이 변인을 측정하는 문항은 무엇인지 꼬치꼬치 캐물을 때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개념과 이론에 대한 암기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것을 외우고 있지 않다면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위 기사의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구글 검색을 하면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사항을 암기하고 있지 않다면 어떤 정보가 나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분별할 수도 없고 그 정보들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기본적인 암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조차 어렵게 된다. 그래서 암기는 정보 활용의 효율을 높여준다.
창의력, 통찰력, 직관도 결국 암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의력은 개념과 개념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평소에 외워둔 지식이 없다면 개념들을 연결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지식을 완벽하게 머릿속에 넣어두지 않는다면 남의 얘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TV에 나오는 대중지식인이 하는 말을 팩트 체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암기할 것인가?
물론 무작정 외우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암기에도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맥락없이 암기만 하다보면 그새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암기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디베이트를 하는 것이다. 디베이트를 준비하면서 해당 주제에 대한 찬성, 반대 입장을 모두 고려해보게 된다. 특히 디베이트 도중 상대방의 주장에 논리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개념에 대한 이해와 암기가 필수적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브런치와 같이 누구나 볼 수 있는 플랫폼에 글을 써보는 것이다.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에게 까일 위험이 있다. 피드백을 받을 가능성은 글쓴이가 좀 더 긴장감을 갖고 공부하면서 글을 쓰게 되는 동기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글쓰기는 자신이 외운 개념을 맥락에 맞게 활용하기 위해 끊임없기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내가 암기한 개념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암기가 공부를 하는 여러 방법 중 중요한 방법의 하나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공부법”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네요.
“개념과 이론에 대한 암기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그걸 “개념과 이론에 대한 이해”로 대치하면 어떨까요?
이 ‘이해’와 ‘암기’, 딱히 어디에 방점을 찍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해를 하면 억지로 외우려 하지 않아도 그냥 암기가 되기에 저는 공부방법에서 이해를 암기보다 앞자리에 둡니다. 디베이트도 좋고, 글쓰기도 좋지요. 허나 그런 방법조차도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는 어려운 일 아닐까요?
긴 코멘트 감사합니다 ㅎㅎ 글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들을 첨언하면... @eokkae님처럼 이해를 하면 억지로 외우려 하지 않아도 그냥 암기가 되시는 분이 있지만 저는 그렇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도 논문을 준비하기 전까진 개념을 이해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해했으니까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외웠다고 착각했구요. 하지만 교수님이 공부한 내용에 대해 물어봤을 때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성했죠. 책과 논문을 보면서 무슨 내용인지 막힘없이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해했다고 착각했던 것입니다.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저도 맥락없는 암기는 지양합니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암기하기 위해서는 암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암기가 가장 훌륭한 공부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아, 그랬구먼요. 십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제 경우는 이해를 우선하여 공부했더니 남들보다 적은 시간 투자에도 큰 성과를 얻었기에 감히 그런 얘기를 한 것입니다. 결국은 각자의 경험이 평가기준이 되는 것 아닌가 합니다.
하여 다시 생각해보니 이해도, 암기도 같이 해야 할 모양입니다.
암기도 중요한 부분중 하나이지요~